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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써니 Oct 05. 2015

재미 쏠쏠, 기분 업업   - Flea Market

바르셀로나 #3


관광을 위한, 관광에 의한, 관광의 도시. 바르셀로나 중심 시가지는 어디를 가나 관광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그나마 평일 낮의 해변 정도가 조금 한산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우디의 작품을 보고, 지중해 해안을 보고, 타파스를 먹는 동안에 조금 더 다른 재미를 찾고 싶다면 페이스북으로 ‘Flea Market Barcelona’을 검색해 보자.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하듯 장소를 바꿔가며 열리는 플리마켓은 때로는 작게, 때로는 큰 규모로 열린다. 페이스북을 통해 미리 날짜와 장소를 확인할 수 있고, 열리는 곳이 시내 중심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을 낸다면 찾아가기도 어렵지 않다.


아래층 할머니, 앞 집 아저씨, 옆 집 언니, 성당 오빠 할 것 없이 바르셀로나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기도 하고, 판매되는 물건들 또한 지극히 서양스러워 ‘지금 나는 여행 중’이라는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소매치기를 당해 현금이 모두 사라진 순간에도 한국에서  부탁받은 촛대를 사기 위해 한가로운 일요일에 플리마켓으로 향했다. 소매치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방에서 우울하게 보내기엔 내 여행의 순간이 너무나 아까웠기에 무거운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며 길을 나선 것이다.


플리마켓을 간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멀리서 봐도 ‘저기구나!’를 알 수 있을 만큼 온 동네 사람들이 여기 다 모인 것 같았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은 건 당연한 소리.


마켓에는 나름의 구역이 있었다. 이쪽은 패션, 저쪽은 소품, 저어 쪽은 가구 등 고객들의 편리한 쇼핑을 위해 보기 좋게 잘 나누어져 있었다. 한쪽 벽을 타고 올라간 담쟁이 가지를 쇼윈도 삼아 옷을 전시할 수 있는 몫 좋은 자리를 선택한 젊은 언니도 있었고, 그야말로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서 반려견과 함께 나와 있는 아저씨도 있었다. 자전거를 몇 개를 분해한 듯한 철기구들, 오래된 문 닫은 식당에서 사용한 듯한 금색 숟가락과 포크들, 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것 같은 그림카드, 그리고 내 미션이었던 가지각색의 촛대까지 충동구매를 전혀 느끼지 않을 물건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현금이 조금 두둑하게 있었다면  쓸모없는 것들 한, 두 개쯤은 기념으로 사고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오랜 여행 경험으로 누적된 마음의 소리가 이런 기념품은 어느 순간 집 안에서 없어지고 만다는 걸 머리에 빠르게 전달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열심히 구경한 후, 친구 신혼집 소품을 위해 작은 촛대도 개를 사고 뿌듯한 마음으로 마켓을 빠져나왔다. 촛대에 홈이 파여 있어 과연 맞는 초가 있을까 싶었지만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이 물건을 만날 수 없었기에 과감하게 구입하기로 했다. (훗날 촛대를 들고 다니며 사이즈가 맞는 초를 찾아 헤맸다)


어쩌면 주말에 열리는 플리마켓 어디에선가 더 마음에 드는 촛대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 여행자들의 특성 중 공통적인 게 있다면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바로 구매를 한다는 것이다. 둘러보기만 해도 빠듯한 일정인데 똑같은 곳을 다시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영업시간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왔을 때 그 제품을 설명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이 없을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미래보다는 현재의 지금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행을 즐기는 이유는 현실에서 벗어나 내게 주어진 단 며칠은 적금처럼 미뤄뒀다가 다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 열심히,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행이 재미있고 좋을  수밖에.


잠깐의 외출로 얻은 두 개의 촛대와 여행 기운 충전. 여행자로서는 한가롭게 보냈던 시간이지만 다시금 얻은 이 힘으로 내일도 부지런히 바르셀로나를 열심히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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