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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oker Aug 21. 2017

<슈퍼 배드 3> 조금 깊게 파보기

재미로 봤던 애니메이션 심리학적으로 보기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 웬만한 장편 영화를 뺨치는 요즘, 환영받는 애니메이션 한 편이 개봉했다.

바로 <슈퍼 배드 3>.

물론 영화적으로 뛰어나거나 하지 않지만 스핀 오프 작인 <미니언즈> 시리즈보다는 깊이가 있다.

<미니언즈> 시리즈가 클리셰 덩어리를 귀여운 캐릭터로 풀어내려 하는 반면

원작인 <슈퍼 배드>는 그 나름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특히 그 깊이는 캐릭터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루가 그냥 못생기고 목소리도 안 좋은 대머리 캐릭터라고 그의 쌍둥이 동생 드루가 짐만 되는 돈 많고 잘생긴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슈퍼 배드> 시리즈의 인물들 특히 성인들은 특색 없는 인물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엔 <슈퍼 배드 3>의 인물들을 심리학적으로 조금 깊게 파보려고 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전작들은 어땠을까

   a. <슈퍼 배드 1>

<슈퍼 배드>의 첫 번째 작품의 심리학적 모티브는 부모의 유형과 애착관계였다.

바움 린드의 양육 유형론에 따른 부모의 양육 유형에 따라 각각 '무시적' 양육 형태와 '독재적' 양육 형태를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 부모와 적절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그루와 벡터가 왜 악당이 되려고 하는가를 그린 작품이다.

또한 그루의 세 딸들 역시 그루와의 애착 관계 형성을 원하는 태도가 다르다.

자세한 리뷰는 필자가 썼던 <슈퍼 배드 1>의 리뷰를 참고하길 바란다.


    b. <슈퍼 배드 2>


<슈퍼 배드 2>에서는 부모와의 애착 관계 형성에 실패했던 그루의 이성과의 사랑을 다룬다.

또한 그루와 딸들 관계를 보여주며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커서 부모가 되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역시 알 수 있다.

물론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그루는 이성과의 사랑도 가족 사이의 사랑에도 서툴다.

역시 마찬가지로 <슈퍼 배드 2>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리뷰는 필자의 네이버 블로그에 있다.



2. 그렇다면 3편은?

    a. 그루와 드루


3편에서는 보다 많은 심리학적 요소들이 드러난다.

먼저 이번 3편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루의 쌍둥이 동생 드루를 보자.


그루의 쌍둥이 동생 그것도 일란성이 분명하건만 그루와는 다르게 눈부신 외모와 재력을 갖추고 있는 드루.

게다가 머리까지 풍성한 금발이다.

하지만 드루 역시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사정은 그루와 다를 게 없다.

드루 역시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부모와의 양육 형태가 여실히 드러났던 그루와는 다르게 드루가 아버지와 어떤 관계를 형성했는지는 영화 내에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지만 드루 역시 대악당이었던 아버지에게 악당 소질이 없다며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게 있어 악당 기질을 다분하게 타고 난 형 그루는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다.

어머니와의 애착관계 형성에 실패하고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그루처럼 드루 역시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그루에게 다시 한번 악당 역할을 부추긴다.

이 '부추기는 것'에 또 다른 심리학적 요소가 숨어 있다.

그루와 드루는 일란성쌍둥이이다. 

게다가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으면서 행동의 동기가 되는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 역시 동일하다.

즉 그루와 드루는 한 명의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이아몬드를 훔치차며 그루를 꼬시는 드루와 가족들을 생각해 이를 참으려고 하는 그루.

그리고 그 그루와 드루가 사실 한 인물이라고 가정한다면


프로이트의 이드, 자아, 초자아로서 설명이 가능해진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아가 있다.

그리고 그 자아에게 계속해서 본능에 충실하도록 부추기는 '이드'와 사회적인 시선이나 도덕관념 등을 상기 키시며 이드를 누르게 하는 '초자아'가 있다.

즉 악당일을 하자고 부추기는 드루가 이드, 그러한 행동을 못하게 하는 그루가 초자아가 된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 프로이트의 이드, 자아, 초자아를 가지고 오는 경우 그림에서 처럼 대부분 이드를 악한 것으로 초자아를 선한 것으로 그린다.

