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성이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받게 되는 것이 바로 신체검사서입니다. 군 입대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이 과정에서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던 평발이나 부주상골증후군과 같은 신체적 특징(?)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처럼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발 건강이 군입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답니다.
내가 부주상골 증후군이었다고요?
이제 대학교 2학년인 A군은 지난해 신체검사에서 자신이 평발이 심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원인이 부주상골증후군이며 점점 더 평발이 심해질 것이라는 것도요. 5살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며 선수까지 고려했던 A군은 남들보다 운동하는 시간이 많았지요. 고등학교에서 농구부 주장을 맡았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던 A군은 운동 후에 가끔 다리와 허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잠깐 쉬면 통증이 나아졌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체검사에서 자신이 부주상골증후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부주상골증후군에 대해 알아보면서 아쉬움이 생겼다고 합니다. 육안으로 볼 때, 복사뼈가 2개인 것처럼 보이는 부주상골증후군의 특징을 조금 일찍 알았다면 보다 빨리 치료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데요. 초등학교 3~4학년인가부터 자신의 발에 복사뼈 밑에 다른 복사뼈가 한 개 더 있는 것 같이 튀어나온 뼈를 발견했지만 그저 스케이트를 많이 타서 생긴 굳은살 같은 것, 아니면 그곳의 뼈가 잦은 자극으로 돌출되었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합니다.
부주상골증후군을 오랜 시간 방치하면 족저근막염이나 발목불안정증, 그리고 평발로의 변형 등 족부질환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A군은 3급임에도 불구하고 재검을 신청했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올해 다시 시행한 재검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는 4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짧은 기간에 평발이 심해진 것도 놀라웠지만 요즘 들어, 조금만 걸어도 허리와 고관절 통증이 심해진 A군은 뒤늦게 조금 더 일찍 자신의 통증에 주의를 가졌다면~이라는 후회가 생긴다고 합니다.
선천적으로 부수적인 뼈가 1개 더 있는 부주상골증후군
다소 생소한 질환인 부주상골증후군은 낯선 이름과 달리 인구의 10~15% 정도의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는 질환입니다. 부주상골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한글 명보다는 Accessory navicular bone라는 영문 명이 좀 더 이해하기가 쉬워요. 여기서 액세서리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부수적이고 불필요한 뼈라는 뜻이지요. 다시 말하면 없어도 되는 액세서리와 같은 뼈라는 것입니다. 부주상골증후군은 발목과 엄지발가락을 이어주는 뼈인 주상골에 불필요한 뼈가 하나 더 있는 상태로 정상적으로 붙어야 할 뼈가 접합하지 못해 생긴 선천적인 질환입니다.
성장기 전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주상골이 있다고 해서 모두 부주상골증후군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에요. 보통은 증상이 없이 지내다가 발목을 다친 후에 결합 부위가 분리되면서 통증이 생기거나 붓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에이스병원 족부센터 윤항섭 원장님은 설명하십니다.
그러나 부주상골이 있다고 해서 모두 부주상골증후군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데요. 보통 통증이나 생활에 어떤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지만 발목 염좌나 골절과 같은 외상으로 주상골과 부주상골 결합 부위의 분리가 심해지거나 하이힐이나 스케이트처럼 발 안쪽 부위를 많이 압박하는 신발을 많이 신어 반복적으로 자극을 주는 경우에는 붓거나 발 중앙부에서 통증이 발생합니다. 외상을 비롯해 작은 신발을 신거나 스키와 인라인 스케이트와 같은 빙상 종목처럼 발 안쪽 부위를 많이 누르는 운동을 즐겨하는 경우 부츠 때문에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윤항섭 원장님은 “부주상골증후군은 움직임이 많은 성장기 전후, 대략 12~15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심하지 않아 간단한 성장통으로 여기고 치료 없이 지내다가 성인이 되어 증상이 심해지면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라고 안타까워하십니다.
방치하면 생활에서 불편함을 초래하는 족부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요
부주상골증후군 환자들을 잦은 발목 염좌나 족저근막염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가장 불편감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평발로의 변형인데요. 주상골에는 후경골건이라는 힘줄이 있어 발목을 잡아주어 아치를 유지해주지만 부주상골증후군이 있으면 후결골건에 병이 생겨 힘줄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아치가 무너지고 점점 평발로 변형이 생기게 된답니다. 심한 경우에는 후경골건 기능장애가 발생하기도 해요.
조기 발견하면 비수술적 치료로도 치료가 된답니다
부주상골증후군을 소아 혹은 청소년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로도 증상이 개선됩니다. 급성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단기간의 반 깁스나 보조기 등을 사용해 고정해주고 발의 아치를 받쳐주는 깔창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해줄 수 있어요. 또한, 발에 가해지는 체중부하를 줄이기 위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과도한 활동이나 스포츠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일 이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에 호전이 없으며 잦은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데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부주상골을 제거하고 부주상골에 붙어있던 후경골건을 주상골에 부착하거나 부주상골과 주상골을 하나의 뼈로 이어주는 유합술로 진행된답니다.
윤항섭 원장님은 “부주상골증후군은 특히 성장기 청소년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운동 중이나 운동이 끝난 후에 발목이나 발바닥이 계속 아프다고 하거나 복사뼈 아래 부위가 부어오른다면 성장통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전문 병원을 찾아 검사받아보는 것이 좋다”라고 당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