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0일
내가 어렸을 때는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등 재산으로 사람의 계급을 매기지는 않았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상대적으로 부자와 가난한 자는 존재했지만 요즘만큼 돈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시대가 또 있을까 싶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흙수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고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지만 그렇게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강남 한복판에서 자란 유복한 사람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겠지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안의 형편은 점점 나빠졌고 소위 흙수저라고 하는 사회의 계급에 놓이게 되었다. 흙수저인 나는 대학교 시절 밥 한 끼 먹을 돈도 없었다. 누가 보면 70~80년대에 대학교를 다닌 것 같지만 나는 2009년도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지금은 이렇게 과거를 회상하면서 글을 쓸 만큼 그때보다 여유로워졌지만 그 당시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막막했다.
흙수저였던 나는 죽기 살기로 과외를 했던 것 같다. 지금과 같은 물가에 30만 원 정도 받는다면 밥값도 제대로 못했겠지만 지금보다 물가가 절반인 2009년에는 30~40만 원의 과외비는 대학교 생활을 하는데 꽤 불편감이 없었다.(적어도 내 기준에서..) 대학생들이 생활해 봤자 고만고만해서 그럴까? 대학교까지는 우리 집이 가난해도 그렇게까지 남과 비교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사회를 너무 몰랐던 것 같다.
대학원을 마치고 사회에 나왔을 때 비로소 우리 집의 계급이 흙수저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똑같은 직업을 가지고 동일한 연봉을 받아도 계급에 따라 삶의 질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500만 원을 벌더라도 흙수저와 은수저 그리고 금수저의 삶은 달랐다. 누구는 모닝을, 누구는 벤츠를 타는 그런 삶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흙수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3년쯤 되던 시점에 비로소 깨달았다. 흙수저는 급여명세서에 찍힌 연봉이 실제 내 연봉이 아니라는 것을. 흙수저는 원천징수액의 1/3이 본인의 연봉이었다. 내가 1000만 원을 받더라도 흙수저의 생활 수준은 300만 원을 받는 사람과 같았다. 아니 300만 원 수준의 사람과 비슷하게 생활해야 다음 계급으로 갈 수 있는 것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옆에 있는 같은 직장을 다니는 은수저나 금수저와 비슷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3배는 더 벌어야 했다.
3배라는 숫자가 대부분의 흙수저들에게는 절망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흙수저 계급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아 다음 계급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흙수저도 있다. 그들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들보다 3배 그 이상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