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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branding Jun 10. 2020

스타트업이 디자이너에게 가져야 할 마음가짐 2

유연한 마음가짐은 서로가 가져야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기본적인 문제점들 외에도 스타트업의 업무방식은 일반기업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어떠한 프로세스조차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일을 쳐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디자이너라면 기획안 조차 없는 상태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나는 기획 쪽의 꽤 경력이 많았던 담당자와 업무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브로슈어를 만들 기획안이라며 달랑 원고만 보내는 것이었다. 어떤 브로슈어인지, 누가 받아볼 것인지, 어디에 쓰일 것이며, 무얼 위한 용도인지 등 함께 컨셉을 잡아나가기 위해 관련 미팅을 요청하니 내게 돌아온 말은 "그런 건 모두 디자이너가 알아서 하는 거 아닌가요?"(?) 기획자가 직접 클라이언트와 컨택포인트이며 그동안의 정보가 있다면 최소한의 정보는 디자이너에게 전달주는 것이 맞다. (이전 글에서도 몇 번 얘기하였지만 "알아서 해달라"라는 말은 모두 집어치우길)


이렇듯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프로세스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프로세스가 없다고 변명만 할 것인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잡아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언젠가는 스타트업을 벗어나 일반 기업 대열에 올라설 텐데 "우리는 스타트업이라 프로세스가 없어요" 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프로세스가 없이 일을 해보니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회사 내부에서 대표는 담당자들이 어떤 업무를 진행하는지 모르고 있다. A 업무를 맡겼는데 A의 프로세를 모르고 어느 단계인지 모르니 그다음 B를 요구한다. A와 B를 동시에 하고 있으니 속도는 느려지고 점점 과부하가 돼버리고 결국 어찌어찌 업무를 마감해놓으면 돌아오는 말은 "너무 느립니다. 우린 스타트업이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쳐내야 해요"였다.

결국 그들이 내게 바라는 것은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일단 빠르게 쳐내는 스킬]이었지만 프로세스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면 업무는 결코 제대로 마무리가 될 수 없다. 기획단계 없이, 회의 없이 일단 디자인을 완성하고 보여주니 "어?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 라며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 체계를 잡아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괜찮다. 대신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것을 요구하고, 다른 분야의 업무를 맡길 때에는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아마 스타트업에 들어간 직원들은 모두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일반 기업과는 다른 체계로 흘러가는 걸 그들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어느 정도 감안하고 들어갔을 게 분명하다. 어찌 보면 미래가 확실하지 않고, 경력이 될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이지만 당신의 기업을 믿고 입사했을 때에는 스타트업 또한 보여주어야 한다. 단순한 변명이 아닌, 앞으로 바뀔 수 있는 유연한 마음가짐을


"우리는 스타트업이라 체계가 없어요"

-> 아직 체계가 없지만 앞으로 만들어 나가면 해결될 문제

"스타트업이니까 정해진 일만 해선 안돼요"

-> 스타트업인 만큼 혼자 다양한 일을 할 경우 빠른 속도도 중요하지만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가짐

"스타트업이라 우린 빨리 업무를 쳐내야 하는데요?"

-> 만약 빨리 쳐내야 하는 업무라면 직원은 로봇이 아니기에 100% 완벽한 결과물을 기대하지 말 것


만약 이 조차 지키기 어렵고, 자신은 유연한 생각을 가지지 않은 채 직원에게만 유연한 업무스킬을 원한다면

직원을 채용하지 말고 혼자(동업자와)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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