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이란 새로움에 친숙해지고 편견이란 익숙함을 경계하다
벌써 새 학기가 시작한 지도 2주가 지났다.
그 동안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이제야 첫 한 장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첫 걸음을 뗐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겠다.
2년 만에 담임을 맡게 되었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업무가 생소했다.
이것저것 공지할 내용도 수합해야 할 서류도, 챙겨야 할 것들이 이리도 많았나 싶을 정도로.
거기가 아이들과의 상담, 수업준비 등등 몸과 마음,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 금방이라도 번 아웃(burn out)될 판이었다. 그래서 모든 걸 꼼꼼히 해야겠다는 욕심도 버렸고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까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고 여유도 꽤나 생겨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새 학기 첫날이 기억에 남는다. 오랜만에 설렘으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아이들과 1년 동안 지낼지 기대와 희망으로 들떴다.
2월 말에 학교에 와서 우리 반(3반)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아이들의 1년을 책임질 책상과 의자의 높낮이를 맞추고 아이들의 이름을 외웠다.
지난 5년 동안 담임을 하면서 매년 해오던 나만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3.1절에는 안산에 다녀왔다. 2015년부터 3.1절이면 빠지지 않고 찾았던 세월호합동분향소.
이곳에서는 안타깝게 희생된 그들을 위로하고 기억하면서 교육자로서의 내 마음을 다잡곤 한다.
이렇게 2년 만에 새 학기를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을 거친 후 우리 반을 만나게 되니 실로 감회가 새롭다.
이번에는 써클이란 활동을 처음 시도해봤다.
거창한 무엇은 아니고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자주 활용하는 관계 맺기 방식이다.
책상을 걷어버리고 아이들을 둥글게 모이게 한 후 간단한 게임으로 어색함을 누른 뒤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이 때 토킹피스란 물건을 쥐고 있는 사람만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나머지는 경청한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방식이다.
침묵이 흐를 수도 있고 예상했던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어서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뭐든 직접 해보는 성향을 지닌 나로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긴장되긴 했었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우리 반 아이들은 서로 도와가며 잘 지내고 있다.
써클의 영향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서로의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 건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체육수업 인트로에서는 특별히 내 소개를 하는 데 1차시를 할애했다.
지난 워크숍 때 영택이형이 본인을 먼저 소개한다는 말에 동기부여가 되어 교사 배문수로서가 아닌 배문수 그 자체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솔직하게 밝혔다.
2차시 때에는 체육교사로서 “체육을 하면 뭐가 길러지는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품은 스포츠”, “하나로수업” 이야기, 수행평가 소개로 꾸몄다.
지덕체, 전인, 스포츠 리터러시 등등의 말보다는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기를, 꼭 하는 것만 스포츠의 전부가 아님을 얘기했다.
그리고 동계올림픽과 스포츠영화 등등을 소개하면서 스포츠 속 사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고 자연스레 하나로수업도 이것들을 추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3차시에는 수업규칙과 체육부장, 음악부장을 선발하고 체육오성지수와 체육경험록을 작성하면서 인트로를 마무리했다.
매년 인트로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내 자신이 체육수업에 관해 강한 어조로 말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체육을 좋아하지만 그 이유가 자유시간이고 쉬는시간이기 때문에 즐겁다고 여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 생각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과연 학생들은 내 예상처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가? 아니면 나의 억측인가? “좋아한다”, “즐겁게”라는 말과 자유시간을 동의어로만 간주하고 있지 않은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스스로가 너무 경직되어 있지 않은지 고민해봐야겠다.
다음 글쓰기에서 고민의 흔적을 적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