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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Oct 31. 2020

감사를 표현하는 것도 사회복지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4부.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1장. 김치와 밥만 먹으며 공부한 '구슬 3기'


# 감사와 배움 그리고 추억

구슬팀 2주 차, 전북지역 순례는 감사와 배움, 그리고 추억이라는 단어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로 감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구슬팀에 지원을 할 때 준비물 중 의아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참가비인데 기억하기로 구슬팀을 지원하며 필요했던 돈은 개인별로 대략 20만 원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8명의 학생이 한 달간 생활하는데 160만 원이라,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생활하면서 필요한 쌀과 물 그리고 최소한의 생필품을 사는데도 아주 부족한 금액이다. 특히나 전북지역을 돌아다니며 순례를 할 때 필요한 봉고 버스를 대여하고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비는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고? 사실, 이 돈으로는 턱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비용들을 해결했을까?


우리의 활동은 선배들의 내리사랑과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의 헌신과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순례를 시작하기 전 구슬 1기와 2기 선배님들이 3기의 활동을 응원한다고 소정의 돈을 보내줬다. 그 돈과 지지방문을 오신 선생님들이 보태주신 돈을 보태 전북지역 순례를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더욱 감사했던 것은 순례를 하면서 만나게 된 선생님들께서는 특강에 대한 수고비를 하나도 받지 않으셨다. 짧으면 2시간 길면 하루 반나절을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현장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본인의 시간을 오롯이 사회복지 현장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내어 놓아주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녁에 숙식을 위해서 기관의 공간을 내어주시거나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해 주시기도 하셨다.


사회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알겠지만 주중 퇴근 이후나 주말에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수고로운 것인지 강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사실 나도 이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졸업을 하고 일을 하면서 더더욱 이렇게 시간을 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이 든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 학생들이 했던 것이 있다. 첫 번째는 ‘경청’이었다. 누구 하나 졸거나 방해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선생님들이 말씀해주시는 것에 대해 노트에 필기하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뒤에서 강도가 들어와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마음으로 집중해서 들으려 했다. 경청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너무나도 뻔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말하는 이를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고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이 이 ‘경청’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선생님들께서도 더욱 열심히 이야기해주시려고 하셨던 것 같다.


김제복지관 특강 중


두 번째로는 특강을 해 주신 후에 각자 들으며 ‘C-sheet’라는 것을 썼다. 이 카드는 이전 ‘사회복지 필드트립’ 장에서도 언급했던 것인데 C-sheet는 (Committed Social Worker's Network Sheet)의 약자로 엽서와 같은 카드를 말한다. 카드의 앞장에는 사진과 학교, 학번, 생년월일, 핸드폰 번호, 자신을 설명하는 문장, 자신의 강점, 비전 등의 내용을 적고 뒷면에는 편지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는다. 그렇게 준비를 해놓고 선생님들을 한 명씩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시간 동안 새롭게 알게 되고 배웠던 내용, 감동받은 내용을 편지 형식으로 적어서 한 명씩 직접 선생님께 읽어드리고 전달해 드렸다.


‘(...) 특히 인사하는 것. 작은 일 일수 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일이 사회복지를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활동이 끝나면 생활하면서 자주 만나게 되는 지역사회의 어르신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미용실 원장님 등 저의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것부터 실천하려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하고 저 또한 뜻있게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그 이상을 이루어 나가는데 힘쓰겠습니다.’
- 정수현 선생님 특강을 마치고 전달한 C-sheet 내용 中-


한 자, 한 자씩 진심을 담은 학생들의 편지에 감동을 받으신 선생님들께서는 C-sheet를 받은 후에 학생들을 한 명씩 안아주시기도 하시고 조금 더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하셨다. 이런 방식으로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전북 순례를 함께 했던 휴학팀 준화형이 C-sheet를 읽어드리는 모습

감사의 마음도 통장 계좌에 들어온 금액으로 측정하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사람 냄새나는 이런 방식이 선생님들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의 감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물질적으로 도와준 선배님들,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생님들께도 감사했지만 매일 함께 생활하며 좋은 배움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준 동료 학생들에게도 고마운 점들이 있었다. 매일 밤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기 전 다 같이 모여 감사평가라는 것을 했다. 하루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중간중간 고마웠던 것들을 노트에 적어두었다가 이때 함께 나누었다.      



-2015년 7월 6일 감사평가-
·지영: 오늘 일정 기록하는데 연정이가 시계를 빌려줘서 덕분에 일정 기록 잘할 수 있어서 고마워요. 물통을 두고 왔는데 동현이가 챙겨줘서 고마워요. 예은 언니랑 이야기 많이 나눴는데 고마워요.
·동현: 구슬팀 사진으로 환영해주신 선생님들께 예은 누나가 감사 표현해 줘서 고마워요.
·소향: 예은 언니가 젓가락을 빌려줘서 고마워요.
·준혁: 나눔의 집의 약을 구해다가 챙겨준 예은 누나 고마워요. 그리고 새만금에서 제가 아파 혼자 버스 안에서 자면서 쉬고 있을 때 미안하고 걱정된다고 문자 남겨 줘서 고마워요. 제가 속도 안 좋고 몸도 안 좋아 보인다며 유산균 챙겨 주고 또 어깨도 주물러 주고 계속 몸 안 좋아 보인다며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연정: 발이 성치 않은 이후부터 예은 언니가 계속 신경 써서 물어봐주고 해서 고마워요.
·예은: 아침 쉬는 시간 지영이가 정건희 선생님과 이수지 선생님 만난다고 예쁘게 눈 화장해줘서 고마워요. 다 같이 웃어준 소향이, 유나, 수정이, 연정이 고마워요. 아침에 운동교실을 해준 정현이한테 고마워요. 정건희 연구실에서 혜련이와 정현이가 최미나 선생님의 말씀에 경청해줘서 편히 이야기 나눌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여기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별이에게 고마워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 바쁜 스케줄을 보내느라 체력적으로 어려움도 있고 매일 바뀌는 잠자리에 힘든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서로를 위해 조금씩 배려해주고 챙겨주고 위해주는 모습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러한 마음들을 부끄럽지만 표현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기억 속에 더욱 행복한 시간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돌아봐도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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