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레터
한강 작가가 대학 때 좋아했던 말은 유진 오닐이 한 '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대화가 아니라 인간과 신의 대화여야 한다'라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쓰는 글이 그런 글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쓴다. 이런 마음이 단지 글쓰기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듯하다.
난 강의와 상담 그리고 글을 쓸 때 '내가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집으로 돌아갈 때 '내가 오늘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보다 '오늘은 내가 한 것이 아니구나'를 느낄 때가 가장 뿌듯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감사함으로 충만했다.
특정 종교에서 누구를 믿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분을 믿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소리 높여 이름을 외치고, 찬송가 부르고, 성경을 많이 읽으면 믿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금, 그분이 내 안에서 느껴지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을 그분 보듯 하는지 스스로 물어보라. 그분처럼 내 배우자를 대하는지 확인하라. 내 고객을 내 이웃 사랑하듯 하고 있는가? 신과 함께하는 것을 너무 형이상학적으로 여기지 말자.
‘믿음’은 내 의지가 아니라 저절로 흘러넘치는 것이리라. 누군가의 강요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며, 절실하게 매달린다고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자연을 보라. 어느 것 하나 다른 것에 강요하거나 절실히 살아가지 않는다.
신앙생활의 핵심은 일상에서 자아를 내려놓고 본질에 다가서는 훈련이다. 반드시 일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내 의지로 살지 않는다는 건, 본질에 가깝게 산다는 건, 결국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다. 가장 '자연'에 가깝게 살아가는 것, 마치 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