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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스텔라 Mar 24. 2020

취미 한 번 고맙습니다

누군가의 근사한 취미 덕이다.

열 세대가 안 되는 빌라에 관리인은 따로 없다. 눈이 오면 누군가 비질을 했고, 추위가 녹자 텃밭에 씨를 뿌리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새소리가 요란해 창을 열어보니 못 보던 꽃이 심겨져 있었다. 햇빛을 맞은 노란 꽃들이 눈이 부시게 화사하다. 이렇게 사랑스런 취미를 가진 이가 옆집인지 3층인지, 덕분에 한 일 없는 내가 금빛 아침을 맞았다.


‘누가 텃밭에 꽃을 심어놨어!’ 남편에게 서둘러 메시지를 보냈다. 남편은 우리도 함께 볼 꽃을 심어야 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지금까지 흙 만지는 취미를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꽃을 심을 생각에 조금 설렜다. 문득 빌라 입구에 고장난 전등이 떠올랐다. 일층이라 불편없이 다닌다고 무심했다. 남편아, 들어오는 길에 형광등을 사오너라. 우리는 봄빛을 갚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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