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잠시 맑은 물을 마시는 일

글쓰기 인문학

by 안상현

글을 쓰다 보면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이 글대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 착각. 하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어떤 글은 가장 이성적이고, 가장 선하며, 가장 깨어 있을 때 나온다. 말하자면 최상의 상태에서 정제된 문장이다.


그에 비해 실제 삶은 시궁창처럼 지저분하다. 미움이 넘치고, 분노가 솟구치고, 부끄러운 말과 행동이 툭툭 튀어나온다. 이렇듯 글을 쓰는 나와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나는 종종 다르다.


하지만 아주 잠깐, 그 짧은 틈에서 모든 오물이 가라앉은 맑은 물 같은 순간이 있다. 그때, 나는 잠시나마 삶이 선명하게 보이고, 마음이 고요해지며, 무언가를 쓰고 싶어진다. 그 글은 평소의 나와 다르다. 조금 더 담백하고, 더 단단하며, 더 다정하다. 그 모습이 나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짜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쓴다. 모두가 맑은 물이 될 수는 없지만, 잠시 맛보는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느끼기 위해. 그게 나에겐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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