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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Mar 19. 2023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은

사회복지 현장 비평 한마디 

최근 아내가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연봉 협상을 해서 40%의 연봉을 높이게 되었다는 소식. 놀라웠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에 들어간 지 단 9개월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너무 축하할 일이고 좋은 일이기에 함께 기뻐하고 작게나마 축하 파티를 해서 맛있는 요리도 해 먹고 응원도 해주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인간인지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연봉은...?     

 

나는 사회복지사이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을 하는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니라'라고 하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일이다. 나의 말 한마디, 내가 흘리는 땀 한 방울로 인해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고 힘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값어치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중에서도 신자유주의의 노선을 선택한 나라이다. 신자유주의란 간단히 말해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유시장의 원리에 따라 경제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지하는 시장경제제재이다. 이것이 사회복지사로 일하는데 어떤 어려움을 주고 있을까. 조금 더 설명해 보자.   

             

신자유주의 시장의 특징은 모든 가치를 돈이라는 개념으로 환원시킨다는 것이다. 물건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을 말이다. 그리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단순한 숫자로 치환하여 0부터 무한까지 이어지는 2차원의 선에 그 가치를 매겨버린다. 그런데 우리 삶은 3차원의 세계이다. 그렇기에 3차원의 삶을 2차원의 선으로 욱여넣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개인적으로 사회복지사가 겪게 되는 어려움을 정리해 봤다.     

          

첫 번째, 사회복지사의 공무원화이다.      

사회복지사는 공무원이 아니다. 공군 장교로 일했던 내가 군대에서 전역한 이유 중 한 가지는 공무원 사회의 성장가능성 없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곳 사회복지 현장에서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사회복지 현장의 호봉제 때문이라 생각한다. 호봉제로 급여가 주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이유 중 그 기본적인 전제는 사회복지기관이 하고 있는 서비스는 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생각 때문이라 본다. 물론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처럼 경제적 이윤 창출이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복지기관에서 하고 있는 사업들은 그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각 기관이 위치한 지역적 특성, 인구적 특성, 연령별 특성에 맞춰 사업을 계획, 진행, 평가하고 있다. 또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례관리의 경우 만나고 있는 당사자의 상황에 맞춰 정말 다양한 세부 실천 계획과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호봉제는 이러한 일을 하게 되는 사회복지사의 역량과 능력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이런 아이러니함도 발생한다.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외부 프로포절을 작성하게 하기도 하는데 그럼 몇 날 며칠을 고생하여 프로포절을 작성한다. 그런데 정작 사회복지사 본인은 그 사업이 당선되지 않기를 바란다. 결국 그 프로포절이 선정되면 그 일을 자신이 또 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보상은 거의 없거나 미미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냥 있어도 호봉은 오르지 않는가.     

          

두 번째, 인재 유입의 어려움이다.      

위에 언급한 사회복지사의 공무원화 문제로 인해 이어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큰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호봉은 오르니 열정이 있던 사람들도 그 열정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경제 성장에 따른 국민 소득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 호봉에 따른 인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2023년 1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5.2%/사회복지사 4급 1호봉 기준 2023년 임금 인상률 4.24%) 사회복지사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점점 더 가난한 생활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 그래도 높지 않은 연봉인데 호봉 상승을 해도 실질임금으로는 더 적게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유능한 인재들이 사회복지현장에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솔직한 말로 도둑놈 심보이지 않은가.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학교에서 사회복지학과의 커트라인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선생님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뛰어나고 대단한 사회복지사들도 많이 있다. 다만, 그런 유능한 선생님들이 현장에 들어올 가능성과 그런 분들이 지속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 번째, 개인의 경제적 창출능력 상실이다.     

이 부분은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일 것이다. 큰 조직의 일원으로 일하게 되면 흔히 말하는 조직의 하나의 부품으로써 기능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일하게 되면 특정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직 밖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은 키우기 어렵다. 대기업이나 공무원과 비교하여 사회복지사는 더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일한 사람은 그래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하는 과정의 일부분을 담당했기에 그 전문성을 활용해서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거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공무원은 연금개혁으로 인해 인기가 떨어지긴 했지만 정년이 보장이 되고 연금이 확실하게 보장이 된다는 안정성이 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는 대기업보다는 물론이고 공무원보다도 연봉이 낮다. 그리고 정년의 경우도 법적으로는 만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지만 실제로는 여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진급이 되지 않다면 정년까지 일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런 상황에서 하고 있는 일들도 직접적으로 돈을 버는 일이 아닌 대부분의 경우 돈을 사용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스스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자기 계발, 재테크 등 경제적 추가 활동을 하지 않게 되면 좋지 못한 은퇴 후 생활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너무 사회복지 현장을 싫어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회복지현장이 너무나 중요하고 필요한 분야이기에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정리해 봤다. 이런 걱정들을 하지 않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나 또한 일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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