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마케터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요?
내겐 길었고, 숫자로는 짧았던 지난한 취준이 끝나고, 드디어 마케터로서 출판계에 들어오게 된다. 2023년 4월 11일. 그날은 내게 얼마만큼의 의미였는지. '책'이 그저 좋아서. 그래서 출판계로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고 그 속에서 흔들리기도 하며 지나온 시간들. 그 시간들의 결실이었다. 정말이지 기뻤다. 1차 면접을 보고, 2차 면접을 본 뒤 마포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의 감정. 기쁨과, 이제 됐다는 안도감과, 이제 출판인이 된다는 기대감이 섞인 황홀한 그 감정. 그게 나의 초심이겠지. 약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글을 적으며 그때의 마음과 감정을 되새겨본다. 그래, 나는 그렇게나 출판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출판 마케터가 됐으니, 이제 조금 알 것 같은 그 일에 대해 말해봐도 될까,라고 쓰고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는 출판 마케터 중에서도 온라인 마케터로서 일을 하고 있다. 주 업무는 SNS 포스팅과 관리, 협업 및 협찬, 전자책 관리.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정말 말 그대로 수많은!) 일을 하고 있다. 나의 핵심 업무인 인스타그램은 재밌고도 어렵다. 마케터의 일 역시 기획과 밀접하게 닿아 있어 새로운 포스팅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업로드해서 반응을 살피는 게 역동적이라 재밌고. 너무 빠른 흐름의 채널인 점과 그 로직을 온전히 이해 못 하는 점에서 어렵다. 그리고 SNS에 올리는 홍보 콘텐츠, 가령 카드뉴스 같은 것들이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솔직히 힘이 빠질 때도 있었다. 마케팅은 라면 끓이기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하는데. 온라인 마케팅은 아주 빠르면서도 한편으론 시간을 두고 흘러가는 영역인 걸까? 아직은 아리송한 그것.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만큼 이 글이 내게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에 맞게 홍보 콘텐츠를 구상하고, 직접 디자인과 제작을 해서 업로드하고, 광고도 돌린다. 책의 성격과 맞는 인플루언서, 유튜브, 카페, 블로거 등등 외부 홍보 채널을 서치하고 제안을 드려 협업 및 협찬을 진행한다. 때로 특정 성격의 책들은 정부 기관, 타 업계 등의 리스트를 서치 해서 도서를 증정해 드리겠다고 제안도 드린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외부 채널을 찾아야 한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자주 다른 인스타 채널도 봐야 하며, 디자인도 자주 하기 때문에 디자인 요소들도 꾸준히 참고해야 한다. 해야 하는 일들만 하면 참 좋을 텐데. 직업적, 개인적 발전을 위해 늘 분주하다.
이외에도 모든 직업이 그럴 것이지만, 다양한 업무가 내게 주어진다. 책마다 서평단을 운영해야 한다. 전자책 제작 파일을 편집 팀에서 받아 제작업체에 의뢰하고, 검수 과정을 거치고 유통해야 한다. 계약 종료 등 이슈가 발생하면 절판 요청도 돌려야 한다. 정기적으로 광고하는 곳의 일정을 부킹하고 일정에 맞춰 광고 파일을 넘겨야 한다. 최종 보도자료가 나오면 책의 DB를 등록하고 홈페이지에 등록을 한다. 책을 예쁘게 사진 찍어 업로드하는 것도 필수. SNS에 책 홍보 콘텐츠가 1개로 충분한가? 그럴 리가. 여러 개를 고민해서, 또 일련의 과정을 거쳐 올려야 한다. 요즘은 브랜딩이 중요해서 SNS만을 위한 콘텐츠도 기획한다. 적고 보니 하소연 같아 이만 줄이지만 이외에도 참 많은 일을 하는 직업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 이 한 줄은 어찌나 여러 곳에 찰떡으로 붙을 수 있는지. 출판 마케터의 기쁨은 확실하다. 내가 좋아하는 텍스트를 다루고 그것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슬픔도 명확하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재밌다는 것. 원래 무난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는 법이다. 변화무쌍한 이 일이 나는 재밌다. 그리고 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그리고 내가 더 잘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