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끄덕여줘

인생수업

by 안상현

사랑하는 딸 유라야.


아빠가 50년을 넘게 살아보니, 학교 공부보다 더 중요한 공부가 있더라. 바로 '내 마음을 돌보는 공부'란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씩씩한 척하며 살아가지만, 사실은 다들 마음속에 돌덩이 하나쯤은 안고 산단다. 아빠도 그럴 때가 있어. 그럴 때 "난 괜찮아,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고 그 돌덩이를 모른 척해.


유라야, 네가 정말 힘들 때는 "나 지금 좀 힘들어"라고 말해도 돼. 그건 약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지킬 줄 아는 아주 용감한 행동이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네 힘듦을 털어놓을 때, 꼭 이렇게 덧붙여보렴.

"정답을 알려달라는 게 아니야. 그냥 내 마음이 아프다는 걸 알아만 줘."


사람들은 네가 힘들다고 하면 자꾸 뭘 해결해주려고 할 거야. "숙제 때문에 힘들면 학원을 바꿔볼까?", "친구랑 싸웠으면 사과를 해." 하지만 정말 마음이 지칠 땐, 그런 정답들이 오히려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


그때는 그저 "그랬구나, 정말 속상했겠다" 하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친구,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는 엄마 아빠의 손길 하나면 충분하단다. 그 작은 위로가 다시 일어설 힘을 주니까.


반대로 네 친구가 힘들다고 찾아왔을 때도 똑같아. 멋진 해결책을 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그냥 그 친구의 이야기를 조용히 끝까지 들어주는 것. 그게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란다.


사랑한다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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