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 패스로 이번에는 포스터부터 풋풋함이 느껴지는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이러한 종류의 버디 무비는 굉장히 많기 때문에 결국 방점은 소재보다는 어떻게 영화를 풀어가는가, 즉 구성에 있습니다.
<첨밀밀>의 감독답게 진가신 감독은 다소 작위적이고 안정적이지만 유려하게 버디 무비를 풀어나갑니다.
게다가 곳곳에 반전 요소들 역시 숨어 있어서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줬습니다.
<첨밀밀>의 감독이기도 한 진가신 감독이어서 그런지 이번 영화에도 첨밀밀과 같은 요소들이 많이 남겨져 있습니다.
어릴 적 두 주인공의 조우, 현실의 장벽, 우연적인 재회 등이 <첨밀밀>에서는 남녀 주인공 사이의 사랑을 바탕으로 이러한 요소들이 버무려졌다면 이번 작품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서는 두 여자 주인공들 사이의 이야기에서 똑같은 요소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칠월과 안생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써보겠습니다.
※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두 친구, 안생과 칠월이 만난 이후 안생은 자유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처음 표출되는 그녀의 자유에 대한 욕망은 그녀를 정처 없이 떠돌게 만듭니다.
전 세계를 자유롭게 떠돌며 일정한 거처 없이 생활했던 그녀는 살아가기 위해 산전수전을 모두 겪게 됩니다.
그 결과 그녀는 남자관계 역시 자유로우며 돈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방법들은 안정적인 삶을 살았을 관객들에게 그리고 칠월에게 방탕하게 보입니다.
이 영화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칠월이라는 필명으로 누군가가 쓰고 있는 '칠월과 안생'이라는 인터넷 소설이 액자 안의 이야기가 되고 그 소설을 읽고 있는 안생의 이야기가 액자 바깥에 있습니다.
하지만 액자 바깥의 안생은 액자 안의 안생의 모습과는 달리 정착을 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아이까지 있습니다.
관객들은 이 지점부터 궁금해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안생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기에 자유롭게 떠돌던 안생이 정착하게 되었는지를 말이죠.
안생이 자유를 갈구하는 자유로운 새라면 칠월은 온실 속의 화초에 가깝습니다.
안생과 달리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의 말을 따라 브래지어를 했던 그녀는 자유롭기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직업학교에 들어갔던 안생과는 달리 칠월은 일반계 학교에 진학하고 공부도 잘해서 명문대에 진학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녀의 곁에는 그녀의 사랑인 가명이 있습니다.
부모님에게서 오는 지원과 가명과의 사랑을 바탕으로 그녀는 안정적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가명과의 사랑을 이어나가지만 이내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러한 회의의 기반에는 물론 안정적인 삶을 사는데서 오는 지루함도 있지만 자신의 남자인 줄로만 알았던 가명이 사실은 안생에게 마음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데서 오는 의심도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안생이 떠나던 날 고개를 숙인 안생의 목에서 흘러내린 가명의 목걸이를 보게 된 칠월은 안생과 가명의 관계를 짐작하게 되지만 이내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며 살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안생에게 가명의 마음이 또다시 흔들리자 칠월은 안생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게 됩니다.
이때 칠월의 심리의 기저에는 그녀가 욕망하는 자유와 가명의 마음을 모두 갖게 된 안생에 대한 시기와 질투에 깔려있습니다.
즉 가명이 자신보다 안생에게 끌리는 이유가 자신에게는 없는 '자유' 때문이라고 칠월은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의 두 축이 칠월과 안생이라면 이 둘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존재, 가명도 있습니다.
가명은 칠월과의 사랑을 통해서 안정을 추구하는 한편 자유로운 안생에게 마음을 주기도 합니다.
또 칠월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영원히 머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안생처럼 온전히 자유롭게 떠돌아다니지도 못합니다.
따라서 자유로운 안생이 돌아왔을 때 그녀에게 다시 한번 흔들리게 되지만 이내 다시 안정적인 삶을 찾아 칠월에게 돌아갑니다.
이를 통해 봤을 때 가명은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 즉, 자유와 안정 사이에서 항상 갈등하는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이 가명이라는 인물 때문에 칠월과 안생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고 가명이 칠월과의 결혼식 당일날 도망침에 따라서 칠월과 안생의 운명이 바뀌게 됩니다.
가명이 결혼식 당일에 도망치고 나서 칠월은 안생이 20대 때 했던 그대로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똑같은 장소를 여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유를 찾게 되지만 가명의 아이를 낳다가 사망하게 됩니다.
반면 안생은 요리를 잘하는 남편을 만나 안정적인 가정을 꾸립니다.
그리고 칠월의 부탁대로 칠월의 아이, 동동을 같이 키우게 됩니다.
안생은 20대 때 하지 못했던 공부를 시작했고 남편의 식당일을 도우며 안정적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안생은 '칠월과 안생'이라는 인터넷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칠월이 어딘가에서 쓰고 있을 줄 알았던 인터넷 소설은 사실 죽은 칠월을 그리며 안생이 칠월이라는 필명으로 연재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속 현실에서 칠월은 자유를 온전히 느껴보지 못하고 죽었지만 소설 속 칠월은 안생에게 자신의 아이를 부탁하고 자유를 만끽하러 떠납니다.
그렇게 두 여인의 엇갈린 운명은 끝을 맺게 됩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분명합니다.
그 강점이란 두 여배우의 연기입니다.
다소 뻔하고 안정적인 버디 무비의 형식 안에서도 두 여배우는 놀랄만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스토리라인 상 자유와 안정이라는 면모를 모두 한 얼굴 안에 담아야 했던 두 여배우는 이질감 없이 그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담아냅니다.
특히 안생 역을 맡은 주동우는 톡톡 튀는 자유로운 안생과 성인이 되어 칠월을 그리는 안생의 모습을 너무나 청초하고 아름답게 표현해냈습니다.
안생과 칠월이 여행하면서 펼쳐지는 세계 각국의 풍경 역시 이 영화에 볼거리를 더해 줍니다.
안생과 칠월이 엇갈린 운명은 결국 안생과 칠월이 결국 하나의 인간의 다른 욕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결국 인간은 자유를 누리면서도 어느 정도의 안정을 원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