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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oker Aug 13. 2016

'덕혜'를 보고 '캣니스'를 느끼다.

영화 푸념꾼의 두 번째 푸념

요즘 역사왜곡으로 핫한 영화 <덕혜옹주>를 보고 왔어.

어떤 부분이 왜곡 혹은 각색된 것인지는 내 블로그에 정리해놨으니 참고하라고.


이번 글은 <덕혜옹주>를 보면서 계속해서 <헝거게임>이 겹쳐 보였기 때문에 쓰게 됐어.

(어디까지나 영화 <덕혜옹주>가 그렇다는 거야.)

덕혜와 캣니스가 겹쳐 보이는 것은 혹은 그녀들이 처한 상황이 비슷해 보이는 것은 나뿐인 걸까.

그럼 덕혜와 캣니스가 어떤 점에 있어서 같은지 좀 살펴보자고.



1. 자유의 상징이 된 그녀들



<덕혜옹주>에서 덕혜는 일본에 가서도 한글을 가르치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상징이 돼.

한국에 있었을 때는 한택수에게 일본 귀족이 "덕혜옹주를 중심으로 조선인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있다" 고 말하기도 하지.

그래서 일본인들은 희망의 상징인 덕혜옹주를 일본으로 유학 보내지 못해 안달을 내다가 결국 일본의 일출 소학교로 덕혜를 보내버리는 데 성공하게 돼.


캣니스는 두말할 것도 없지.

평범한 소녀였던 캣니스 에버딘은 매년 열리는 헝거게임에 추첨돼서 원치 않는 헝거 게임을 하게 돼.

결국 자신과 같은 구역에서 온 남자아이 피타 멜라크와 둘만 남게 된 캣니스.

헝거 게임의 절대 규칙 '살아남은 한 명만이 승자가 된다'를 따르고 싶지 않았던 캣니스는 독 딸기를 먹고 둘이 같이 죽자고 피타에게 제안을 해.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하지 말자' 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때 게임의 진행자가 사상 최초로 이 둘을 공동 우승자로 선언하면서 캣니스와 피타는 모두 살아남게 되지만 이 행동 때문에 캣니스는 체제에 저항한 자유의 상징으로 남게 돼.

그리고 그녀가 게임을 할 때 지니고 있던 브로치의  '흉내 어치'의 이름 따서 그녀를 '모킹제이'라고 부르게 되지.




2. 원치 않는 결혼, 그녀들을 사랑한 남자들



덕혜와 캣니스는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되지.

덕혜는 일본 천황가의 명령으로 소 다케유키라는 일본 남자와 결혼하게 돼.

그런가 하면 캣니스는 자신과 함께 독 딸기를 먹으려고 했던 남자, 피타 멜라크와 결혼을 해.

자신과 피타가 했던 일이 체제에 저항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진짜 피타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에게 믿게 하기 위해서 스노 대통령이 시킨 일이었지.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소 다케유키와 피타 멜라크는 다 자신들의 아내를 굉장히 사랑했다는 점이야.

소 다케유키는 조선으로 귀국하기만을 바라는 덕혜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줬고

피타 멜라크 역시 자신의 진짜 연인인 게일만을 바라보는 캣니스가 자신을 이용하는 것을 알고도 그녀에게 장단을 맞춰주지.

게다가 이 두 남자 모두 외모면 외모 스펙이면 스펙 꿇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고.

소 다케유키는 사진처럼 훤칠한 미남에다가 동경대 영문학과를 나온 엘리트였고 피타 역시 헝거 게임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강한 체력뿐 아니라 상냥함까지 갖췄으니 더 할 말 것도 없지.


하지만 이들이 원한 남자들은 따로 있었으니...

캣니스는 게일 바라기에다가 덕혜는 자신을 데리러 올 김장한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 여자들의 남편들이 얼마나 답답했을지는 상상에 맡길게.




3. 그녀들을 통제하려는 남자들


실존인물 한창수에게 영감을 받아서 탄생한 인물 한택수.

사실상 덕혜옹주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인물이자 비열한 방법으로 영화 내에서 덕혜를 시련에 빠뜨리는 못된 인물이기도 하지.

그 자신의 포악 때문에 독립혁명단에게 제거 1순위로 꼽히기도 해.

뿐만 아니라 덕혜의 친어머니인 복녕당 양씨를 조선에 두고 일본에 있는 덕혜에게 양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협박을 하기도 하지.

가장 인상 깊은 대사는 역시

"옹주님께서는 앞으로 조선 땅 밟을 일은 영영 없을 것입니다"



이 자는 헝거 게임을 주최하는 캐피톨의 대통령 스노우야.

캣니스의 행동 때문에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캣니스에게 피타와 결혼하라고 강요한 인물이기도 하고 역시나 악역답게 캣니스의 가족들과 피타를 인질로 잡아 캣니스의 행동을 제한하지.

대통령을 자처하지만 헝거게임의 모티브가 로마인 것을 생각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독재자에 가깝지.

실제로도 헝거 게임에서 우승한 사람들에게 약속했던 부를 주는 대신에 가족이나 연인을 빼앗는 포악한 인물이라고.

명대사라면 피타와 행복한 연인인 척 연기를 하는 캣니스에게 했던 

"그들을 믿게 하지 말고 나를 믿게 만들어라"










이 두 인물 모두  겉은 점잖은 양복쟁이에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는 위선자인 것은 물론이고 체제의 수호자이자 체제에 편승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려는 인물이기도 하지.




4. 눈물겨운 연설 혁명의 불씨가 되다.


내가 두 영화의 유사성을 떠올리게 된 것은 사실 연설 씬의 유사성 때문이야.

헝거 게임에서 캣니스와 피타는 우승 후 자신들의 행복함과 캐피톨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12개의 구역들을 순회하며 연설을 하게 돼.

캣니와 피타의 가족들이 볼모로 잡혀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당연히 스노가 시키는 대로 연설을 할 수밖에 없었어.

덕혜 역시 마찬가지였어.

자신의 생모가 조선에 있으니 한택수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지.

하지만 두 캣니스와 덕혜 모두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었어.

그들은 결국 자신들의 진심을 담은 말들로 대중들을 움직였고 그들의 말은 혁명의 불씨가 돼.



헝거게임에서는 캣니스의 말이 끝나자 캐피톨에 대항하고 헝거 게임에서 죽은 자들을 추모하는 사진과 같은 손동작을 민중들이 취하며 독재에 반발해.

이 동작은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나온 것인데 작년에 태국 방콕에서 군부 쿠데타를 반대하는 태국 시민들이 실제로 이 동작을 취하며 저항했다고 하니 영화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겠지.

반면 <덕혜옹주>에서는 군중에 있던 할아버지가 아리랑을 선창 하자 노동자들 모두가 이를 따라 부르는 장면이 나오지.



5. 그녀들이 원했던 평화, 그 이후


이렇게 혁명의 불씨가 된 그녀들의 마지막은 어땠을까.

캣니스는 12번 구역으로 돌아가지만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일들을 악몽으로 다시 보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덕혜 역시 마찬가지야.

낙선재에서 생을 마감한 그녀이지만 일본에서부터 앓아온 그녀의 정신병은 호전되지 않았지.

그리고 결국 1989년 4월 21일 우리나라의 마지막 황녀는 영면에 들게 되지.

하지만 캣니스는 그렇게 쓸쓸한 최후를 맞지는 않아.

곁엔 피타와 가족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투쟁과 억압이 그녀들에게 남긴 정신적인 상처는 영원히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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