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반복이 내 삶을 바꾼 순간
처음에 루틴을 시작할 때는 단순했다. 몸은 무겁고, 마음은 늘 조급했다.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 눈에 보이는 숫자에 매달리는 습관이 나를 자꾸 쫓아다녔다.
그래서 작은 루틴을 만들었다.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금이라도 조절하고, 매일 짧게라도 공부를 하는 식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걸로 뭐가 달라지겠어?’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루틴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다.
몸에서 온 변화
가장 먼저 찾아온 건 몸의 변화였다. 체중은 분명히 줄었다.
예전처럼 날씬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싫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체력이었다.
예전에는 20분만 걸어도 숨이 차곤 했는데, 이제는 1시간 인터벌 러닝을 해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성취감이 따라왔다.
운동이 더 이상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게 된 것도 큰 변화였다.
처음에는 살을 뺴려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운동 그 자체가 즐겁다.
덤벨을 잡는 손끝에 힘이 들어가고, 땀이 흐를 때 느껴지는 개운함은 결과와는 다른 만족을 줬다.
마른 몸이 아니라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체력이 좋아지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몸이 힘들 때는 늘 나만 생각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아이와 남편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었다.
주변을 살필 힘이 생겼다는 것은, 운동이 알려준 뜻밖의 선물이었다.
마음에서 온 변화
마음의 변화는 몸보다 늦게 찾아왔다.
아직도 감정이 널뛰는 날도 있고 조급함이나 완벽주의 기질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지만
루틴을 쌓아가며 하나 배운 게 있었다.
바로 '결과보다는 목적을 떠올리는 힘'이었다.
운동을 하면서 체중계 숫자가 내려가지 않을 때도 있었고, 영어 공부를 하면서 진도가 더딜 때도 있었다.
예전 같으면 금세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왜 이걸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꾸 던졌다.
'살을 빼야 하니까'가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으니까', '잘하고 싶으니까'가 아니라
'꾸준히 나를 키우고 싶으니까'
이렇게 목적을 자꾸 상기하다 보니, 결과가 더디게 따라와도 덜 조급해졌다.
루틴은 내게 성취감보다 더 중요한, 태도의 변화를 가르쳐주었다.
나도 몰랐던 순간
변화는 생각보다 소소한 장면에서 드러났다.
예전에는 일기를 쓰면 감정에 휩쓸려 적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들쑥날쑥한 기분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글로 털어내려는 나를 발견했다.
감정에 매몰되기보다 '나를 밖에서 바라보는 힘'이 조금은 자란 것이다.
공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어공부를 매일 짧게라도 이어가다 보니, 예전처럼 긴 공백기가 사라졌다.
공부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내가 이 작은 루틴들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즐겁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몰입해서 몇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다. 육아도 하고 살림도 해야 하니까.
그러나 그 속에서도 '나만의 20분, 30분'을 지켜내는 일이 나를 단단하게 했다.
루틴이 알려준 것
돌이켜보면, 루틴은 단 한 번도 거창한 결과를 가져다준 적은 없었다.
대신 아주 작은 조각들을 매일 남겨주었다.
그 조각들은 어느새 기록이 되고, 흔적이 되고, 나를 증명하는 발자국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금세 포기했을 텐데, 지금은 브런치를 연재하고 있고, 블로그에 글을 쌓고 있다.
성과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다고 해도, 기록을 차곡차곡 남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겐 큰 변화였다.
내 페이스를 인정하고, 천천히라도 무언가 해나가는 지금이 참 행복하다.
우리가 루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루틴이 우리를 만든다. 작은 반복은 언젠가 거대한 증거가 된다.
나도 몰랐던 변화를, 루틴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