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엄마에게도 시간표가 필요하다.

리듬을 되찾은 하루, 엄마의 시간도 계획이 필요하다.

by 안썬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육아휴직이 시작된 뒤 몇 주간은 아이를 돌보고, 미뤄뒀던 집안일이나 병원 일정들을 처리하며 지냈다.

그저 한 명이 늘었을 뿐인데, 육아와 살림에 체력적,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감사한 시간을 더 잘 활용해 볼 수 없을까?'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 같았다.

아이에게 하루 스케줄이 있듯이

우리 부부에게도 하루의 '대략적인 시간표'가 있다면 더 풍요롭게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남편에게 제안하자, 흔쾌히 좋다고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육아휴직 2주 차부터 본격적으로 가족 시간표를 짜기 시작했다.


아이 돌봄을 중심으로, 우리가 각각 쓸 수 있는 자기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했다.

낮잠 시간, 교대 육아 시간등을 조정해서 개인 루틴 시간을 확보해 보기로 했다.


시간표를 짤 때는 하루를 100% 촘촘히 채우기보다, "고정된 흐름(기둥)"만 먼저 잡는 걸 추천한다.

예를 들어 아이 낮잠 시간, 식사 시간, 부부가 교대로 육아하는 시간 등을 기준으로

먼저 시간의 큰 뼈대를 만들고, 그 안에 각자의 루틴이나 자유 시간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간표를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받기 쉬우니, 일단 실행해 보며 수정하는

방식이 훨씬 유연하고 현실적이었다.


이전에는 시간표 없이 그때그때 아기를 보다가

틈틈이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남는 에너지로 집안일을 했다.

그런 방식도 나쁘지 않았지만, 어딘가 흐트러지고 피로감이 컸다.


하지만 시간표를 만든 이후,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써보자"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현재 나는 하루 평균 5시간 정도의 자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운동하고, 배우는 시간으로 쓰고 있다.


무한정 풀어진 하루보다, 딱 정해진 시간 안에서 몰입하는 하루가 더 깊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시간표가 하루의 큰 틀이라면,

그 틀 안에 들어가는 루틴은 마치 테트리스 블록처럼 맞춰 넣을 수 있는 단위 었다.

예를 들어 오전에 90분이 비어 있다면, 그 안에 글쓰기 (30분), 독서(20분), 영어공부(30분)처럼

작고 반복 가능한 루틴들을 끼워 맞춰 넣는 식이다.


시간표가 리듬을 잡아주고, 루틴이 그 리듬을 채워주는 느낌.

이 둘의 궁합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시간표가 생긴 뒤 쓸데없는 곳에 쓰는 에너지가 줄었고

필요할 곳에 에너지가 몰입해서 쓰이니

아이와 놀어줄 때도 더 즐겁게 놀아줄 수 있었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휴식 시간을 확보하면서, 아기와 놀아주니 텐션도 훨씬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좋은 변화였다.


남편의 육아휴직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엄마에게도 시간표가 필요하다.

막연한 하루보다, 리듬 있는 하루가 삶을 훨씬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안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은 나를 회복시키고,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사실, 이 브런치 연재도 그 시간 안에서 탄생한 것이니까.


오늘도 나는 '엄마의 시간표'를 따라, 내 루틴을 살아가고 있다.


육아 시간표.png 나와 남편이 짠 시간표
시간표에 루틴, 태스크들을 적용한 실제 내 시간표


매거진의 이전글3화. 두 조력자와 만든 루틴 설계의 전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