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포선라이즈 Oct 31. 2019

비포선라이즈

아이를 낳고 완전히 달라진 삶에 관한 기록







프롤로그.






생각해보면 그때 참 좋았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다가도 친구들이 부르면 늦은 시간에도 기어이 그 자리에 참석했다. 진탕 술을 마시고 회사 생활의 어려움 같은 것을 토로하다가 엉망으로 취해서 노래방에도 가고 어떤 날에는 해가 뜨는 시간까지 그렇게 놀다가 집을 경유해서 옷만 갈아입고 다시 회사를 갔다. 시계를 보지 않고 놀아도 되는 시절이었다. 피곤하다고 했지만 피곤의 뜻을 정확히 몰랐고 힘들다고 했지만 진짜 힘든 일은 그런 게 아니었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굴었지만 새파란 신입사원에 불과했다. 나이도 어렸고, 남편도 없었고, 아들도 없었던,. 그야말로 가뿐하게 살아가던 그런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아들이 태어나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전개됐다. 일단, 좋아했던 술을 마실 수 없었다(임산부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 모유수유를 하는 기간에도 마찬가지) 낮술도 좋아하긴 하지만 역시 술 마시기엔 밤이 좋은데, 저녁시간에 약속을 잡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육아는 월수금, 화목토 또는 주중 주말만 하는 게 불가능했다. 주 7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이라서, 회사를 마치면 재깍 아이를 돌보러 가야 했다. 가까이 살며 도움을 주는 친정엄마가 있었지만, 퇴근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렸고, 한시바삐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를 인수해야 했다.




예상치 못했던 귀여움에 취해 육아는 계속됐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그때는 비혼이라는 말도 없었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최신식의 어른이 아니었던 나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에 이의를 제기해볼 틈 없이, 아들이 일어나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여서 출근 준비를 했다. 아들이 일어나면 밥도 먹이고 옷도 입히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언제쯤이면 옷을 혼자 입고 밥을 혼자 먹는지 매번 궁금해하면서. 한편으로는 내 한몸만 챙겨서 출근하는 삶은 얼마나 간편한지 날마다 깨달았다.




주말에는 늦잠을 자보고 싶었다. 그러나 새 나라의 어린이는 주말 아침이면 특히 일찍 일어나기로 정해져 있는 건지, 몹시 이른 시간부터 일어나 유독 나를 깨웠다. 아빠를 깨워도 좋을 것 같은데, 우리 집에서는 아빠란 어느 경우에도 깨어나지 않는 존재였다. 그 반면에 아이를 낳은 이후 내 청각에 무슨 초능력이라도 생긴 건지, 아주 작은 데시벨의 “엄마”하는 부름에도 눈이 번쩍 떠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늦잠을 잘 수 없는 사람이 됐다.




아이들은 다 예쁘지만 잘 때 특히 예쁘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몸소 깨달았다. 아들이 잠든 사이에만 가능한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아들이 일어나면 그때부터는 전쟁이었으니까. 언제자나와 언제깨나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날들을 비포선라이즈(before son rise)로 기록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