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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oker Aug 09. 2016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다.
'빌런'의 매력이란?

영화푸념꾼의 첫 푸념

요즘 들어 악당, 악역이라는 말 보다 어느새 '빌런'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그래서 빌런이 뭔데?


vil·lain


명사

1.(이야기・연극 등의 중심인물인) 악당[악한]  

He often plays the part of the villain.

그는 자주 악당 역할[악역]을 연기한다.


2. 악인, 악한

the heroes and villains of the 20th century

20세기의 영웅들과 악인들

Industrialized nations are the real environmental villains.

산업 국가들이 진정 환경에 해를 끼치는 악한들이다.


3.(英 비격식) 범죄자


그러니까 악당이긴 악당인데 이야기나 연극의 중심인물이 되어야 비로소 '빌런'의 자격을 갖추는 모양이다.

요즘 DC와 마블이 티격태격하고 있는 건 다들 알겠지.

뭐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급으로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이지만 라이벌이 둘 밖에 없으니 봐주자고.

이 두 영화사에서도 지금 각각 메인 빌런들을 밀고 있는데 누군지 다들 알고 있나.



마블의 요즘 핫한 빌런은 역시 '타노스'.

사실상 마블의 요즘 스토리는 타노스가 저 인피니티 잼들을 모으는 과정의 떡밥이라고도 할 수 있지.

타노스가 인피니티 잼 여섯 개를 손에 있는 인피니티 건틀렛에 끼는 순간 어마 무시한 일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강력한 타노스도 결국 사랑하는 여인 '데스' 앞에서는 한낱 순정남에 불과하니 힘뿐 아니라 순정도 겸비해야 빌런의 자리에 오를 수 있나 봐.




사실 타노스 보다 좀 더 매력 있는 빌런은 로키.

이미 원작 코믹스에서도 매력 있는 빌런이었지만 로키 역할을 톰 히들스턴이 맞으면서 급 호감도 상승!

배신을 밥 먹듯 하는 로키지만 필요할 때는 또 타이밍 잘 맞춰 도와주니 덮어놓고 미워할 수도 없고.

게다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해맑게 웃는 태평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빌런다운 빌런이라 할 수 있네.



미워할 수 없는 빌런은 여기도 있지.

지구의 자기장을 조종할 수 있는 매그니토 역시 이완 맥켈런과 마이클 패스밴더가 역할을 맡아 프리퀄과 시퀄 시리즈 모두 캐릭터를 구체화시키는 데 성공했지.

자신의 동지인 찰스와 애증의 관계를 가지며 급진적으로 돌연변이들을 위하여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때론 과격하지만 상당 부분 이해가기도 해.

덕분에 엑스맨 시리즈는 보수와 진보라는 밸런스가 적절하게 맞아 들어가지.


자~ 여기까지는 마블 빌런들이었고.

이에 대항하는 DC의 빌런들이 모인 영화가 바로 최근에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 였지.

그런데 솔직히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빌런들이 매력적인지는 잘 모르겠어.

물론 할리 퀸은 논외지만.

마블의 빌런들이 매력 있는 이유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충분한 동기가 있고 관객들도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야.

타노스는 절대 악처럼 그려지니 예외로 하고 로키나 매그니토 같은 캐릭터들이 팬층이 두터운 이유도 그것 때문이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이들의 성격과 배경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은 빌런으로서 필수적이야.

그렇지 않으면 그저 동내 부랑배들과 다를 게 없잖아?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도 저 많은 히어로들을 영화 안에 욱여넣어서 과포화가 되었었지.

그런데 이번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마찬가지야.

단지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들을 욱여넣었던 거지.



이렇게나 많은 빌런들을 소개하는데 영화 한 편으로 될까?

관객들은 이들에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해.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솔직히 영화 포스터나 배색으로만 봐도 조커와 할리퀸에게 의존하고 있지.


중앙에 있는 조커와 할리퀸의 마크

이 영화에서 빌런의 매력을 갖춘 건 할리 퀸뿐이야.

적어도 할리 퀸에 대해서는 배경과 동기가 제시가 되고 마고 로비라는 배우를 통해 매력적인 할리 퀸이 탄생했지.

하지만 다른 빌런들은?

빌런은 처음에도 말했지만 극의 중심에 있어야 해.

조커와 할리가 이 영화의 중심에 놓였을 때 이미 다른 빌런들은 더 이상 빌런이 아니라 조력자가 되어버리지.

거기다 관객들이 이들에 대해 본 적도 없어 낯설어한다면? 

이들은 그저 조커와 할리를 위한 장치에 불과해지는 거야.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그저 할리 퀸의 데뷔를 위한 장으로 만들었으니 다른 빌런들에 대해 다른 영화에서 충분히 설명해주길 바랄 뿐이야.

다른 빌런들도 그저 이렇게 묻히기에는 잠재적인 매력이 많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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