그리고 대부분 관념적으로 악은 검은색 선은 흰색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슈퍼 배드 3>에서는 누가 봐도 악당인 검은색으로 대표되는 그루가 초자아, 누가 봐도 잘생기고 선해 보이는 드루가 이드로 상징된다.

즉 이것은 감독의 의도적인 비틀기라고 생각된다.


   b. 빌런, 발타자르 브래트


3편의 메인 빌런은 발타자르 브레트라고 하는 인물이다.

이 인물은 굉장한 복고 마니아이다.

진지한 싸움 장면에서 복고 댄스를 선보이며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빌런이지만 사실 이 빌런이 복고풍인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발타자르가 소년기에 고착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리비도는 구순기(口脣期) ·항문기(肛門期) ·남근기(男根期) 등의 유아성욕(幼兒性欲)의 단계를 거쳐, 잠복기에 들어갔다가 사춘기가 되어서 다시 성기기(性器期)로서의 활동을 개시하는데, 이들 각 발달단계에서 리비도의 만족이 곤란하게 되면 욕구좌절(frustration)이 생겨 퇴행이 일어난다. 이 퇴행이 그때까지의 발달단계의 어디까지 되돌아가느냐를 결정하는 요인이 고착(固着)이다. 즉, 특정한 발달단계에 특히 강력한 리비도 만족으로의 집착이 일어나면, 일단 다음 단계로의 발달이 성립되었어도 그 고착점으로의 퇴행이 일어나기 쉽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고착점의 형성조건으로 과잉만족, 극단적인 불만족의 양자를 들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고착 [fixation, 固着] (두산백과)


고착 자체가 위와 같은 심리학 용어인데 쉽게 설명하면 각각의 단계에서 욕구의 충족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단계에 고착된다 즉 머물러 있는다는 말이다.

극 중에서 발타자르는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을 따서 만든 로봇으로 할리우드를 파괴하려고 한다.

또한 그가 항상 하는 대사 "나는 나쁜 아이였지.(I've been a bad boy.)"를 통해 그의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정신은 자신의 소년기에 멈춰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빌런이 복고풍(retro) 하다는 설정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즉 발타자르는  소년기 고착으로 인해 자신의 소년 시절에 유행했던 노래와 음악을 아직도 좋아하는 것이고 이것이 현대인인 관객과 그루의 눈에 복고풍(retro)로 비치는 것이다.

<슈퍼 배드> 시리즈의 악당들을 덮어놓고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각각의 악당들마다 이러한 심리적인 결핍이 있기 때문이다.

그루, 드루, 벡터, 발타자르 모두 어딘가에 서툴고 부족한 인물이다.


3. 아쉬운 점

   a. 분산된 소재

이번 작품의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한 작품에 넣기에는 아까운 소재가 분산되었다는 점이다.

영화를 이루는 두 가지 축 즉 '그루, 드루 형제의 자아 찾기'와 '루시의 엄마 되기'가 다소 산발적으로 전개되고 잘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봤을 때 이번 시리즈는 전자 즉 그루, 드루 형제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대담하게 루시의 이야기는 다음 시리즈를 위해 남겨두었어야 했는데 욕심이 낸 나머지 그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는 바람에 중요한 루시의 엄마 되는 과정이 많이 빈약하다.

사실 심리학적 모티브가 많이 깔려 있는 <슈퍼 배드> 시리즈 이므로 루시가 제대로 된 엄마가 되는 모습을 따로 다뤄도 충분히 재미있었을 테고 또 그래야 했지만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진짜 엄마로 승급된 루시의 모습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았다.


   b. 미니언즈

이번 작품의 아쉬운 점은 미니언들의 활용 방식에도 있다.

처음 부분에서도 말했듯이 <슈퍼 배드> 시리즈는 메인 캐릭터인 그루보다 조연인 미니언들의 팬이 더 많다. 

하지만 3편에서는 첫 시작부터 미니언들이 파업을 하면서 시작하여 영화의 주요 플롯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미니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영화 내내 그들 만의 탈출기를 관객들에게 보여 주며 주요 플롯에서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뿐이다.

이는 아마 <미니언즈> 시리즈를 통해 터득한 전략이겠지만 굳이 <미니언즈>보다 무거운 <슈퍼 배드>에 미니언들을 이렇게 가볍고 소비적으로만 사용해야 했을까.

충분히 시각적인 귀여움을 확보하면서도 주요 플롯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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