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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branding Sep 29. 2020

상사라고 다 옳은 건 아니잖아요?

수평적인 대화창을 열어놓는 직장상사의 '센스'

"내 말이 옳으니깐 내 말 들어"

"네 말은 틀렸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상사와의 갈등을 겪어보았을 것이고, 누구나 한 번쯤은 위의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 또한 직장생활을 하며 여러 상사들을 만나보았고, 그중에서 가장 뇌리에 남은 사람이 있다. 그는 말을 할 때마다 특유의 제스처를 하며 상대를 가르치려 했고, 말 끝마다 "내 말이 맞지?"라는 말을 하며 대화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했다. 왠지모르게 와 대화를 하면 묘하게 심기가 불편해지는 느낌을 받곤 했고 대화조차 하기 싫은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그는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거나 점심식사를 할 때에도 오로지 자신의 행동과 생각만이 정답인 양 굴었고, 가장 중요한 '업무를 할 때'에도 여러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자기의 기준대로 상대를 폄하했다.


어느 날, 한국의 전통 브랜드의 브랜딩 업무를 맡게 되었다.

나는 한국적인 멋을 살려 한글 로고로 시안을 제작하였고 그 상사는 유럽풍 빵집 브랜드 같은 시안을 제작하였다. 그리더니 나의 시안을 보며 "이런 단순한 시안은 맞지 않아"라고 말하며 지속적으로 비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이 브랜드는 한국인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이고 향후 해외진출을 하겠지만 로고 자체는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느낌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말하였지만 결국 그는 내 시안을 버린 채 자기의 시안만 고객사에 전달하였다. 그러자 며칠 후 고객사에서 피드백이 왔다. "저희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라.. 좀 더 한국적인걸 원했는데"


그는 매번 그런 식으로 업무를 해왔다.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순간조차도 "내 말이 옳아" "내 눈이 정답이야"라는 말로 디자이너들을 깍아내렸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나는 그 회사를 퇴사하였다. (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한참 뒤에 내가 참여했던 브랜드가 시중에 판매되어서 만날 수가 있었고, 그 제품에는 내가 제안한 한글 로고가 표기되어있었다.


그가 생각하던 '유치한 시안'이 소비자가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 일수도 있고,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왜 몰랐을까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속으로는 '당신의 생각이 다 맞는 건 아니에요. 이제 알겠죠?' 라며 조금은 기쁜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컨펌을 해야 하고, 리딩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단 한 가지 잊지 않고 실행하는 것이 있다.

디자이너들과 대화를 할 때에는 '내 눈'  '내 시각'이 전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팀원들과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내가 팀장이고 내가 대표이니 넌 무조건 내 말을 따라라 라고 한다면 그 어떠한 것도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하라는 대로 다 따르는 직원이라면 '인공지능'과 다를 게 없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에는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는

상대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통해 그런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서로 이해하며 소통해야 한다.

어느 포지션에 있던,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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