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기록한 바대로 1차 서류전형을 합격하고 2차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면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회복지기관의 채용절차에서 1차 서류전형을 합격하면 보통 2차로 면접을 보게 된다. 그런데 지원자가 많은 기관인 경우 3차 면접이 있거나 필기시험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면접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해보면 면접의 유형은 1대 1면접 또는 1대 多 면접이 있는데 신입직원의 경우 지원자가 많은 경우 시간 관계상 1대 多면접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는 1대 1면접 보다는 1대 多면접을 선호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1대 1면접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시간이 짧은데 1대 多면접에서는 내가 첫번째 순서가 아니면 답변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그래도 조금씩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좋은 점은 1대 多면접을 하게 되면 전체적인 분위기 파악이 가능하다. 다른 지원자들의 답변을 들으며 대략적인 합격 여부를 나름대로 판단해 볼 수 있다.
아무튼, 이 면접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면접을 통해 나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러가면 기관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첫번째 면접을 가면 잘 모르지만 여러번 면접을 하다보면 지원자들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면접관들의 질문, 면접의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번 입사를 하게 되면 최소한 1년 이상은 그래도 다녀야 하기에 만약에 자신이 최종합격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관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일을 해도 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을 갈 것인지 본인의 선택이 필요한데 이 때 면접을 보면서 느꼈던 전반적인 분위기를 기억하면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런 분위기를 파악하기에는 너무 긴장을 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이 짧다보니 기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피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내가 이 글을 통해 추천해 주고 싶은 방법이 있다. 바로 사전 인터뷰이다.
유튜브에서 보면 현직자 인터뷰라고해서 면접 전에 지원한 회사에 찾아가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궁금한 것들을 미리 물어보라고 추천하는 영상들이 있다. 궁금한 사람들은 '현직자 인터뷰'라고 검색하면 영상들이 있으니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이런 현직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만, 복지기관인 만큼 일하시는 선생님들에게뿐만 아니라 기관을 이용하시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도 인터뷰를 준비했다.
우선 궁금한 것들을 정리해 질문들을 만들었다. 주민들께 여쭤볼 내용과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께 여쭤볼 내용을 각각 정리했다. 준비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주민들에게 물어볼 질문
- 복지관에는 어떤 이유로 오시게 되셨나요?
- 복지관에서 경험해 보신 프로그램?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어떠셨나요?
- 지역이 복지관은 지역에서 어떻게 인식이 되고 있나요?
- 복지관에 후원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 복지관에서 어떤 노력들을 하면 후원이나 자원봉사 같은 나눔의 문화가 조금 더 활성화 될 수 있을까요?
* 직원들에게 물어볼 질문
- 태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 성과에 대한 평가 지표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 이 복지관을 다니시기로 하셨던 이유? 다니시면서 느끼시는 자부심의 이유?
-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이곳만의 특장점은 무엇인가요?
- 복지관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실제로 물어본 질문들은 준비했던 질문들과는 많이 달랐다. 상황과 사람에 맞추어 질문을 바꿨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물어보고자 하는 질문들을 정리하고 나니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할 때 훨씬 수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질문지를 준비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태화로 출발했다. 출근하려면 집에서부터의 출퇴근도 중요했기에 집에서부터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도 확인하고 대중교통으로 얼마나 걸리는지도 확인했다.
우선 복지관에 바로 들어가기 전에 복지관 주변에 있는 아파트 정자에 앉아계시는 주민 분들에게 먼저 다가가 여쭈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여기 옆에 있는 태화복지관에 이번에 지원하려고 하는 취업준비생인데요. 혹시 여기 복지관 이용해 보신적 있으세요?"
처음에는 낯선 사람이 다가오자 의심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셨지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소개를 하니 다행이도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아이고 그래요. 여기 복지관은 오래되서 여기 사는 사람들은 많이들 이용하고 있어요. 나도 여기서 예전에 수영 배우고 했거든."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복지관에서 다른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보셨는지, 일하시는 선생님들은 어떠셨는지 등등 여쭤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직접 와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내용들도 알 수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 셔틀버스를 운영했다는 이야기, 프로그램 소식지를 이전에는 우편으로 보내주다가 이제는 우편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웹진 형태로 확인한다는 이야기 등등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열심히 취업 준비하는 학생이면 여기 붙을 수 있겠네. 꼭 붙길 바래요."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길을 나서려는 중에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말씀을 들었다.
