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브런치, 네이버, 구글, 심지어 대학에서 조차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지 않고, 어떠한 정보도 없다. 그저 있는 것이라고는, how to creat logo, 폰트 정리법, 브랜딩 디자인이란? 등의 디자인적 이론뿐. 사실 이런 이론적 정보들이 많은 것은 너무 좋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고, 또 이것이 업무를 함에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
1. 일을 하는 환경 2. 같이 일하는 사람 3. 디자인 개인역량 4. 상대를 설득시키는 방법
디자인을 할 때에 중요도는 아마 위의 순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1번,2번을 간과하고 3번에만 모든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3번이 아무리 뛰어나도 1, 2번이 최악이라면 디자인을 결코 할 수없을 것이다."카림 라 시 드'가 와도 그건 불가능하다!" 식대도 없이 매일 야근 철야에, 박봉에 수당도 없고, 2007년형 그래픽카드가 꽂혀있고, 인신공격에 분노조절장애까지 있고, 다 된 디자인을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클라이언트에, 이러한 환경조차 조율하지 못하는 대표 아래에서 우리는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위의 질문에 과연 디자이너들은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하다.
우선 나로서는 많은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본 결과 1, 2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결론짓게 되었다.
1. 일을 하는 환경
5% 의 나의 일을 하는 디자이너는 관련이 없을 수 있지만, 95%의 직장을 다니는, 클라이언트가 있는 디자이너에게는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디자인을 할 때 실행,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프로세스다. 우리는 명확한 프로세스 과정을 거치고, 그에 맞게 진행이 되는 회사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없이 그저 대표의 말 한마디로 모든 걸 엎어야 하는 회사라면 그야말로 환경이 최악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프로세스 외에도 장비의 수준, 공간의 환경, 기타 많은 복지 여부, 업무강도 등. 많은 것들이 해당될 수 있는데, 나머지는 개인적인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프로세스/연봉/야근 여부 이 세 가지 기준에 대해서만 정리해보았다.
1) 프로세스
프로세스가 있는 회사는 보통 홈페이지에 기재되어 있긴 하지만, 대게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에는 면접 때 꼭 프로세스에 대해 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로세스없이 그냥 디자인하는 회사는 절대 가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다. 그런 곳이라면 어떠한 천재적인 디자이너가 와도, 광고천재 이재석이 와도 결코 수준 높은 결과물을 완성할 수가 없을 것이다.또한 직급이 있는 회사는 컨펌 과정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의사 결정권자가 총괄 디렉터 1명이 아니라 3~4명 아니 그 이상의 수준이라면 그들은 제각기 다른 말을 할 것이다. 사수가 디자인을 컨펌하고, 팀장이 최종 디렉팅을 하고, 실장이 마지막 검토를 끝낸 뒤 어디선가 누군가가 튀어나와 "난 별론데" 하는 마법 같은 일을 만들 것이다. 즉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마법 말이다.
그렇기 때문이 업무체계가 어떠한지도 파악한 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래픽 디자이너 기준. 이 부분도 개인마다 다르고 각자 선택하겠지만, 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디자이너 연봉은 똑같을지 생각해보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1) 디자인에 대한 인식 부족(얼마나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함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싼 가격에 뽕을 뽑으려는 마음(일명 연봉 후려치기)
만약 내가 디자이너 3년 차인데 2200만 원을 받는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다.
출처 : 원티드
3) 야근
매일 12~14시간씩 평생 일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참고 견디는 것인가?
왜 야근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야근을 해야만 더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같은 분야의)더 나은 미래를 위한 나의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라는 답 외에는 이렇게 일하는 회사에 있을 이유가 없다. 결국 뼈 빠지게 고생해서 남는 것은 다크서클과 늘어진 뱃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내 몸상태일뿐
2. 같이 일하는 사람
실제로 첫 회사에 입사를 했을 때 겪었던 일이다. 나와 같이 일하는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같이 일하는 동료가 어떤 사람인지 신입 때에는 파악할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매일같이 직원에게 반말에 화를 내는 대표 아래에서, 신경질을 내고 인신공격에외모 지적이 일상인 대표 아래에서 신입 생활을 했다. 모든 미디어에서는 '사회는 전쟁터다.' 라 말했고, 그것이 당연한 순리이자 참아야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보는 눈이 높아지고 회사를 고르는 기준이 생기는 것처럼 디자이너들은 그 회사의 대표, 사원, 팀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함께 일할 사람과 면접을 요청하여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3. 디자인 개인역량
디자이너로서의 디자인 실력을 말한다. 개인적인 부분이라 자세한 기준은 없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스스로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지속적인 기회가 나에게 온다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는다.
4. 상대를 설득시키는 방법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객사에게 어떻게 디자인적인 설득을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다. 상대를 설득시키는 것은 디자이너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힘이 있으려면 그 회사의 대표와 프로세스가 올바르게 잡혀야 하고, 클라이언트의 역량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능력 있는 디자이너가 퀄리티 높은 작품을 만들고 발표 전문가가 열정적인 연설로 클라이언트를 설득해도 "그냥 별로네요" "마음에 안 들어요"라고 말한다면?
앞서 말했지만 천재적인 디자이너조차 입에 거품을 물고 떠나갈 것이다.
결과적으로 디자이너가 최상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는 1, 2번의 좋은 환경에서 3. 뛰어난 디자인 실력으로 4.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 = 세 가지가 조화되어야 디자인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바라는 게 많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농사를 짓더라도, 공장에 가더라도, 심지어 집에서 밥을 해 먹더라도 모든 것에는 과정이 있기 마련인데 과정은 건너뛴 채 결과만 보여달라 하는 것은 아무런 재료 없이 7첩 반상을 만들라는 것이고 씨앗도 없이 농사를 시작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디자이너, 많이들 힘들다고 떠나간다. 그런데 이 문제가 디자이너 개인의 역량이 부족해서인 이유가 과연 그중 몇퍼센트나 될까? 그리고 1, 2번의 이유가 몇퍼센트일까? 그냥 대충 생각해보아도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마 후자가 절대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런데이제는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묻고 싶다.
"왜 항상 개인 탓만 하고 계세요?"
"네가 못해서야"
정말 개인의 문제라면 왜 포트폴리오를 보고 1차 2차 기나긴 면접으로 나를 뽑으셨는지? 허위 과장된 포트폴리오는 문제가 있지만 대게 포폴 이후의 책임은 오로지 회사의 프로세스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러나 아무리 이렇게 목소리를 내도, 일개 개인이 회사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회사와 개인 그리고 대중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결코 4~5 년의 시간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디자이너는 너무나도 많고, 그래서 회사들은 디자이너를 소모품 취급하는 게 당연시되어버렸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많은 만큼 디자인 회사도 많다는 걸 우린 알아야 한다. 회사가 우리를 선택하듯이, 우리도 회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는 우리 인생에 End 가 아니라 And이고, 회사는 수단이기 때문에 만만하게 바라보고, 자신과 맞는 회사를 선택하면 된다.회사 때문에 힘들면, 우리는 언제나 맞는 말을 할 권리가 있다. 용기를 가지고 그리고 부디 행복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