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길은 한 끗 차이다

하루 5분 글쓰기

by 안상현

요즘 나는 자주 걷는다. 딸아이와 손을 잡고 가볍게 동네를 산책하기도 하고, 혼자 걸으며 구름과 하늘, 길가에 핀 꽃과 바람의 흐름을 느끼기도 한다. 어떤 날은 문득 떠오르는 문장을 메모하고, 또 어떤 날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걷기만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걷기만 했을 뿐인데, 머리가 가벼워지고 글감이 떠오른다. 그걸 집에 와서 쓰면, 다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글쓰기와 걷기. 이 두 가지는 결국 한 몸이다.


걷는 사람에게 글이 따라온다

많은 이들이 “글을 쓰고 싶은데, 막막하다”라고 말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한다. 그럴 때 나는 말한다.

“일단, 걸으세요.”


머리를 싸매고 앉아 있기보다 몸을 먼저 움직이는 게 낫다. 글은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발에서 나온다. 걷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풀리고, 생각이 정리되고, 문장이 떠오른다.


이는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걷기는 뇌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사고의 유연성을 높여준다는 연구가 많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걷는 사람은 앉아 있는 사람보다 60% 이상 더 창의적인 발상을 한다고 한다. 걷기와 글쓰기가 함께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쓰는 사람에게 길이 보인다

반대로, 글을 쓰다 보면 인생의 길이 보일 때가 있다. 살면서 선택 앞에 섰을 때, 불안하고 두렵고 확신이 없을 때, 나는 종이에 적는다.

“지금 내가 두려워하는 건 뭘까?”

“이 길을 가면 후회할까? 가지 않으면 후회할까?”


놀랍게도, 글로 정리하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리고 내가 왜 그 길을 가야 하는지, 혹은 왜 그 길을 피해야 하는지 스스로 이해하게 된다.


결국 글을 쓴다는 건,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 말로는 못 하겠는 감정을,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생각을 글로 꺼내놓아야만 비로소 나의 길이 선명해진다.


글쓰기와 산책, 둘 다 '나를 찾는 기술'

글과 길, 둘 다 내가 나를 만나는 방식이다. 걷는 동안 나는 현재의 나를 만나고,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이어본다. 그래서 글쓰기도 산책도 결국 마음의 독립과 연결된다.


최근 읽은 책 『성장은 착각이다』(이지연, 힘찬북스)에서 이런 구절이 나왔다. “브랜드는 이름이 아니라 방향이다.” 이 문장은 글쓰기에도, 인생에도 적용된다. 이름보다 방향, 결과보다 과정. 걷고 쓰는 삶은 그 자체로 방향이 되어준다. 우리를 흔들림에서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게 한다.


글쓰기 루틴이 막히는 날, 밖으로 나가보자

글이 써지지 않을 땐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무작정 걸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카페까지 15분을 걷는 것도, 아이의 학원을 마중 나가는 길도, 의식적으로 ‘걷는 시간’으로 바꿔보자.


그 길 위에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글의 씨앗이 툭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 씨앗을 주워 메모장에 심어보면, 다음 글이 어느새 자라 있을 것이다.


글을 쓰면 길이 보이고, 길을 걸으면 글이 써진다. 오늘도 나는 걷는다. 글을 쓰기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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