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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oker Dec 18. 2017

<강철비> 강철의 차가움과 비의 따뜻함

무비 패스로 이번엔 개봉 전부터 세간의 기대를 모았던 영화 <강철비>를 보고 왔습니다.

<변호인>의 감독인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4년 만에 나오는 작품이라 기대가 남달랐습니다.

인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렸던 감독이 이번에는 스케일을 키워 남북 간의 전쟁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만약에 근거한 도발적인 줄거리


이 영화는 꽤나 도발적인 설정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북한 1호 즉 김정은이 치명상을 입게 되고 북한군 엄철우(정우성)가 김정은을 남한으로 대피시키면서 이 영화는 시작합니다.

도발적인 설정은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 실력 있는 연출을 담보로 합니다.

양우석 감독은 영리하게도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오면 있을법한 남북한과 국제 정세를 총체적으로 제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정은의 소재와 생사를 변수로 남한, 북한, 일본, 미국, 중국이 각각 어떤 대처를 할 것인가를 무리 없이 전개해 나간 것입니다.

하지만 가히 놀랄만한 것은 이 정세를 그리는 방식의 치밀함 뿐 아니라 그것을 그리는 스케일에 있습니다.

감독은 김정은이 남한에 있다면 있을법한 일들을 굉장히 큰 스케일로 그려냅니다.

가령 북한이 청와대를 공격한다든가 북한의 미사일을 미국이 막아낸다든가 하는 것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성공적으로 표현합니다.

정말 남북관계를 다룬 영화 중에 이 정도 스케일을 자랑한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케일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단지 액션이나 스케일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방점은 다른 곳에 찍혀 있습니다.


2. 전쟁은 막는 것은 사소한 것, 가족적인 것, 개인적인 것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앙을 막기 위해서 개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분단된 나라의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자들 때문에 더 고통받는다."

애당초 이 영화에서는 각국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독단으로 인해 전쟁이 진행됩니다.

북한에서는 쿠데타를 일으킨 리태한(김갑수)에 의해 전쟁이 발생하고 남한에서는 역사의식이 없는 현직 대통령 이의성(김의성)의 주도로 전쟁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렇게 전쟁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개인들에 대항하는 사람들 역시 두 명의 개인입니다.

바로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엄철우와 곽철우(곽도원)입니다.

이 영화에서 실제적으로 전쟁을 막은 것은 이 두 남자입니다.

이 둘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신뢰를 쌓고 그 신뢰의 결과로써 전쟁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둘을 연결 지어주는 것은 바로 서로의 가족을 위하는 마음입니다.

두 철우 모두 무뚝뚝하고 부족하지만 서로의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가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어떠한 큰 계기가 있지는 않지만 두 명의 철우는 서로의 가족을 위한 마음을 느끼고 서로를 믿게 됩니다.

영화는 전쟁이라는 한껏 올라간 긴장을 풀기 위해 이 두 철우의 관계에서 소소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영화의 곳곳에 이 두 사람의 캐미로 인하여 폭소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과도하지 않게 배치되어 있어 영화의 강약과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 영화는 크게 보면 전쟁 영화, 액션 영화이지만 작게 보면 두 남자의 버디 무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두 남자의 활약으로 전쟁을 막는다는 점에서는 영화 <스파이 브릿지>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3. 역사의식



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주인공 곽철우는 초반 대학 강의 장면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뿐 아니라 현재의 남북 분단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 당선인 김경영(이경영)은 극 중 발언과 읽고 있는 책을 통해 역사의식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역사의식이 있는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을 선명하게 대조하기 위하여 두 명의 대통령을 설정합니다.

한 명은 역사의식 없이 전쟁을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기존의 대통령이고 한 명은 역사의식을 가지고 북한의 전쟁급 도발에도 평화적으로 대처하자는 대통령 당선인입니다.

다소 노골적이기는 하지만 감독은 이 지점을 통해서 통일이라는 것은 반드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4. 단점 : 캐릭터의 낭비

영화가 전체적으로 매끄럽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단점은 있습니다.

스케일이 큰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몇몇 등장인물들은 굳이 필요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북한 개성공단의 여직원들은 큰 역할을 할 것처럼 그려지다가 두 명 모두 죽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갑수의 존재가 영화 내에서는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하지만 정작 결말 부분에서는 다소 허무하게 죽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남한의 두 대통령의 대립 역시 그 자체로 흥미가 있고 무거운 주제인만큼 좀 더 분명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서 이분법적이고 노골적으로만 그려질 뿐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깁니다.


5. 강철비의 의미


필자 역시 영화를 보고 제목인 '강철비'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습니다.

강철비를 검색 엔진에 검색해 보면 다연장로켓포가 결과로 나옵니다.

즉 영화에서 모든 것의 시작이 되었던 로켓포를 의미하는 제목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 뜻보다도

‘강철’의 차가운 설정을 ‘비’의 감수성으로 마무리

라는 씨네21의 허남웅 평론가가 남긴 한줄평에 있는 해석이 더 와 닿습니다.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소재를 두 남자의 우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풀어나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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