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3] 미안합니다. 못 주겠습니다.
월요일 새벽이다..
요즘 시차가 다른 곳과의 이메일 연락이 잦다 보니 새벽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3일 전 보낸 사업제안서의 반응이 어떨지 더 궁금해서 자다가도 생각보다 자주 새벽에 눈을 뜨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그리고 사업제안을 보냈던 몇 군데 중에 사실 가장 호의적이었고 내 관심사항에 가장 귀 기울여 주었던 브랜드 오너의 답변임을 알고 벌떡 일어나 메일을 확인했다.
.. 인상적인 제안이었고, 당신이 좋은 커리어를 쌓아온 거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한 Sales에 경험이 없고 아직 유통 채널도 갖춰지지 않았으므로 미안하지만 현재는 당신에게 우리 브랜드를 맞길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잠이 확 달아나고 잠깐이지만 멍해져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읽었던 많은 글들과 또 조언들을 통해,
.. 강하게 부딪힐 수 있는 용기와 거절에 익숙해지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첫 번째 경험하는 거절이 익숙지 않고 낯설기만 하다.
머엉~함을 털어내고, 바로 자리에 앉아,
..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기에 그런 염려와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서두로
.. 내가 뚫을 수 있는 유통 채널은 어디 어디이며, 내가 자차적으로 구축하려 하는 채널은 어떤 것이다라는 긴 설명과 설득의 내용을 써야겠다는 가장 우선순위 해야 할 일이 떠올랐지만
첫 거절에 적응이 되지 않아 멍해지는 기분에 침대에 누운 채로 좀 더 머무르기를 택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의 경험과 앞으로 이렇게 할 것이라는 의지와 계획만 가지고 있는 먼 나라의 이방인이,
'당신 브랜드 나에게 맡겨주면 내가 한국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잘 키워볼게'라고 한다면 누가 흔쾌히 '좋다'라고 할 수 있겠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살면서 나는 거절에 참 익숙하지 못했던 거 같다. 늘 울타리 안에 있었고,
그나마 경험했던 거절은 울타리 안에서의 다독임, 동료 선후배들의 다독임으로 자기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창업을 준비며 겪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새로운 경험이니.. 첫 거절도 이 중 하나임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기 위해 치유보다는 극복과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
(웅얼웅얼)
D+109일 저녁이다..
댐의 작은 구멍이 점점 커지고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물줄기가 되듯이..
최근 몇 주 사이에 갑자기 벌어진 일들을 감당만 하는 것으로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 회사명 짓기 (네이밍) + CI 디자인하기
..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 나의 의지를 바잉한 고마운 브랜드
.. e-Commerce 최신 트렌드
등.. 빨리 써야 할 주제들이 밀려 있으니 분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