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레터
여행 갈 때 KTX를 타면 어떤 점이 좋을까? 빠른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해서 좋다. 만약 여행의 목적이 모든 과정이라고 가정하면, 오히려 급행열차보다 완행열차가 더 재미 있다.
신혼여행으로 스페인을 다녀왔다. 무리해서 다녀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의 선택이 옳았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이 무엇일까 떠올려보면, 멋진 풍경과 맛집, 그리고 화려한 건축물과 예술작품이 생각난다.
하지만 더 강렬한 기억은 급행열차를 놓치고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와충우돌했던 경험이다. 게다가 현지에서 앱으로 찾아서 방문했던 동네 맛집이다. 영어를 쓰는 직원이 한 명도 없을 정도의 토박이 음식점이었는데 주민들 조차 줄서서 먹는 곳이었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를 든다면 어떨까? 급행열차는 단기 목표 달성에 유리하고, 완행열차는 인생 전반, 즉 장기 목표 달성에 적합하다.
바로 코앞에 닥친 문제가 커보인다. 간발의 차이로 놓친 버스가 야속하다. 이틀전 헤어진 잘생긴 남친 때문에 오늘도 가슴을 토닥인다.
인생의 시간을 길게 늘리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이 더 소중한지, 그리고 지금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