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부로 서울에 있는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게 되었다.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은 1921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오랜 시간 소외된 아동과 여성들을 위한 사업을 운영하며 그 명맥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감사하게도 공군 장교 전역 후에 바로 취업을 하게 되어 드디어 사회복지사로서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글은 내가 어떻게 취업을 준비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취업을 하게 되었는지를 정리했다.
대개 복지관의 취업 과정이라는 것이 큰 틀에서는 비슷하기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 취업준비생들이 참고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대학교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았다면 내가 했던 방식을 조금 참고해서 취업준비를 한다면 빠르게 취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1차 서류전형 '자기소개서'
대부분의 복지관에서는 첫 번째 전형으로 서류를 본다. 기본적으로 응시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하고 추가로 대학교 졸업증명서 또는 대학교 성적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곳도 있다. 이때 중요한 부분은 자기소개서이다. 자기소개서는 면접관들이 보는 첫 번째 글로 첫인상과 같다. 수십수백 명의 지원서를 읽는 면접관들이기에 인상적으로 어필이 되는 부분이 있지 않으면 서류에서 통과하기 쉽지 않다. 나 또한 첫 번째로 지원한 복지관에서는 이 1차 전형에서 떨어졌었고 나름대로 분석을 한 결과 글에서 나의 경험과 특징들을 잘 살리 못했기에 면접관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어 열심히 수정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작성한 자기소개서의 첫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김치와 밥만 먹으며 사회복지를 공부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어떤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가? 실제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해 2차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가장 먼저 면접관님이 하셨던 질문도 "진짜로 김치랑 밥만 먹으면서 공부했어요?"였다. 그만큼 면접관들의 흥미를 끌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장이 어그로가 되지 않으려면 실제 자신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 나는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사회복지사무소 구슬의 김세진 선생님과 다른 대학의 학생들과 함께 구슬 3기로 활동하면서 강원도에서 4주간 합숙하며 사회복지 공부를 했었다. 음식을 만들고 치우고 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우리는 밥과 김치만 가져와서 먹었다. 그런데 물론 완벽하게 그 두 가지만 먹은 것은 아니다. 중간에 전라북도 지역 순례를 하면서 선생님들께서 다른 음식들을 사주시기도 했고 지지방문을 오신 선생님들께서 수박, 자두 등 먹을 것들을 가져다주시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없는 사실을 지어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 중에서 면접관들이 흥미를 끌 수 있는 포인트를 집어내어 다음 이어지는 글을 관심을 가지고 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처음 문장에서 관심을 끌었다면 그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들은 면접관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을 확률이 높다. 이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원한 업무와 관련된 핵심적인 경험을 2~3가지를 정해 그 과정에서 본인의 역할과 성과를 두괄식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문장은 최대한 단문으로, 비문이 없게, 주어부와 술어부가 일치할 수 있게 작성해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한글파일로 글을 작성했으면 무조건 프린트를 해서 직접 소리를 내며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화면으로 보며 눈으로 읽는 것과 실제 프린트를 해서 목소리를 내어 읽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목소리를 내어 읽어보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더 잘 느껴진다. 꼭 이렇게 해보길 바란다.
나의 경우 1차 서류전형 때 기관에서는 요청하지 않은 추가 자료를 같이 제출했었다. 대학생활 때 공부하고 경험했던 내용들을 짧은 자기소개서에 다 넣기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별도의 활동 자료집을 제출했다. 나의 브런치 글을 읽어왔던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형, 어떻게 사회복지 공부했어요?> 내용을 정리하고 제본해서 함께 보냈다. 브런치 메거진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활동 자료집은 말 그대로 지난 대학생활 동안 내가 어떻게 사회복지를 공부했고 어떤 경험들과 생각으로 성장했는지를 담은 책이다. 학교 안에서 했던 동아리, 학회, 특강 등의 이야기와 학교 밖에서 했던 실습, 인턴, 책 읽기 등의 내용을 담았다.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되었고 어떤 활동들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사업들을 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담았다.
추가로 제출한 활동 자료집 '형, 어떻게 사회복지 공부했어요?'
이 글들의 경우 나는 장교로 군생활을 하면서 퇴근하고 난 이후의 시간을 활용해 기록했다. 대략 10개월 정도가 걸렸고 제본한 책의 페이지 수는 약 400페이지 정도가 되었다. 나의 경우 개인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대학생활을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논문, 책, 기사 등을 찾아서 쓰느라 양이 많아졌다. 활동 정리만 한다면 이 정도보다는 시간 더 덜 들고 글의 양도 적을 것이다. 만약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이라면 한 달 정도만 시간을 들여 그동안 했던 활동들을 정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생활 활동했던 내용들이 많지 않다면 대학 수업 때 제출했던 과제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잘했던 것들을 정리해도 좋을 것이다. 만약 평상시에 어떤 활동을 하고 나서 적어놨던 기록들이 있다면 그 시간을 더 단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활동 경험을 책의 형태로 정리해 제출하는 지원자를 기관에서 안 부를 수 있을까? 최소한 어떻게 생겼는지는 궁금해서라도 2차 면접에 오게 하지 않을까? 아무튼, 나의 경우 이런 방법으로 1차 지원을 했고 합격을 해 2차 면접을 보러 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