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딸아, 오늘 아빠와 걷는 이 길이 참 좋지? 문득 네가 아까 "아빠, 저 학원 다니면 피아노를 빨리 배울 수 있대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친구들보다 더 빨리, 더 멋지게 치고 싶은 그 마음, 아빠도 잘 안단다. 하지만 아빠는 네가 무언가를 배울 때, '빠르게 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사람보다 '왜 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람을 스승으로 모셨으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기술'을 좋아해. 어떻게 하면 돈을 빨리 벌지, 어떻게 하면 시험 점수를 잘 받지, 어떻게 하면 유명해지지. 물론 기술은 중요하단다.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니까. 하지만 기술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고, 더 새롭고 좋은 기술이 나오면 금방 버려진단다.
반면에 '철학'을 가르치는 사람은 조금 답답해 보일 수 있어.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요령 대신, 이 곡을 만든 작곡가의 마음을 헤아려보라고 하거나, 주식 차트를 보는 법 대신, 기업의 가치를 믿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가르치려 들지. 당장은 느려 보이지만, 기술은 너를 '기능인'으로 만들지만, 철학은 너를 '장인'으로 만든단다.
나무를 봐. 화려한 꽃(기술)은 한 철 피고 지지만, 땅속 깊은 뿌리(철학)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단단하게 지탱해 준단다. 네가 살아갈 세상은 아빠의 시대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할 거야. 오늘 배운 최신 기술이 내일이면 낡은 것이 되는 세상이지. 그때 너를 지켜주는 건 기술보다 철학일 거야. "남들이 다 하니까"라는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나는 이 길을 간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 그것이 바로 철학이란다.
화려한 말솜씨로 너를 홀리는 사람보다, 투박하더라도 일상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한 사람을 찾아가거라. 요령을 알려주는 사람보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 곁에 머물거라. 아빠는 우리 딸이 빨리 가는 사람보다,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