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빠야!
한국을 대표하는 회사인 삼성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일어났어.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건 알고 있지? 그 스마트폰 일부에서 수상쩍은 게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온 거야. 여기서 말하는 ‘수상쩍은 것’은 스파이웨어라고 하는 나쁜 소프트웨어야. 스파이처럼 누군가를 몰래 쫓아다니면서 감시하는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스파이웨어라고 해. 삼성이 자기들 제품에 이런 나쁜 소프트웨어를 미리 심어둔 채로 판매했다는 게 이번 논란의 핵심이야.
제일 먼저 논란을 촉발시킨 건 사이버 보안 관련 단체인 인터내셔널사이버다이제스트(International Cyber Digest)야. 지난 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삼성전자가 자사 휴대폰에 앱클라우드(AppCloud)라고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채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고 한 거야. 그러면서 이 앱클라우드가 “사실 삭제할 수도 없게 만들어진 이스라엘산 스파이웨어”라고 주장했어. 이 짧은 문장에 너무나 많은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하나
하나 설명해야 할 것 같아.
앱클라우드는 현재 중저가형 갤럭시 폰들에서 발견되고 있는 앱이야. 구매자가 따로 설치할 필요도 없어. 폰을 사서 포장을 뜯으면 이미 앱클라우드가 설치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야. 앱클라우드는 이스라엘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아이언소스(ironSource)라는 곳에서 만들었는데, 문제는 이 아이언소스가 이미 이전부터 수상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 인스톨코어(installCor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 몰래 또 다른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적이 있었거든.
표면적으로 봤을 때 앱클라우드는 사용자에게 여러 가지 앱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보통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 등 공식 애플리케이션 장터에 들어가 자기가 필요한 앱을 직접 검색하고 선택해 설치하지. 하지만 이건 그래도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한 사람들의 행동 패턴에 속해.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나 스마트폰에 덜 익숙한 사람들, 그래서 스마트폰에 어떤 앱을 설치해 어떻게 쓸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앱을 추천해 주는 앱을 꽤 많이 이용하고 있어.
스마트폰에 덜 익숙한 사람들은 보통 어디에 있을까? 개발도상국이야. 이런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한 대 구입하는 걸 매우 부담스러워 해. 그래서 하나 구하더라도 중고 제품이나 중저가형을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지. 이런 지역의 사람들 입장에서는 앱클라우드 같은 앱이 꽤나 훌륭한 사용설명서 역할을 해준다고 할 수 있어. 실제로 이번에 논란이 된 삼성 스마트폰이 뭔지 알아? A와 M 시리즈야. 중저가형이지.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접하는 갤럭시 S는 고급형이라 비싼 것들이고, 갤럭시 A와 갤럭시 M은 그보다 한두 단계 아래에 있어 개발도상국에서 인기가 많아. 뭔가 그림이 겹치지? 개발도상국에 잘 팔리는 핸드폰에, 하필 개발도상국 사용자들이 잘 사용할 앱이 설치돼 있다는 게 말야.
또 하나 참고할 만한 건 ‘이스라엘’이라는 키워드야. 인터내셔널사이버다이제스트에서 삼성 저가형 핸드폰에 설치된 앱클라우드를 두고 ‘삭제할 수 없는 이스라엘산 스파이웨어’라고 했지? 그리고 앱클라우드를 개발한 회사가 이스라엘 회사라는 것도 언급했고. 스파이웨어는 누군가를 몰래 감시하는 나쁜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이스라엘은 원래부터 스파이웨어를 잘 만드는 나라였어. 이스라엘은 덩치는 작은데 주변에 덩치가 훨씬 큰 적국들이 호시탐탐 공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에 수상한 움직임을 늘 주시하고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했지. 그러면서 이런 감시 기술이 발전한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도 휴전 국가라 국방 기술이 꽤나 발전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 그러다가 이스라엘은 그 발전한 감시 기술을 ‘수출품’으로 만들어 세계 곳곳에 판매하기까지 했어. 그게 바로 스파이웨어야.
좀 이상하지? 저 위에서는 스파이웨어를 ‘나쁜 소프트웨어’라고 해놨는데, 이제는 그걸 ‘수출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니 말야. 그건 스파이웨어가 처음부터 나쁜 의도로 개발된 건 아니기 때문이야. 방금 이스라엘이 적국들을 주시하느라 감시 기술을 키웠다고 했지? ‘감시’라는 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대상에게 하느냐에 따라 좋은 게 될 수도 있고 나쁜 게 될 수도 있어. 정부가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 적 군대를 감시하는 건 좋은 감시지. 하지만 정부가 반대파들을 억제하기 위해 자국민을 감시한다면, 그건 꽤나 나쁜 감시가 될 수 있어.
스파이웨어를 이스라엘로부터 사가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이유’를 가지고 있어. 우리 국민들을 테러나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범죄 단체와 위험 인물들을 감시하겠다는 거야. 그런 좋은 목적을 제시하는데 이스라엘이 어떻게 팔지 않겠어? 하지만 실상은 달라. 구매자들은 테러 조직과 범죄 단체만이 아니라 자기들에게 반대하는 기자, 시민단체, 운동가, 반대 세력까지도 전부 감시하고 있어. 이스라엘은 ‘우리는 판매만 할 뿐이지 구매자가 스파이웨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까지 지시할 수 없다’며 자기 책임 아니라고 하는 상황인데, 여기에 딱히 반박하기가 힘들기도 해. 그래서 스파이웨어를 ‘회색 지대의 물건’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어. 좋고 나쁘고를 구분하기 힘든, 애매한 위치의 제품이라는 것이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