무작정 찾아가 인터뷰를 드렸는데 이렇게 칭찬을 받으니 자심감이 생기고 재미있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복지관 안으로 들어가 지하 1층부터 꼭대기까지 둘러보며 복지관에 계시는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1시간 가량 복지관 내외부를 오가며 열분 정도의 주민분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도 대화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 건물을 돌아다니다가 3층 태화샘솟는집에 무작정 찾아갔다.
"혹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인데 선생님들 중에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대면으로 인터뷰는 어렵고 홈페이지를 통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 대답해 주겠다는 답을 듣게 되었다. 아쉬운 대로 이곳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의 분위기를 엿보기 위해 1층 부터 4층 까지 사무실 주변을 기웃기웃 대며 분위기를 보고왔다.
이렇게 복지관 지역주민분들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를 하면서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주민분들께서 태화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 대화를 나누었던 주민분들 중에서는 10년, 20년 동안 복지관을 이용하셨던 분들이 다수 계셨고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서 삶을 함께 하다보니 좋은 부분과 아쉬운 부분들을 잘 알고 계셨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부분 정상적으로 복지관이 돌아가지 않는 부분들, 셔틀 버스 운영이 중단된 부분, 샤워장에 샴푸나 비누 등을 비치하지 않는 부분 등에 대한 아쉬움도 이야기 해주셨고 자녀들을 태화에서 다 키웠다는 이야기,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수영장이 관리가 잘 되고 있어서 근처에 있는 청소년수련관에 있는 수영장에 다니다가 이곳으로 옮겨서 수영을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다가 친해져서 지금까지 잘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낸다는 이야기, 태화복지관이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태화가 미션과 비전으로 삼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상당부분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기관을 방문해 보니 기관에 들어와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해 2차 면접을 준비하는 취준생이라면 앞에서 말한 이 지역주민 인터뷰과정을 꼭 한번 해보길 바란다. 1차 전형에 합격하고 2차 면접을 보러가기 전 시간을 내서 해당 기관에 찾아가보는 것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살펴보고 주민들을 통해 기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기관에 비치되어 있는 팜플렛등을 통해 기관이 현재 중점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알 수도 있다. 이렇게 사전 답사를 하고 면접을 보는 것과 면접 당일날 처음 기관에 방문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 2차 면접 당일
그렇게 그 전날에 태화에 사전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날.면접을 보러 다시 태화로 향했다. 두 번째로 복지관에 오니 확실히 편한 마음이었다. 면접 시간 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빈 공간에서 1분 자기소개를 다시 연습하고 면접 예상 질문으로 뽑아놨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대답을 정리하며 면접을 준비했다.
면접은 다대다 면접으로 면접관 3명과 지원자 6명이 한 번에 들어가 진행됐다. 1분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면접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1분 자기소개가 끝난 후 사실상 첫번째 질문부터 잘하면 '합격하겠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 앞에까지는 2~3명의 지원자들에게 한번에 1개에서 2개 정도의 질문을 했는데 내 차례 때는 단독으로 질문을 하셨고 질문 갯수도 3개에서 4개로 월등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질문을 주시는 것이었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성실하게 진심을 담아서 질문에 대한 답을 했고 좋은 느낌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이후에 여러 질문을 주고 받다가 ‘자신이 생각했을 때 자신의 면접에 대한 평가를 해보라’는 질문을 주셨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10점 만점에 6점 이상을 주지 않았다. 나는 "저는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습니다. 저는 이번 지원을 하며 주어진 것 이상을 했습니다. 1차 서류제출 때도 지원서와 자기소개서에 추가로 자료집을 제출했고, 어제는 직접 복지관에 찾아와 지역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니 관장님을 포함한 면접관들이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주셨다. "어떻게 자신을 소개하고 이야기했어요?", "주민분들이 뭐라고 이야기하시던가요?"
사전 인터뷰 했던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말씀드렸고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롭게 답변을 들어주셨다. 이 질문 이후로 자신감이 붙어 이어진 질문들에 대해 소신 있게 생각을 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면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느낌이 좋았다. 열심히 준비했고 후회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전화가 왔다. 합격이었다.
이렇게 1차 서류 전형부터 2차 면접까지의 과정을 공유했다. 누군가는 이런 과정을 보면서 '취업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가', 또는 '나는 이렇게 까지 할 자신이 없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맞다. 그리고 이렇게 준비한다고 무조건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이렇게 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정해진 절차와 구조에 맞춰 행동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삶을 사는 방식을 공유하고 싶었다. 사회복지실천을 하며 약자들이 주체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주어진 틀에 맞추어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그것이 꼭 취업을 하는 과정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