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같이 갑니다.
이번 달 말에 우리 부부는 같은 기간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남편은 내가 작년에 지인들과 다녀왔던 북경으로, 나는 여행계 언니들과 제주도로. 1년에 2박 3일 이상의 여행을 4~5번 간다고 했을 때, 우리 부부가 같이 가는 경우는 1~2회뿐이다.
“왜 따로 다녀요?” 우리 부부가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 종종 듣는 말이다. 우리가 따로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겐 남편보다 더 편하고 좋은 여행 파트너가 있고, 남편은 혼자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여행 스타일이 다른 부부가 따로 여행하며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비용이 절약된다.
제주도를 비롯해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부부가 함께한다면 최소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모된다. 굳이 함께 가기 위해 내가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혹은 남편이 원하지 않은 곳으로 가면서까지 절반의 비용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또한 휴가 기간을 서로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성수기를 피해 여행 일정을 잡을 수 있어 항공, 숙박 등 기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 사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상대방이 이미 갔다 온 곳으로 떠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서로의 취향을 잘 알기 때문에 가면 좋아할 만한 곳이나, 맛집, 교통편, 관광지 등에 대해 검증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녀온 후 같은 장소에 대한 후기를 공유하면서 상대에 대한 새로운 감성이나 취향을 알게 되는 것 또한 색다른 재미를 준다.
3.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결혼 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온전한 자유시간을 갖기 힘들다. 하지만 상대방이 여행을 떠난 후엔 우리 집이 아닌 내 집이 되는 것이다. 파트너가 시야에서 사라진 그 순간부터 집안일은 모두 손 놓고 퀸 사이즈 침대를 혼자 뒹굴며 새벽까지 TV를 보는 시간은 때로는 여행보다 더 큰 행복감을 선사한다. 친구들을 잔뜩 불러 집을 어질러도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4. 애틋함이 더 해 진다.
혼자 있는 시간이 무료해 질쯤이면 하루에 간간히 연락해 오는 상대방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그러다 여행지에서의 모습을 찍어 보낸 사진을 받아 보면 같이 갈 걸 하는 후회와 보고 싶은 마음이 둥둥 떠오른다. 오랜만에 집으로 오는 상대방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다 기다림 끝에 열리는 현관문 볼 때의 반가움은 신혼 초기 못지않은 설렘을 갖게 해 준다.
5. 내 스타일에 맞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을 간다고 해서 사람이 달라지는 건 아닌데도 ‘여행’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상대방에게 집에서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길을 잘 찾지 못한다거나, 여행지 정보를 미리 챙기지 않았다는 등의 혼자 갔다면 스스로 해결할 일들에 대해 서로 싸우고 타박하다 결국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행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려는 필요하지만 여행지에서도 남 걱정에 편히 다닐 수 없다면 그건 진정한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 내 여행 스타일에 맞는 사람과 함께 간다면 눈치 안 보고 가고 싶은 박물관과 유적지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고, 맘 편히 맛집을 줄 서서 기다릴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 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다.
- 하지만 여행 중 커플이 부러운 순간이 오는 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