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인문학
새해 첫날 아침, 아내와 북한산에 올랐다. 겨울 산행이 주는 재미도 잠시, 오르는 길이 꽤 고되게 느껴졌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묵직해질 무렵, 도선사에서 떡국을 공양받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떡국 한 그릇. 국물 먼저 들이켜고 떡을 씹자, 몸 안에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 배고픔의 채움을 넘어 고갈된 에너지를 다시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산에서 내려오는 발걸음이 올라갈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사람 사이에도 이런 '떡국 같은 사람'이 있다. 만나면 기운이 빠지는 사람이 있고, 잠깐의 만남으로도 방전된 마음을 충전해 주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대단한 능력보다 작은 친절, 따뜻한 눈빛, 배려 있는 말 한마디를 나누는 사람이다.
중요한 건 그 에너지는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는 점이다. 내가 떡국 한 그릇에 힘을 얻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왔듯, 누군가에게 받은 좋은 에너지는 나를 통해 또 다른 곳으로 흘러가 친절의 선순환을 만든다.
2026년 새해, 거창한 목표 대신 소박한 다짐 하나를 품는다. 나도 올 한 해, 누군가에게 따뜻한 떡국 한 그릇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지친 누군가의 허기를 채워주고, 다시 씩씩하게 걸어갈 힘을 보태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