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other branding Jun 10. 2020

스타트업의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디자이너 외에 모두가 가져야 할 필수요건

스타트업이 디자이너에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듯이 디자이너가 스타트업에 입사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 또한 존재한다. 나는 3년 차에 처음으로 스타트업에 입사했고 그 기업은 본사가 있는 신규사업팀에 속했기 때문에 이미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구조는 안정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업무 프로세스가 갖춰지지 않아서인지 기획부서와 디자인팀은 도저히 소통이 되지가 않았다. 제대로 기획되어 전달 오는 문서도 없을뿐더러 갑작스레 당일 오전에 업무 요청을 하고는 그날 점심까지 끝내 달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프로세스’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러한 문제들을 변화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한 결과 기업 측에서도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내 의견을 존중해 주었고 결론적으로는 그 프로세스가 체계화되어 커뮤니케이션이 기존보다 수월해졌다. 


기업 측에 요청한 의견  

기획문서 가이드: 그동안의 기획자들이 디자이너와 직접적인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기획+디자인팀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작하였다. 예를 들면 간단한 카드 뉴스라 하더라도 메인, 서브, 슬로건, 들어가는 문구와 장수, 사이즈, 레퍼런스를 담아서 한눈에 전달할 수 있는 가이드이다.  
데드라인 체계화: 보통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은 디자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기획팀에서 모든 기획을 한다고 해도 분명 <디자인적 기획>은 다르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순수시 간만 생각하고 "이거 금방 하죠?"라고 하면 NO. 나는 디자이너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지 문서로서 정리하였고 이를 토대로 기획 팀으로부터 일정을 통보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조율할 수 있는 프로세스로 체계화하였다.  


다행히 위의 문제점이 해결되자 이전보다 업무효율이 훨씬 상승했고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도 "그냥 막연히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바뀌고 나니 잘못되었던 걸 알았어요" 하는 피드백을 보내주었다.


바뀌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신입 때의 나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선배가, 상사가 옳지 않은 방법들로 업무를 진행해올 때 나는 그게 곧 법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세상을 좀 더 바라볼수록 그 당연한 것들이 너무나 잘못되었고 뿌리부터 다시 심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뿌리를 뽑고 다시 심을 수 없다면 가지를 쳐서라도 그 나무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자라날 수 있게 하고싶었다.

(그래서 기업들이 경력직을 싫어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스타트업에 입사할 때는 대게 정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분야 외에 다양한 일을 할 각오 아닌 각오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잘못된 프로세스와 문제점들을 혼자 끌어안고 속앓이를 하기보단 기업 측에 개선 요청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개선하고자 하려는 노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오히려 나의 업무를 방해한다면 앞날을 위해서라도 과감히 떠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들은 앞으로도 절대 개선할 의지가 없을뿐더러 또한 잘못된 프로세스로 쌓인 업무역량은 절대 당신의 커리어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직원: 유연한 마음가짐을 가진채 프로세스와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마인드
기업: 유연한 업무역량을 직원들에게 바라는 만큼, 기업 또한 동일한 마인드를 가지고 직원을 대할 것


그 외에도 새로운 업무분야에 대해서 배우고 도전해볼 수 있는 경험, 업무를 주도적으로 리딩 해볼 수 있는 경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바라보며 신규 프로젝트에 올인하고 실패를 해본 경험 등 모든 것들은 나에게 큰 메리트가 되었다. 계속 규모 있는 곳에서만 업무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스타트업에 간다면 아마 너무나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배울 점은 있고 자신의 연차보다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실력이 향상될 것은 확실하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문제들을 혼자 해결하려는 마음보다는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뿌리를 뽑아 바꿀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잘못 자라나는 가지를 쳐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이 디자이너에게 가져야 할 마음가짐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