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other branding Aug 29. 2020

디자인, 고객과 어떻게 소통하나요?

떨지 않고 내 할 말 하는 법. 질문 리스트의 힘

디자인 작업을 할 때에는 어느 정도 자신만의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서 고객사와 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 리스트]는 계약 전 프로젝트 범위를 논의할 때는 물론, 계약 이후 디자인 작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필수 단계입니다. 간혹 이 단계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무래도 업무를 함에 있어서 얼렁뚱땅 감으로 하는 것보다는 명확한 기획을 바탕으로 해야 향후 작업이 흔들리지 않고 올바르게 진행될 수 있겠죠. 이 단계를 소홀하게 넘기고 ‘그냥, 일단’ 디자인을 했을 때에는 서로 제작 범위에 대해서도 말이 달라질 수 있고 가장 중요한 디자인 컨셉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얘기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만큼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질문 리스트]입니다.  *다른 용어로는 사전 질의서, 사전 질문서, 디자인 질의서 등 다양합니다.



Q. 질문 리스트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가나요?

A. 디자인을 하는 경우는 크게 새로운 디자인을 진행할 때와 기존의 디자인을 리뉴얼할 때로 나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 또한 방향성에 맞춰야 하는데, 기업소개서를 리뉴얼한다고 가정해보면 아래와 같은 질문 리스트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 외에도 꼬리에 꼬리를 물어 세부적으로 질문한다면 더욱 탄탄한 초반 기획을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이 단계는 대게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아트 디렉터, 프로젝트 매니저, 팀장 단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을 통해 고객사와 정확한 과업내용을 협의했다면 이를 문서화시켜 고객사와 공유하고(향후 과업내용이 변동되지 않을 수 있게), 실무자가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작업지시서를 공유해야 합니다. *만약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과업 협의 단계에 상세한 질의서가 없고, 불명확한 상태로 디자인을 해야 한다면 실무 디자이너로서 위의 내용을 고객 혹은 내부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그렇다면 디자인과 관련된 질문 리스트는 무엇이 있을까요?

프로젝트와 관련된 질문들이 보통 PM, 디렉터 단에서 이뤄진다면 디자인과 관련된 질문은 실무자가 직접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임할수록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냥 고객사에서 해달라는 대로 위에서 해달라는 대로 컨셉서를 제공받아 작업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본인이 하는 디자인에 있어서 스스로 질문을 하고 컨셉을 논의하는 것 자체로 이미 좋은 디자이너가 아닐까 싶어요. 주니어&시니어 단계에 이러한 습관을 가진다면 향후 디렉터로서 혹은 디자인팀장으로서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위와 같이 기업소개서를 리뉴얼한다고 가정하여 디자인 질의서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Q. 질문 리스트를 사용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예전에 에이전시에서 팀장 혹은 대표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일단 해봐”입니다.

컨셉을 논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단 디자인을 눈으로 보고 싶다는 말에 열심히 했죠.

그러자 제게 돌아온 피드백은 “느낌이 없어..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다시 해봐”


컨셉이 모호하니 디자인은 늘 같은자리에서 돌았고, 클라이언트 조차 어떤 컨셉을 원하는지 말로써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엔 잘못된 방식인지 몰랐는데 어느 날 갑자기 회사 디자이너 중 대표로 고객사에 미팅을 가게 되었고 프로젝트 범위부터 시작해서 컨셉을 나누는 아주 중요한 회의라고 하여 녹음기도 챙기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미리 적어놓고 암기를 했습니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미리 적어놓은 질문 리스트를 통해 쭉 질문을 하니 생각보다 고객사의 반응은 너무 좋았고 디자인을 하면서도 불필요한 질문이나 모호한 말들이 없었기에 업무를 하기에도 편리했죠.






한번 체계를 잡아나가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매우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죠.

누군가는 “업무로도 바쁜데 언제 저걸 문서로 적고 있고 체계화를 시키냐” 며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한 에이전시, 이름 있는 회사들은 떠다니는 불명확한 것들을 보고 감으로 짐작하지 않고 명확하게 문서화합니다. 그리고 실무자들은 명확한 문서화 아래에서 체계적인 프로세스로 움직이는 것이죠.

“이렇게 하다가 나중 가서 방향 바뀌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라는 접근방법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계속 이러한 프로세스로 업무를 하게 되면 우리 디자이너들이 밤새워 만든 시안이 고객사의 말 한마디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즉 힘없고 수동적인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건축물을 만들면서도 뼈대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디자인이라는 것도 결코 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뼈대를 잡고 체계적인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고객사와 디자인 회사, 그리고 디자이너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질문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