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지나간 사랑을 생생히 다시 보여준다
얼마 전, 아이들을 키우며 블로그에 썼던
육아일기를 우연히 열어보게 되었다.
10년도 훨씬 더 지난 기록들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태어나게 된 이야기부터 읽기 시작했다.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기다렸는지,
처음 자신을 품에 안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을 키우며 하루하루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읽으면서 아이들의 얼굴이 점점 환해지고
서로 마주보며 웃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육아를 하며 좌충우돌했던 이야기,
이유식을 만들다 실패했던 날,
밤새 잠 못 자는 아이를 안고 서성였던 날,
별것 아닌 일로 함께 웃고 울었던 기록들이
일기장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무척 신기해했다.
“엄마, 이때 이런 일이 있었어?”
“엄마가 이런 생각을 했었어?”
“우리 이렇게 컸어?”
그러더니 한참을 읽다가
아이들이 말했다.
“엄마, 우리 되게 행복하게 태어나고 자랐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 있었다.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육아로 정신없었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늘 쉽지 않았고,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는 날들에
그저 주어진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 시절에도 꾸준히 글을 썼다. 거창한 이야기를 쓴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작은 입을 벌려 하품하는 모습,
처음 뒤집기를 했던 순간,
온 집안을 휴지로 둘러놓았던 시간,
별것 아닌 일에 함께 웃었던 하루,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던 작고 조용한 감사들.
그때는 몰랐다.
그 기록들이 시간이 지나
이렇게 다시 행복을 보여줄 줄은.
나는 그 시절
행복을 찾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날의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록했을 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 기록들을 다시 펼쳐보니
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행복이 담겨 있었다.
힘들었던 날들도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분명 따뜻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지금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는
‘행복한 시간’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행복은
그 순간에 완벽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삶을 돌아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지금은 잘 보이지 않을지라도
이 기록들이 언젠가
내 삶의 기쁨을 다시 보여줄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쓰다 보면
사람은 살게 되고,
살다 보면
무엇이 행복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시103:2, 새번역]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주님이 베푸신 모든 은혜를 잊지 말아라.
[Ps 103:2, NIV] Praise the LORD, my soul, and forget not all his benef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