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내가 만난, 수많은 '고쳐진' 사람들의 이야기

by 안세정


흔히 사람들은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야!”라는 말로

인간에 대한 희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이 얼마나 성급하고 무의미한 결론인지

현장에서 수없이 보아왔다. 나는 지난 10년 넘는 시간 동안,
글쓰기 강의와 인문학 코칭으로 다양한 세대를 만났다.

대부분 크고 작은 상처를 품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질문이나 성찰의 기회를 통해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들을 여러 번 맞았다.

그 변화들은 때로는 위태로운 과정을 수반해야 했지만

꽤나 드라마틱하고 분명했다.


정말 오래 가슴에 품은 문제였음에도 타파되기도 하고,

스스로를 당장 죽어도 아깝지 않을 존재라며 하찮게 여기던

사람들도 '자기다움'과 '존귀함'의 자리로 이동했다.



“선생님, 저는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사실 저 자신과 남들에 대해 지금껏 한 번도

어떤 기대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과의 만남 후에 사람은 충분히

고쳐지고 변화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언젠가 일대일 코칭을 하던 젊은 제자가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만난 지 불과 한 두 달 만에,

처음의 굳어있고 경계심이 가득했던 표정이 풀려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나와 8개월간의,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깊고 깊은 성찰과 내면 탐구의 여정을 마치고

자신의 진정한 소망을 수면 위에 올려,

자기다운 삶을 찾아 길을 떠났다.

그렇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다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다운 모습을 찾으면

비로소 고쳐지고 살아나는 존재로 거듭난다.


“나는 행복해지면 안 되는 사람 같아요.”라고 말하던 사람


“저는 뭘 해도 죄책감이 따라와요.

행복하면 안 되는 사람 같아요.”

글쓰기 강의에서 만난 한 수강생분의 말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어찌할 바 몰라했다.

자기 자신을 오래도록 벌주며 살아온 흔적이 있었다.


‘나는 용서한다’라는 문장으로 글을 쓰던 날,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저는 지금까지 남들을 용서 못하고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네요.”


그날 이후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옷차림이 부드러워졌고,

자기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자 고쳐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씩씩하게 밝게 ,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고 나아가고 있다.



오래된 관계 상처로 마음이 닫혀 있던 사람


가까운 가족과의 갈등 때문에

오랫동안 마음을 닫아놓고 살아오신 분의 이야기다.

말 한마디만 들으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난날들이었다.


“저를 화나게 했던 건 가족이 아니라,

사실 그때의 ‘무력한 나’였네요.”

그녀가 나와 이런저런 대화와 질문에 답을 하면서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다.

그녀가 평생 짊어지고 있던 마음의 돌을

그 자리에서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그 후 그녀는

가족의 말에 덜 흔들리고,

자기를 돌보는 방식을 배워갔다.


오래 눌러온 자신의 삶을 조망하며,

그런 삶을 묵묵히 이겨낸 자신을 존중하게 되면서 말이다.



평생 자신을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 믿었던 사람


한 분은 코칭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원래 감정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글을 쓰다 보니,

그의 감정은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아파서 ‘얼려둔’ 상태였다.


감정 단어 찾기,

몸의 느낌 관찰하기,

가장 감명 깊었던 책 속 문장에서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등등...

이러한 크고 작은 시도와 자아탐색 과정을 꾸준히 하며

그는 점점 감정의 온도를 회복했다.


“선생님,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제 자신도 너무 많이 놀랐습니다.”


그가 오래 묵혀둔 감정과 분노를 넘어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가족을 새롭게 바라보며 이해하게 되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쳤다며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그야말로, 영원히 풀 수 없을 거라 여기며 덮어두었던

묵은 감정이 녹아내린 순간이다.

자신은 원래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했던 그가,

이제는 더 이상 쉽게 화를 내지 않고,

‘그 사람도 그럴만했겠지’하고 이해하고 넘어가게 된다는 말에

같이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모른 채 감정적으로만 살다가,

이제는 자기 마음과 화해하여

'온유하고 강한 사람'으로 고쳐진 것이다.



“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던 사람


때때로 밝은 겉모습과 달리

심적으로 깊은 어둠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만난다.


자신의 어둠을 감추기 위해,

타인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의 욕구나 니즈보다 타인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

사실, 나도 한때 그런 성향에 속했기에

그런 이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하고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쉽게 판단하거나, 답을 주기보다

현재의 마음과 감정이 어떨지 더 깊이 경청하고 바라보곤 한다.


나는 그들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고,

그들은 그 질문에 대한 자기 내면의 답을

문장으로 쓰면서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며

너무 아파하다가

점차 회복에 이르게 된다.


그들의 문장들은 결코 잘 썼네 못 썼네를 논할 글이 아니다.

그가 자기 마음을 처음으로 진실하게 인정한 순간의
‘살아있는 기록’이자 ‘생존 보고’ 그 자체인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단잠을 잤어요....”


‘....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편 127:2)


성경에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는 말씀이 있다.

아파했던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오랜만에 잠을 잘 잤다는 이야기다.


그날 이후 그녀는

잠을 회복했고,

식사를 회복했고,

자신의 진짜 표정을 회복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자기 삶을 작은 계획으로 다시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다쳤던 마음,

쉬어야 했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으며

고쳐진 것이다.


자신을 너무 미워하던 사람이 ‘나를 사랑할 준비’를 시작한 순간


가장 인상 깊었던 변화는

자기혐오가 너무 강해

거울도 제대로 못 보던 분이었다.


그녀는 글쓰기에서 늘

자신을 질책하는 언어로만 글을 썼다.

그러나 ‘나의 장점을 억지로라도 10개 적는 숙제’를 하던 날,

그는 열 번째 문장을 적고 잠시 멈췄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에게도 이런 게 있었네요.

저도 저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 순간,

나는 또 하나의 기적을 보았다.

그녀는 완벽한 사람이 된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기에게 조금씩 따뜻해지는 사람이 되었다.


“선생님, 저 이제 외롭지가 않아요!

저 자신과만 놀아도 재밌는걸요?”


늘 외로워 친구가 필요했고,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싶다며

나와의 수업 첫 만남에서 울적해하던 그녀가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고

글을 쓰며 책을 읽으며 성장해 가는 자신이

점점 좋아진다고 했을 때

나의 가슴은 주체할 수 없이 일렁였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냐!”라고 강력히 말하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그 말이 맞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그러나 사람은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는 존재다.

나는 그 증거들을

수많은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났다.


인생을 반쯤 포기했던 사람도

다시 자신을 붙잡았고,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도
다시 마음의 온기를 되찾았으며,


상처가 너무 커서 고개조차 들지 못하던 사람도
다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중 한 사람일지 모른다.


조금만 고개를 들어보자.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어보자.


변화의 문은
언제나 아주 작은 성찰의 기회를 통해 열린다.

그리고 글쓰기는
그 문을 여는 가장 확실한 열쇠가 되어준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저 마음 한 줄을 받아 적어보라.

그러면 곧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나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나는 충분히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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