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아서 해주세요는 거절하겠습니다.
디자이너가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질의서를 준비하고, 상호 간의 만족도 높은 디자인을 위해 컨셉서를 준비하는 것처럼 클라이언트 또한 자신이 의뢰한 디자인이 잘 나오기 위해서는 작지만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내 돈 주고 내가 의뢰했는데 나도 일해야 하나요?" 할 수 있겠죠.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테리어를 예로 들어볼까요?
만약 당신이 신혼집을 구하고 있고 머릿속에는 이미 생각해둔 컨셉이 있지만 정확하게 표현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인테리어 시공업체에 "알아서 이쁘게 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와 "저는 모던 그레이보다는, 따듯한 느낌을 받고 싶어요. 홈카페를 하고 싶기도 해서 그런지 우드톤의 인테리어가 예뻐 보이더라고요"라고 하는 것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알아서 해주세요"
(1) 생각해 둔 컨셉이 정말 없고, 100% 디자이너를 의지한다는 뜻
(2) 머릿속에 생각한 컨셉은 있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서 알아서 해달라는 뜻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했을 때에는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던, 당신은 인테리어 업자에게 컴플레인을 할 권한이 줄어들게 됩니다. 내 돈 주고 의뢰를 했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 집이지만 분명히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고 디자이너를 100% 의지했으니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정말 '알아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디자이너가 생각했을 때의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가 반영될 테고, 알게 모르게 취향이 그대로 들어갈 테니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1) 번의 경우보다는 (2) 번의 경우가 컴플레인 가능성이 높습니다. 머릿속에 생각해 둔 컨셉은 있고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데 말은 해주지 않고, 정작 결과물이 나오면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에요"라는 말을 하는 것이니 아마 모든 곳을 통틀어서 디자이너들이 가장 기피하는 어려운 대상이 아닐까요. 물론 알아서 해주세요 라고 말을 하더라도, 인테리어 업자 측에서는 최대한 컨셉을 맞추기 위해 여러 시안을 보여주고 작업을 할 테지만, 클라이언트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받아보기 어렵습니다.
"모던 그레이보다는, 따듯한 느낌을 받고 싶어요. 홈카페를 하고 싶기도 해서 그런지 우드톤의 인테리어가 예뻐 보이더라고요"라고 말했을 때의 결과는 어떨까요? 제 기준에서는 아주 훌륭한 고객입니다. 이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는 타입(모던 그레이)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을 하였고, 집에서 어떤 공간(홈카페)을 만들어서 어떤 느낌(따듯한)을 받고 싶어 하는지 아주 확실하게 표현했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간단하게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의 머릿속은 이미 완성된 모습이 그려질 거예요.
위의 문장을 들었을 때 아마 디자이너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머릿속에 어떤 느낌의 인테리어인지 대충은 그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디자인에 대해서 소통하고 피드백을 하는 것은 전문 용어를 사용해가면서 격식 있게 얘기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한 전문용어들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본인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컨셉)을 편한 용어로 친구한테 얘기하듯 말하는 것이
디자이너와 소통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2. 보다 명확하고 확실하게 의견 말하기
디자인 컨셉을 논의하는 단계에서 클라이언트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디자인에서 컨셉은 딱 한 개만 가능합니다."
concept [kɔ̃sεpt] 발음 듣기 다른 뜻(1건) 예문 보기
[남성 명사] 1. 개념, 관념 2. 의미 개념 3. (상품의) 콘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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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컨셉이라는 용어가 조금 낯설다면 하단의 링크를 추천드립니다.
예전에 브랜드 컨설팅을 위해 미팅을 갔던 적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것 처럼 고객은 저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아주 편하게, 최대한 많이 이야기하였습니다. "심볼에서 귀여운 느낌도 들고, 뭔가 여성스러운데 샤프한 느낌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좀 더 강인한 느낌?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명품 브랜드의 심볼 같은.. 아 컬러는 이런 게 좋긴 한데.. 이것도 이쁘고! 전체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그냥 느낌이 있으면 돼요 느낌!.. 아, 그리고--- (이하 생략)"
디자인을 하면서 상호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지만 고객의 의견을 듣는 대로 모두 반영해버리면 '중구난방 엉망진창' '컨셉이 없는' '이도 저도 아닌 디자인'이 되어버립니다. 디자인 컨셉에 대해서 열심히 의견을 주는 고객의 열정에 감동하였지만 이대로 듣고 있자니 회의가 끝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 얼른 단칼에 대답했습니다. "죄송하지만, 디자인에서 컨셉은 딱 한 개만 가능합니다."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원하는 컨셉이 한 군데에 다 모여 디자인으로 표현되기는 결코 어렵기 때문이죠.
다시한번 정리하면, 내가 원하는 바를 디자이너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01. 알아서 해주세요 (X)
→ 자기의 생각을 격식없이 편하게 얘기하기 (O)
02. 본인이 지양하는 컨셉에 대해 말한다.
→ "모던한 컨셉은 지양하고 싶어요"
03. 컨셉을 확실하게 한 가지로 축약하여 말한다.
"심플하고 모던하고, 명품스럽고 세련된 약간은 화려한 느낌의 로고 디자인을 원해요" (X)
→ "심플하고 모던한 명품 스타일의 로고를 원해요" (O)
04. 원하는 컨셉을 시각적인 매체로 보여준다.
→ 사진, 영상 등 자신이 생각해 둔 컨셉이 무엇인지 이미지로 보여준다.
05. 컨셉이 줄어드는 것에 아쉬워하지 말자. Simple is the best!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컨셉이 많아질수록 디자인을 망치게 하는 지름길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디자인 아래 두 개의 컨셉이 존재할 수 없겠죠.
이러한 가치 있는 클라이언트들의 노력이 함께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퀄리티 높은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럼, 오늘도 저와 소통하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