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체육버전은?
2018년은 내 나이 37세이자 교직 경력 8년차가 되는 해다.
내일 모레면 10년차가 된다.
세월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체육교육을 실천하면서 난 무엇을 했는가? 또, 무엇을 얻었고 잃었는가?
난 지난 7년 동안 인문적 체육이란 철학을 받아들이고 하나로수업으로 학교 현장에서 그 가치관을 실천하고자 했었다.
근데, 난 정말 인문적 체육을 내면화하여 수업에 적용했을까?
겉치레뿐이었는지....맹목적인 믿음은 아니었는지....남의 것을 그저 흉내만 내기 급급하지 않았는지....
몇 회 워크숍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박정준 선생님의 강의에서 “000만의 하나로수업”이란 말이 떠오른다.
그동안의 하나로수업은 “나만의 하나로수업”이었을까?
2011년 신규교사로서 난 누군가의 수업을 모방하여 내가 속한 학교에 적용만 할 뿐이었다.
이 당시에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들에 치중했었다.
각종 터와 패, 역할, 화려하고 예쁘기만 한 과제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고 이게 하나로수업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같은 경향은2012, 2013, 2014년까지 이어져 갔다.
나만의 색깔이 없었다고 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로 여겨지겠지만 색깔의 농도로 표현하자면 아주 연했었다.
최의창 선생님과 1, 2기 선생님들이 만들어 놓은 인문적 체육과 하나로수업이란 색이 훨씬 진하고 강렬했고 거기에 나란 색을 한방울 떨어뜨린 정도랄까.
돌이켜보면 이것저것 시도했던 것이 나만의 철학과 수업을 만들려는 노력이었는지 의문스럽다.
여기까지 나의 체육 버전 1.0이다.
2015년의 내 모습은 이전과는 미세하게나마 달라진 경향이 눈에 띄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거다.
예를 들어 시화 작품을 만들 때 이전에는 작품의 의미보다는 꾸미는 것에 집중했다면,
2015년에는 하나로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감정과 이 감정이 표현된 서툴고 투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작품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수업을 구상하고 실천할 때에도 터와 패에 크게 개의치 않고 그 상황에 맞도록 운영했었다.
또한, 수업주제에 관해서도 점차 나의 관심사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도 취미로 긁적이고 있는 랩 가사와 힙합을 수업주제에 녹여내게 된 것이었다.
2016년 농구수업에서도 “농구”와 “힙합”이 게토(Ghetto)에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점에 초점을 두어 수업주제와 내용에 적용하게 되었다.
2017년에는 수업 설계와 실천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고 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집중한 시기였다.
여행과 힙합, 글쓰기 등등 제 2의 인생을 열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고민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면서 꾸준히 해낼 수 있는 것들을 탐색하였다.
이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마도 여기까지가 나의 체육 버전 2.0인 듯하다.
2018년에도 달라질 것 같다. 우선, 나의 역할이 변화했다.
회원에서 회장으로.
책임감이란 무게가 내가 하고 싶은 바를 펼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나마 덜 무겁게 느껴진다.
관심을 받는 입장에서 주변을 돌아보면서 관심을 가져주는 쪽으로의 변화랄까.
또한, 인문적 체육과 하나로수업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내가 추구하는 인문적 체육은 무엇일까? 그 모습의 가시적인 형태인 하나로수업은 어떤 것일까?
따라가기만 하는 쪽에서 걸어왔던 내 발걸음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내 모습을 뚜렷하게 그려야만 하지 않을까 싶다.
이 과정이 내게 있어서 나의 체육 버전 3.0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