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사랑하는 우리 딸, 어느새 열 살이 되었구나. 요즘 너를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네가 자라는 속도만큼이나,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란다.
아빠는 가끔 그런 상상을 해. 네가 스무 살이 되고,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아빠가 너에게 멋진 조언을 해주는 모습 말이야. "세상은 이런 거야", "이런 직업이 유망하단다", "이럴 땐 이렇게 처신해야 해"라며 인생의 정답을 알려주는 든든한 멘토가 되고 싶었지.
하지만 오늘 아빠는 너의 선생님이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빠가 50년을 살며 얻은 경험과 지혜가, 네가 살아갈 20년 뒤의 미래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아빠는 지금 AI에 투자하고, 로봇이 일하는 세상을 공부하고 있잖니? 그 세상이 오면, 아빠가 알던 '좋은 직업'은 사라질 수도 있고, 아빠가 믿었던 '성실함'의 정의도 바뀔지 모른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시간,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넘어야 할 너에게 나의 낡은 지도는 도움이 아니라 방해가 될지도 몰라. 나의 20년 전 경험으로 너의 20년 후를 조언하는 건, 자만일 수 있음을 인정하기로 했어.
그래서 아빠는 훈수 두는 '감독'이 아니라, 묵묵히 지켜보는 '투자자'가 되려고 한다. 네가 어떤 꿈을 꾸든 "그건 돈이 안 돼"라고 막지 않을게. 네가 낯선 길을 가려할 때 "아빠 말 들어"라고 잡지 않을게.
대신 아빠는, 네가 마음껏 실패할 수 있는 후원자 역할을 할 생각이야. 네가 세상에 도전하다 넘어졌을 때, 무릎 좀 까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자유와 마음의 안식처를 준비해 두는 것. 그게 아빠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자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단다.
딸아. 아빠의 인생을 참고하지 마라. 너는 너의 시대를 살아라. 아빠는 네 뒤에서, 언제나 가장 든든한 주주로 남을게. 사랑한다, 내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