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F? 웹페이지?
어느 방향으로 진로를 정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 것인지 정했다면 이제 어떤 플랫폼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것인지 정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플랫폼은 크게 두 종류다. PDF로 대표되는 편집디자인과 웹페이지로 대변되는 홈페이지 디자인방식이다. 각각의 특징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PDF방식의 특징(이 글에서의 PDF는 소프트카피로서의 디지털 파일과 하드카피로서의 출력본 모두를 지칭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1) 누구든 포트폴리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방식이다.
즉 대부분의 채용건에서 PDF로 제출하라는 조건이 있다. 운이 안 좋은 경우 링크를 넣을 수 있는 칸이 아예 없고 PDF파일로만 받는 회사도 꽤 많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처음 만드는 디자이너에게는 PDF방식을 추천한다.
2) 편집 디자인에 있어 고려해야 사항이 좀 더 많다.
크게 용지 크기, 제본 방식, 읽는 방향으로 인한 고려사항 등이 있다.
- 모든 장의 용지 크기는 같거나 비슷해야 한다.
- 제본을 염두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제본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또, 용지가 접혀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의 디테일은 어떻게 풀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라는 순서가 있기 때문에 논리를 명료하게 세워야 한다.
- 회사에 따라 20p내외의 제한을 둘 경우가 있는데, 한 프로젝트당 몇 페이지를 할애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첨언. 뒤집어 말하자면, 내가 편집디자인에 일가견이 있어서 이런 장점을 드러내고 싶다 생각한다면 포트폴리오 자체의 편집디자인으로 본인 능력을 펼치는 것도 전략이다.
3) 용량과의 전쟁을 치뤄야 한다.
특히 외국에서는 PDF 포트폴리오를 제출할 때 5MB 이하, 3MB 이하, 10MB이하와 같은 제한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가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이다. 더 이상 지울 만한 페이지도 없는데 용량은 제한보다 크고, 그렇다고 해상도를 확 낮춰버리자니 디자인이 잘 안 보이고. 용량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작업 프로그램 변경, 저장 옵션 변경, pdf compressor 이용 등-이 있지만 아무리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은 잘 안 떨어지더라.
4) 접근 권한을 제한하는 방식이 과격하다.
웹페이지의 경우 몇 개의 프로젝트만 선별해서 비밀번호를 걸어둘 수 있지만, PDF방식은 둘 중 하나다. 전부 걸어두거나 일단 파일만 받으면 모두 볼 수 있게 하던가. 그래서 전체공개용 하나, 회사 제출용 하나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둬야 한다.
5) 제본할 때 돈이 든다.
제본해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취준생 입장에서 제본값이 적은 돈은 아니다. 또한 중철제본이나 접어서 제본하는 방식은 종이 두께에 따라 전체 퀄리티가 크게 변하기 때문에 '사장님 제본해주세요'하면 끝나는 과정이 아니다. 종이 두께와 재질을 정하고 여러번 출력하면서 정확한 색감을 체크하고, 테스트 프린팅을 해보면서 혹시 날라가는 부분은 없는지, 폰트가 깨지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내 경우 2시간~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내가 신입일 때, 제본하는 돈이 아까워 출력만 맡기고 제본은 직접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돈 몇푼 아끼겠다고 면접 전날에 제본하느라 시간 버리지 말고 면접 연습을 더 했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남는다.
6) 동영상 활용이 까다롭다.
동영상을 프로젝트에 넣는 경우, 상대방이 열었을 때 열릴지 고민하게 된다. 회사에서 제안서 발표할 때처럼 동영상의 경우 링크도 넣어두고 피디에프에서도 바로 클릭하면 볼 수 있게 세팅하고 동영상 파일만 따로 저장해둬서 이중삼중으로 준비해줘야 한다.
7) 모바일로 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포트폴리오가 A4~그 이상이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열면 폰트가 잘 안 보여 확대해서 봐야한다.이런 수고로운 과정을 해줄 시간 넉넉한 인사담당자는 많지 않다. 특히 특정 회사에 지원해서 공개하는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아니라 링크드인, 사람인을 통해 전체공개한 포트폴리오라면 더더욱 그렇다.
2. 웹페이지 방식의 특징
1) 포트폴리오 플랫폼으로 PDF보다 덜 대중적이다.
PDF로만 받는 회사에 제출해야 할 경우, 열심히 만들어둔 웹페이지는 쓰지도 못하고 묵혀둔 PDF파일을 다시 꺼내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2) 편집 디자인에 있어, 좀 더 자유롭다.
정해진 용지비율도 없고, 읽는 프로세스도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전체를 스크롤 방식으로 하지 않는 이상) PDF방식에 비해 자유롭게 디자인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인사담당자가 보고 싶은 프로젝트만 클릭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순서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프로젝트를 상단에 스터디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는 하단에 배치하면 된다.
3) 용량과의 전쟁에서 자유롭다.
웹페이지는 링크만 적어서 제출하기 때문에 회사의 용량제한에서 자유롭다. 고화질의 이미지의 갯수가 몇 개인지와 관계없이 원하는 만큼 넣을 수 있다. 또한, pdf방식과 달리 페이지 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 프로젝트는 내용을 많이 넣고 재질 스터디와 같은 가벼운 프로젝트는 사진만으로 완성할 수 있다.
4) 원하는 프로젝트만 접근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저작권 문제나 아직 진행 중이라 더 손봐야하는 프로젝트 등 다양한 이유로 몇개의 프로젝트는 가리고 싶지만 몇개는 보여주고 싶을 때 이런 기능이 유용하다. 또한 보여주고 싶은 대상에게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전체공개용 홈페이지에는 비밀번호를 적어두지 않으면 한 플랫폼으로 두가지 버전이 생긴다.
5) 도메인을 살 때 돈이 든다.
나의 경우 wix를 이용해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돈을 내기 전에는 www.wix.com/00000과 하단에 광고 바가 뜨고, 도메인을 구매하면 원하는 주소로 바꿀 수 있고 광고바가 사라지는 식이었다. 1년 도메인 이용권을 지불했는데 제본값이나 도메인 값이나 매한가지로 아깝다. (팁이라면 그나마 세일할 때 사라는 것 뿐이다..)
6) 동영상 재생이 자유롭다.
윅스의 경우 유투브 링크만 알면 웹페이지에서 바로 재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의 컨셉을 설명할 때, 배경에 해당하는 inspirational image를 동영상으로 활용했는데 인사담당자의 이목을 끄는데 도움이 되었다.
7) 모바일로 보기 좀 더 수월하다.
(윅스의 경우) 웹페이지를 어느정도 만들면 모바일 페이지도 그에 상응하게 만들어져 모바일에서 어느정도 크기로 보이는지 가늠하기 쉬웠다. 특히 전체 공개용 포트폴리오에서는 모바일 페이지로 보는 비율이 높았는데, 모바일 버전을 위한 디자인도 다룰 수 있어 원하는 부분을 강조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 처음 포트폴리오는 pdf로 제작했었는데, 용량 문제로 골머리 썩는게 지겨워지고 동영상으로도 내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싶어 웹페이지로 겸용해서 운영하고 있다. 웹페이지는 윅스를 이용했고, pdf는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두 가지를 응용해 제작했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다. 내가 언급하지 않은 다른 특징도 많을 것이다. 차분히 고민해보고, 내 디자인과 더 적합한 방식으로 진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