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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Jun 21. 2020

전과 다를 것 같은 예감

오랜만에 담임하는 기분

#체육 진로의 방향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3월 새 학기가 시작한 이후부터 매일 하는 건 우리 반 아이들과의 개인적인 대화다. 

상담은 너무 무거움이 느껴지는 까닭에 대화로 생각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곤 한다. 

이번 주에 기억에 남는 학생은 진로를 체육으로 정한 여학생이다. 

이전에 우리 반 남학생이 체육관련 학과를 진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유도를 배우고 있었다. 

용인대 유도학과로 진학해서 교직이수를 할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좀 더 깊이 물어보니 그의 생각이 아닌 전적으로 유도 사범의 생각이고 이 학생은 그것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여학생도 그런 건 아닌지 걱정되어 미리 메시지로 궁금한 게 뭔지 물었고 아닌 게 아니라 특기생, 비특기생 등의 전형이 알고 싶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다음 날 여학생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여학생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정보의 출처를 알 수 있었다. 여학생의 아버님은 국어교사이고 그의 친구가 체육교사인데, 특기생으로 가야만 한다며 비특기생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선 본인은 특기가 없으니 어려운 비특기생 전형을 알고 싶었다는 거다. 

학생선수 이외 태권도학과, 유도학과 등은 학생선수가 아니더라도 전국대회 실적이 있으면 수시 전형에 높은 가산점을 얻게 되는데, 

이 부분만 알고 특기생, 비특기생이라는 개념으로 체육관련 학과를 이해하고 있었던 거다. 

오개념이 잡혀 있는 것 같아 바로잡아주긴 했는데, 우리 학생들이 체육관련 진로 및 진학에 대해서 많이 모른다는 걸 새삼 알게 되어 안타까웠다. 

적어도 내가 대화를 해본 학생들(고3 포함)은 막연히 체육을 좋아하고 잘하는 것 같으니까 체육교사를 하겠다고 진로희망에 적는 것 같다(이 경우 내신점수가 높지 않았다 . 

다른 의미로는 공부로는 안 되니까 체육 쪽으로 간다는 거다). 

선생님께서 구분하셨던 1, 2, 3차 진로에 대해서는 1도 생각하지 못한 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체육교사라는 직업만을 바라보고 준비한다는 게 선택과 집중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는 효율적이겠지만 어느 한 측면만 생각하게끔 하여 또 다른 무엇을 고민해보지 않는 누를 범할 수 있겠다 싶어 걱정이다. 

어떻게 하면 보다 넓게 바라보게끔 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체육=움직임만”, “체육진로=1차 진로”라고 고정되어 있는데 말이다. 

과연 내가 학생들 1년 동안 이 공식들을 깨뜨리게끔 도와줄 수 있을까?      


#읽는 스포츠 실천하는 노하우 쌓기


해 읽는 스포츠를 활용해보고자 수행평가에도 과감히 독서활동을 통한 서술형·논술형 평가 20점을 포함시켰다. 

그래서 한 달에 1~2번은 독서활동을 진행하고자 계획 중이다. 

운동장에서는 짧은 글이나 활동지로 읽기 및 쓰기터를 운영하겠지만 운동장에서는 책 한권 읽기가 쉽지 않아 공간을 살펴보고 있었다. 

교실은 너무 딱딱하고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되도록 피한 채 도서관을 알아보니 그곳은 2학년 문학수업이 벌써 1년 치 예약을 다 해놓은 상태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알아보던 중 1학년 국어 선생님이 마련해놓은 공간이 있어 그곳을 함께 정리했다.

4월 초에 진행하기 위해 도서목록도 신청하고 원래 갖고 있던 책도 정리했으며 집에 있는 것들도 챙겨가려고 한다. 

문제는 운영방식이다. 

국어선생님께 여쭈어 봤더니 읽는 스포츠에 국한시키지 말고 본인이 읽고 싶은 책에 체육(그분은 건강에만 초점을 둔 채 심리적,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라고 말하지만)의 의미를 담아보고 그것을 책을 읽으면서 찾아내 글이나 몸으로 표현해보라고 하는데 썩 내키지 않았다. 

사회나 수학 수업 때 활용하는 모둠별로 같은 책을 읽고 얘기하면서 표현하는 방식도, 체육선생님 독서활동을 중점적으로 시도하고 계시는 분의 방법은 학기말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공간 및 책은 확보되었는데 보다 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고민해보고 있다.    

  

#아침에는 배구로


번 주부터 자율동아리인 배구클럽이 진행되었다. 

중학교 때 배구를 배운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팀으로 내게 찾아와서 담당 교사를 부탁했었다. 

처음에는 다른 동아리도 있어서 거절했는데, 계획서를 갖고 한 번 찾아왔고 난 바로 담당 교사 제의를 받아들였다. 

계획서를 총 4장을 써왔는데, 일일이 본인이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서 매주 차시별 활동을 빼곡이 적혀져 있었다. 

이 열정과 정성이 나를 움직였고 매주 화, 목 아침 7시 반부터 1시간가량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던 거다(월, 수, 금 아침에는 농구클럽의 운동에도 참석해야 하지만). 

내 기대가 컸던 탓일까? 학생들의 의욕은 높으나 기량은 반의반도 미치지 못하는 걸 보고 약간 실망을 했지만 내가 뭔가를 도와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배구는 문외한이라 누군가의 도움이나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함께 배우면서 1년을 꾸려나가야겠다. 

이참에 여자배구클럽도 만들어볼까? 괜히 의욕만 앞서는 건 아닌지...암튼 앞으로가 기대된다.      


년과 다르게 담임을 하면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무엇보다 많은 교과 선생님과의 교류가 있다는 점인데, 학생부에는 거의 대부분이 체육과였기 때문에 내 생각의 폭이 좁았었다. 

하지만 담임을 하니까 국어, 수학, 영어, 사회 등등의 각양각색의 교과담당이자 담임교사로 한 공간이 있으니까 이것저것 눈으로, 귀로 얻어지는 것들이 꽤나 많다. 

작년에는 왠지 모르게 고인 물처럼 여겨졌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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