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타하리
옥주현의, 옥주현에 의한, 옥주현을 위한 마타하리
세계 진출을 목표로 해외 스태프와 국내 제작사 만들어 낸 "Made in KOREA"
모르고 봤다면 라이선스 뮤지컬로 생각할 정도로 무대, 음악, 스토리(는 아주 조금) 어디 하나 아쉬움이 없는 공연이었다. 첫 공 때는 '어떻게 만들었나 보자~'하는 마음으로 봤더니 살짝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두 번 보니 그야말로 꿀잼! 제작 초기 단계부터 옥주현을 염두하고 만들어졌기에 이 공연은 '뮤지컬 옥주현'이라고 해도 충분히 그럴싸 하다.
신비한 춤을 추는 인도에서 온 여신, 마타하리
어제 아침, ‘스파이’로 불리는 무희 마타하리가 총살형에 처했다. 마타하리는 지난 7월 24일 파리의 3차 전쟁 위원회에서 스파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한 그녀는 전쟁 전부터 독일군에게 금품을 받았고 베를린에서 정계 인사, 군인, 경찰들과 교제하며 독일의 스파이로 활동했다. (중략) 1917년 2월 13일, 마타하리는 프랑스 여행 중에 체포됐다.
_ Le Petit Parisien 1917년 10월 16일 자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Margaretha Geertruida Zelle)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숨기고 물랭루주의 무희, '마타하리'가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벨리댄스로 유럽 남자들을 사로잡지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스파이로 몰려 처형된 비련의 여인. 그녀의 굴곡진 인생사,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파이,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당연히 있을법한 로맨스가 한 데 모여 뮤지컬 <마타하리>가 탄생됐다.
불안함 1g도 없는 완벽한 무대
바닥부터 천장까지 어느 곳 하나 버리지 않고 사용하는 뮤지컬 무대의 특성상 기둥이나, 2층 세트, 무대 회전 때문에 보는 내내 불안 불안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마타하리>는 그런 우려 따위는 꺼내 볼 틈도 없이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그 흐름이 정말 매끄러웠다. 물랭루주의 무대, 라두의 집무실, 마타하리의 분장실과 집, 전쟁터 등 꽤 많은 장면들을 동일한 세트 몇 개로 소화하면서도 멋들어지게 표현했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몇몇 장면에서 2층이 허전하다는 정도?!
골라보는 재미가 있지만 이왕이면 옥-신-송으로
믿고 보는 옥주현, 류정한 / 비주얼 좋은 신성록, 송창의, 김준현, 엄기준 / 새로운 느낌의 김소향, 정택운.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나는 매끄러운 공연을 볼 수 있는 옥주현, 신성록, 송창의를 추천한다.
- 옥주현≥김소향 : 옥주현은 조금 더 강인한 마타하리를, 김소향은 여리여리한 마타하리를 보여준다. 힘 있는 보이스의 옥주현 목소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김소향의 노래가 약하다 생각될 수도. 대게 뮤지컬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강한 성향들이 많은데, 김소향은 그 와중에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배우 인 것 같다.
- 신성록≥류정한/김준현 : 김준현은 안 봐서 패스. 다른 공연이라면 무조건 류정한이겠지만 마타하리에서는 신성록을 추천하고 싶다. 아무래도 주인공은 마타하리기에 적절히 과하지 않은 신성록이 딱 좋음. 솔직하게 류정한은 노래를 너무너무 잘해서 살짝 튀어 보인다.
- 송창의> 정택운≥엄기준 : 이 들의 배역은 마타하리와 사랑에 빠지는 멋진 남자. 그러므로 착한 인상과 부드러운 보이스의 송창의는 당연한 선택! 아이돌인 정택운은 노래는 괜찮으나 너무 어리기도 하고, 연기력이 부족해 언뜻 보면 마타하리 혼자 짝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엄기준은 연기는 너무 좋고, 여배우와의 캐미도 상당히 좋지만 노래 소절마다 들리는 숨소리가 상당히 거북하다.
- 최나래> 김희원 : 두 분 다 노래와 연기를 잘 하시지만 연기 스타일로 봤을 땐 나는 최나래.
- 선우> 홍기주 : 무대에서는 처음 보는 배우들. 노래는 비슷하나 홍기주는 대사톤이 다 똑같다.
- 임춘길 : 총체적 난국이지만 원캐라 선택의 여지가 없음.
남는 노래가 없지만 계속 빠져들게 만드는 게 프랭크 와일드혼 스타일
<마타하리>의 작곡가는 전 국민이 아는 '지금 이 순간'을 만든 프랭크 와일드혼이다. 대게 뮤지컬은 공연이 끝나면 귓가에 맴도는 소절이 있기 마련인데, 프랭크 와일드혼의 노래는 <몬테크리스토>도, <루돌프>도 한 번에 기억에 남는 곡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멜로디가 정말 좋고, 스토리에 음악이 잘 녹아내려간다.
<마타하리>는 배우들의 솔로가 특히나 돋보이는 작품인 것 같다.
가사가 예쁜 '저 높은 곳', 마타하리 매력 포텐 터지는 '내 맘을 조심해', 애절한 듀엣곡 '어딘가', 우아한 엔딩을 만들어 주는 '마지막 순간'..... OST가 나와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초연이 이 정도라면 재연은 더 멋진 무대가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스파이 씬과 떼 씬이 조금 더 있고,
쫀쫀한 긴장감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 무대에서도 꼭! 성공해서 뮤지컬 역수출의 활로를 개척해주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
6월 12일까지. 블루스퀘어.
* 사진출처 : EMK뮤지컬컴퍼니 <마타하리> 홈페이지
* 배우 존칭은 생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