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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May 28. 2023

첫 한 걸음

다만, 성공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만큼 충분한 동기를 갖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테스트를 제안할 수는 있다.  (...) 지금부터 시작해서 3개월간, 매일 5분씩 일기를 작성한다.

- 제럴드 와인버그, [테크티컬 리더]


오늘 아침까지도 이걸 할지 말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는 과연 당장 오늘 이 일을 맡을 수 있을까? 애초에 내가 할 것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지 않은 이 일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야, 오늘까지만 대신 해달라고 부탁하는 수도 있어. 음, 그래도 어차피 당장 내일 아침부터 이 일을 내가 해야 한다면, 차라리 오늘 미리 예습한다고 생각하고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결국 예정대로 내가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첫 10분을 마친 뒤, 아니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긴장하고 조급함을 느끼는 탓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겁과도 같았던 그 10분이 지나고 나서, 나는 나의 몸과 마음의 반응 그리고 감상을 즉시 노트에 옮겨적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입이 바짝 마른다. 여유가 부족하다. 참여자와 소통하는 것이 어렵다. 스크립트를 읽는 방식이라 좀 기계적인 느낌이다. 완벽보다는 개선을 목표로


약 2시간 동안 강사님의 세션이 끝난 뒤 다시 나의 차례가 돌아왔다. 아까 전 나의 반응을 알아차린 덕분에, 한결 가볍고 여유롭게 진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과정을 마친 뒤, 내 귀에 들려온 주변 사람들의 코멘트는 이러했다.


"한 두 번 더 하면 마스터하시겠는데요?"

"맞아요 OOO님*보다 더 잘하셨어요!" 

*OOO님은 내가 맡은 이 부분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고객사의 HRD담당

"초반보다 나중에 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그 점이 좋았어요"


오랜 만에 글을 써서일까? 아니면 짧은 시간 안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감정이어서일까? 벌써 5분을 넘겼다.


완벽보다는 개선을 목표로. 내가 쓴 말인데 참 마음에 든다. 내일도 오전과 오후 모두 교육이 예정되어있고, 오늘처럼 M365 교육의 한 부분을 도맡아 진행해야 한다. 오늘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을 내일은 조금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없었는데, 긴장하고 불안했는데,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무대에 올라섰다. 그리고 초반 10분을 한 뒤 회고하고, 이를 개선하여 후반 45분에 임했다. 그런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아주 뿌듯하다!


시작은 늘 두렵고 낯설다. 중요한 건 일단 한 걸음 발을 떼는 것. 

그것이 가장 어렵고, 그 때가 가장 괴롭다. 


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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