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침묵이 두려워 쏟아낸 말은 결국 내 안의 취약함을 드러낸다. 누군가를 만나 한참 수다를 떨고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마음이 헛헛해질 때가 있다. 쏟아낸 말의 양만큼 내면이 텅 비어버린 듯한 서늘한 감각. 사람이 말이 많아지고 본심과 다른 헛말이 섞여 나오는 순간은 언제일까? 역설적이게도 내면이 평온하지 않을 때야.
우리는 허전하고 불안할 때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 내면의 뿌리가 단단할 때는 나를 설명하거나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어쩌면 미소 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다. 하지만 일상에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밀려올 때 우리는 불안해진다. 그 불안을 감추기 위해, 혹은 "나는 괜찮다"라며 스스로 최면을 걸기 위해 우린 끊임없이 말을 뱉는다. 허전함을 채우는 방어 기제야.
아빠는 말이 많아진다고 느낄 때 조용히 입을 닫고 대신 펜을 들어. 머릿속을 맴돌던 불안과 헛헛함이 글로 표현되는 순간, 감정은 점점 객관화되거든. 생각의 필터를 거친 글은 보다 이성적이란다. 논리와 맥락을 기반으로 문장을 다듬는 과정에서 소음은 가라앉아.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란다. 주가가 폭락하는 3월 같은 조정장이 오면, 수많은 사람이 종목 토론방과 단체 채팅방에 모여 끝없는 말을 쏟아낸다. 누군가를 탓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쏟아내며 불안을 증폭시키지. 글을 쓰는 동안 빼앗겼던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단다.
말이 많아지는 날이면 기억하자. 그것은 나에게 보내는 마음의 신호라는 사실을. 지금 우리의 내면이 비어 있으니, 밖으로 쏟아내지 말고 안으로 채워 넣으라는 경고라는 신호임을. 그저 글자로 옮겨놓는 것만으로도 진짜 내 삶에 더 가까워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