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결정인데 참 쉽게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인데 참 쉽게 했다.
햇수로 12년.. 내 이름이 담긴 명함을 대변하던 대기업, 글로벌 컨설팅펌의 이름을 다 쓱쓱 지우고 그냥 나로 세상에서 살아보기로...
울타리를 벗어나서 나를 설명하기가 참 쉽지 않아 여러 설명 문구들을 덧붙여야 하겠지만, 그 설명 문구들 없이 나를 이야기 해도 되는 날, 예전처럼 회사 이름으로 모든 게 대변될 수 있는 나만의 수식어가 생기는 그날이 올 때까지 오늘이 시작이다.
훌훌 털어버리기 전 차근차근 계획도 세우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도 세웠으면 좋으련만,
버려야 그리고 비워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로 진정 빈손인 상태에서 고민은 시작된다.
아직 거창한 계획은 없다.
생각의 큰 세 가지 방향성은 이렇다.
1. B (밥/Food&Beverage, Brand, 방/Space)가 해당되는 업을 한다.
2. 지난 기억으로의 회귀: 기억 속의 작은 단서들을 찾아 선으로 연결한다.
3. 모르는 건, 부족한 건 적극적인 귀동량으로 채워 간다.
이 방향성으로 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일일 숙제를 스스로 내보았다.
1.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인지 하루에 하나씩 찾아보자.
(예를 들어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모델을 나열한 더 던 지)
2. 하루에 한 곳씩 B (밥/Food&Beverage, Brand, 방/Space)와 관련된 곳을 방문 하자.
3. 음... 세 가지로 정리의 강박이 직업병으로 ㅜㅜ 하나는 또 생각나면 적기로 하자.
하루 집에 있어보니 느끼는 게 있다.
1. 오전 시간이 무지 길게 느껴지는데, 1시가 넘어가니 하루가 다 간다. 오전부터 움직이자.
2. 하루 할 일을 아침에 적어 놓고 하나씩 지우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다 간다.
3. 몸을 움직이면 피곤이 사라진다.
또한, 정기적인 참여가 가능한 무언가가 필요해 운동을 다시 하기로 했다. 내일 아침부터 가장 첫 일과는 운동이다.
생각도 하고, 정리도 하고, 기록도 남겨 실행에 옮기기 위해 가벼운 노트북이 필요하다. 사야겠다.
그리고 나조차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심호흡을 크게 몇 번씩 들여 마셔보아도 아직 숨 끝이 싸리 한데, 유난스럽지도 않게, 무심하지도 않게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대처하는 훌륭한 인성의 내 반쪽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