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Answer Apr 21. 2021

24

그를 그리워하며

코비 브라이언트. 현세대에게는 우리의 마이클 조던과 같은 존재다. 무수히 많고 화려한 경력을 지녔고, 수많은 별명도 가진 슈퍼스타였다. 아니, 현재도 진행형이다. 원클럽맨으로서 20년 가까이 LA 레이커스에 몸담았고 2016년 해당 팀에서의 은퇴 경기에서 무려 60점이나 넣었으며 뒤이은 은퇴식에서는 홈구장인 스테이플스센터 천장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 두 벌에 두 개의 백넘버(8번, 24번)를 남긴 최초의 선수다. 또한 그는 현역 시절 “MAMBA” 애칭이 붙어 다녔다. “독사”라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에서 보듯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였고 경기에서는 승부사였다. 그래서인지 클러치 슈터이기도 했고 숱한 버저비터도 쏟아냈다. 그만큼 독하리만큼 연습에 매진했고 이기기 위해 몸을 바쳤던 그를 표현하기엔 더없이 안성맞춤인 별명이다. 어죽 하면 은퇴식 마지막 인사가 “MAMBA OUT!”이라고 했을까.

한편, 그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무척 큰 선수이기도 했다. 항상 가족을 최우선이었고 은퇴식은 물론이거니와 항상 공식석상에는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했었다. 그중 둘째 딸 지아나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었다. 본인과 같은 농구선수가 꿈인 딸이었기에 더욱 애착이 가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코비 브라이언트와 지아나는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그녀가 속한 농구팀을 가르치기 위해 떠나던 중 갑자기 추락하여 결국 숨지고 말았다.

그의 사망 소식은 NBA는 물론 전 세계 농구팬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나 역시도. 중학교 시절부터 NBA에 매료되어 친구들과 함께 모여 AFKN으로 그의 경기를 시청했었고 그가 새겨져 있는 NBA카드를 수집하는가 하면 그의 이름으로 된 신발을 신고 농구를 했던 나에게도 그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나의 학창 시절 일부가 잃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그는 내게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농구선수에게는 백넘버가 큰 의미를 지녔다. 마이클 조던의 23번은 그의 형 래리 조던의 농구실력을 반반이라도 닮길 위해 형이 달았던 45번이 아닌 23번을 달았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의 영향으로 현재 르브론 제임스는 그를 닮고 싶은 마음에 백넘버 23번 달고 경기를 치르고 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마지막 백넘버 24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위 사진에서 보듯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의지가 담겨 있다. 농구에서 공격시간은 24초이다. 이 시간 동안 골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하루는 24시간이다. 인간은 이 시간을 매일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24”란 숫자는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이런 뜻이 담긴 번호를 달고 어찌 노력을 게을리할 수 있겠는가. 초심은 언제나 지키기 어려운 법. 그래서 이를 지키는 이가 대단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비는 “위대한”선수라고 할만한다.


이 같이 유명인들의 명언 중에는 “최선”과 “노력”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처음에는 그들의 말에 끄덕였지만 어느 순간 이 진리와 같은 명언은 내 심금을 울리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이런 말들을 하면 “꼰대”라는 말로 비아냥거리며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도 손가락질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렇게 열심히 춤을 춘 가수 비의 모습을 본 현세대들이 우스꽝스럽게 여겼고 급기야 이를 따라 하는 영상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었다. 덕분에 비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학생들 사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진지하게 참여하는 친구들을 보고는 “진지충”이라고 비꼰다. 그래서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들도 그들의 시선을 의식해 최선을 다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왜 그들은 손가락질을 하는 걸까? 아마 이것은 사회적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겠다. 현 10~20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본인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경험이 많지 않다. 무한 경쟁시대인 그 시점에서 경쟁의 승리자는 소수이고 나머지는 패배자로 취급되며 모든 보상은 승리한 사람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노력 = 결과”인 공식 아닌 공식으로 인해 결과 중심의 사회로 흘러가는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인해 “수포자”처럼 “생포자” 즉,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 건 아닐까? 모든 이유가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최선”과 “노력”, “인내”라는 단어가 지닌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된다.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희망”을 위해서는 앞선 가치들이 분명히 의미가 있고 힘을 지녔다. 그러므로 코비가 달았던 24번의 의미를 떠올리며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은 더 노력해보자. 결과가 중요하다. 하지만 노력 자체도 의미가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무언가를 이루고자 했던 마음과 행동은 적어도 내가 알고 있지 않은가. 그것만으로도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보잘것없고 남의 눈에 띄지도 않은 의자 아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던 이상순과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속 아주 작은 새를 그릴 때도 심혈을 기울였던 미켈란젤로가 그러했듯 우리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알아봐 주는 나에 대한 애정을 갖자!   


매거진의 이전글 때는 꼭 올 테니까 그 기다림에 설레는 삶을 살아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