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말을 맴도는 사람과의 대화

나다움 레터

by 안상현

어떤 사람은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말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마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계속 주변을 맴도는 느낌이다. 처음엔 그저 말재주가 없나 생각했지만,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알게 된다. 그는 애초에 자신의 중심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성향이라는 걸.


그와의 대화는 어렵다. 핵심을 묻는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주제와 엇갈린다. 그렇게 대화의 방향은 다시 겉돌고, 나 또한 더 묻지 않게 된다. 언젠가부터는 질문조차 포기하게 된다.


이럴 때는 답답함보다는 이해가 먼저다. 누군가는 감정을 말로 옮기는 데 익숙하지 않고, 누군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란다. 그의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면, 내가 할 일은 강요가 아니라 기다림일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글은 기술보다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