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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Apr 18. 2021

때는 꼭 올 테니까 그 기다림에 설레는 삶을 살아보자

때는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99년. 미국에서 열린 여자축구 월드컵 결승전. 결승 진출 국가는 바로 중국과 미국. 두 팀은 연장 접전 끝에도 결국 0 대 0 무승부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제는 양 팀 선수들의 피 말리는 승부차기만이 남은 시점. 엎치락뒤치락하며 주고받다가 미국의 마지막 키커인 브랜디 체스테인의 차례가 왔다. 마치 2002년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홍명보 선수처럼. 그녀가 차는 공의 행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기회이자 위기인 그때. 그녀가 찬 공은 결국 그녀의 발등을 떠났다. 결과는 미국의 승리. 하지만 9만여 명의 관중들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매체들은 미국의 승리보다 그녀의 골 세레머니에 더 큰 환호성과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가 상의를 벗고 포효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남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겼였던 이 세레머니로 인해 많은 이들은 자신의 편견 혹은 선입견과 마주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우리는 자신은 평등주의자라고 착각하기 쉽다.

‘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하지 않아!’  

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사회문화적으로 많은 것들에게 노출되어 왔고 우리가 사는 사회의 주류가 이끄는 이데올로기나 이념 또는 가치관을 흡수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자신의 사고나 가치관 등에 대해서 항상 비판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브랜디 체스테인의 골 세레머니는 지금도 회자되며 그녀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역사상 가장 당찬 세레머니”라는 칭송 자체도 어쩌면 그동안의 사회적 관념이 남성 위주의 문화였음을 반증해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는 여성 위주의 문화로 향해야 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 역시 극단적인 선택이기에 옳지 않은 방향임은 분명하다. 이를 우리는 페미니즘이라고도 부르는데, 너무 치우는 생각이나 가치관은 그릇된 언행을 유발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중용]이란 책이 편찬되어 유교 사상의 중요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중용을 단순히 “가운데”를 유지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 가운데를 유지하기 위한 상하좌우의 움직임, 즉 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편견과 선입견, 평등과 차별 등등 수많은 것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편, 그녀는 실수 후의 대처가 실수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비단 그녀만이 외친 명언은 아닐 것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보다 미련한 것이 없다는 말도 있듯 우리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이후의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들을 자주 실수하며 계속 반복하는 것일까?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실수와 그 실수를 반복하는 행위는 바로 자기 자신이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것들이다. 가령, 나는 자주 그릇이나 물건을 잘 깨거나 부순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많이 혼이 났었고 결혼한 지금도 아내에게 야단을 듣는다. 그 이유는 그릇을 깨면 다시 사면된다고 여기기 때문인데, 이는 바로 나의 실수를 크게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취급한 것에서 비롯된다.

브랜디 체스테인의 말을 쉬이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의 생활과 연관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녀의 말과 나의 작위적 해석은 위에서 언급한 [중용] 23장과도 연결된다. 이 구절은 영화 [역린]에서도 정조의 심정을 대변하기도 했었다. 다음과 같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모든 변화의 시작은 아주 작은 일인 것이다. 이 같은 말은 영국 수상이었던 마가렛 대처가 말한 바,

우리의 운명은 바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우리의 작은 습관이나 자주 저지르는 실수에 잘 대처하고 최선을 다하자.

그리하면 더디겠지만 결국 자신의 삶이 보다 풍성해지길 것이다.

빨리 피고 빨리 지는 꽃도 있지만 늦게 피고 늦게 지는 꽃도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에서 정성을 다하면  언젠가는 피게 될 것이다.

때를 기다리면서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자체를 즐겨보는 삶을 살아보자!

제법 살아볼 만한 삶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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