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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Jun 28. 2020

'덕업일치'의 마케터

인터뷰 / 현직 F&B(식음료) 마케터 박지희 님



1_본인이 기획한 프로젝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그 이유는?     


제가 H.O.T. 의 오래된 팬인데, 2018년도 가을 즘에 재결합 콘서트를 했어요. 그때 당시로 17년 만이니 너무 오랜만에 재결합인 데다가 단독 공연이다 보니 티켓이 너무 빨리 매진됐죠. 물론 진짜 팬들이 많아서 잘 팔린 것도 있지만 프리미엄을 붙여서 재판매하는 리셀러(되팔이)들이 너무 많이 붙었어요. 물론 요즘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도 콘서트나 공연 때 리셀러 문제는 늘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정말 오랜만에 성사된 공연이고, 다신 없을 수도 있는 공연인데 이렇게 리셀러들이 우리의 추억을 더럽힌다는 생각에 화가 많이 났어요.‘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 즉, 우리가 리셀러의 표를 구매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공론이 팬들 사이에서 생겨나고 있었는데 이 메시지가 캠페인처럼 널리 퍼졌으면 했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암표 사절'이라는 간단한 카피와 함께 카드 뉴스를 만들었어요.


박지희 님이 제작한 카드뉴스와 이슈들 / 이미지 = OSEN


 해당 문제에 공감하는 팬들이 많았는지 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바이럴 이슈가 만들어졌고 각종 SNS를 통해 퍼져나가더니 결국 온라인 기사에도 실렸죠.


'자체 캠페인으로 팬 문화 이끄는 1세대 '라는 기사가 나고 한 매체에서는 정식 인터뷰 요청까지 왔었는데 덕업 일치로 이뤄낸 소기의 성과라 그 프로젝트가 가장 인상 깊었고 저도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있어요. 






2_F&B(식음료) 마케터와 타 마케팅과의 차이는?     


웹이나 온라인 위주의 마케팅을 주로 할 때는 인쇄물을 만 들일이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애플리케이션이나 웹 서비스 홍보를 위해 포스터를 만든다거나 음식 포장에 필요한 패키지 기획을 해야 하는 등의 실무적인 경험이 차이점이죠. 현재 일하는 죠스푸드의 두 개 브랜드에서 함께 하는 가족점이 국내 약 400개가 있고, 각 가족점에 대한 식자재 및 부자재 등의 유통은 물류 회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요. 근데 물류 센터에서 각 가족점으로 물건이 잘 배송되도록 하는 과정이 제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처음엔 좀 당황했어요. 국내 물류 센터는 아직 해외 사례나 뉴스에서 우리가 보는 선진 기술이 많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아마존이나 월마트 물류센터처럼 인공지능 로봇이 알아서 분류하고 포장하고 해 줄 것 같지만 아직 국내 물류센터에서는 사람이 처리해줘야 하는 영역이 훨씬 많았어요. 그래서 홍보물의 합포장이나 일정 조율 등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체크해줘야 한다는 부분이 처음엔 조금 이해가 안 되고 어려웠어요. 하지만 한두 번만 같은 과정을 반복해서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체크해보면서 일을 배우면 누구라도 배울 수 있을 정도의 어렵지 않은 업무예요. 그래서 IT 업계에서 F&B 쪽으로 커리어 점프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처음부터 너무 덜컥 겁먹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3_자신이 생각하는 F&B마케터의 필수요소는?     


먹고, 즐기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쉽게 말해 음식을 좋아해야 할 것 같아요. 편식이 심하거나, 맛집을 줄 서서 기다리면서 먹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고, 내가 좋아하는 맛집을 소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 못하거나, 소개한 맛집에 친구가 기뻐하는 모습을 즐기지 못하는 성향이라면 오래 일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행복감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덕업 일치'는 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회사에서 신메뉴를 기획할 때 저희 팀에서도 시장조사를 통한 트렌드를 반영하거나 마케팅 타깃을 설정하고, 메뉴의 이름을 짓고, 촬영에 대한 콘셉트를 잡는 등 신메뉴 출시와 관련한 많은 연계 업무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음식, 요리, 미식 등에 취미가 없다면 트렌드 서칭을 할 때부터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4_한국 외식 프랜차이즈에 대한 생각 (국 내외의 차이나,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의 수명이 짧은 이유)     


국내 F&B 프랜차이즈의 경우 롱런하는 경우는 많이 없어요. 이건 제가 F&B 마케팅을 하기 전에도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었어요. 우리나라는 뭐하나 유행한다고 하면 미친 듯이 생겨났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게 많잖아요? 개인적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문제들이 F&B 프랜차이즈 업계에 오고 나서는 좀 더 선명하게 보여서 근본적인 문제들을 도려내고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보통 우리나라 프랜차이즈들은 1호점이 잘 되면 갑자기 프랜차이즈를 하기 시작하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가맹 사업을 시작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체계나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장만 늘어나는 형국이 되죠. 그래서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워요. 그래서 지점마다 맛, 서비스, 위생 상태 등이 다 제각각이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그렇게 본부와 가맹점,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 신뢰가 자꾸 무너지다가 부정 이슈가 터지면 브랜드는 망하는 거죠. 아래 블록이 하나둘씩 빠지다가 결국 와르르 무너지는 젠가 게임(블록놀이)처럼요.     



하인리히 법칙, 잠재적 징후 > 작은사고 > 큰사고로 이어지는 프랜차이즈의 문제, 결론은 내실이다.  / 이미지 =네이버 지식백과, 프리픽



그 외에도 잘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잘 아는 브랜드들은 스타벅스, 맥도널드, 버거킹 같은 곳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의 경우 제가 근무하고 있는 죠스푸드나 더본코리아가 그래도 비교적 잘 전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중간에 부정이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본부를 믿고 계약해주신 점주님들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마인드가 우리를 롱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인드 적인 부분에 있어 저희 대표님을 가장 존경하고 있어요.     






5_식음료에 대한 글이 많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서 나름의 철학이 있으신지요?     


철학은 너무 거창 한 것 같고 최근에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식단일기를 쓰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마다 음식이나 다이어트에 관한 생각들이 있으니 이런 자료를 남기고 글로 정리해서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서 운이 좋게 두 번 정도 '다음'포털 메인에 소개됐던 것 같아요.     




처음엔 잘 지켰던 식단이 조금씩 무너지기도 하는 부분이 있고, 이런 부분은 인간적이라고 생각해요. 더 독하게 하는 분도 있긴 하겠지만 보통은 저처럼 기복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은 어떻게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어떻게 식단을 조절하고 있고, 어떤 부분이 힘들었고, 왜 무너지게 되었고,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시작하는지에 대한 글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보려고 하고 있어요. 이 제품이 좋았구나, 이 제품은 별로였구나, 이런 걸 먹으면서 이런 운동을 했구나, 결과는 이랬구나, 다이어트를 하면 이런 부분이 힘들구나는 부분을 가감 없이 작성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이 쌓이면 저만의 데이터가 되기도 하고, F&B마케터로서 소비자에게 좀 더 정확히 터치하는 포인트이자 제가 성장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쓰고 있어요.






6_HTML5, jaba 등 개발 영역에 관심이 있으신 듯합니다.     


개발 영역에 대한 관심이 있는 건 맞지만 정확히는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있어요. 마케터로서 내가 봐야 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개발에 대한 언어를 어느 정도 공부해야 하니까 필요에 의해서 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원래 저희 아버지가 개발자 셔서 어릴 때부터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녹아있던 부분이라 관심이 많죠. 어느 정도 개발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태이다 보니 개발자분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좀 더 이해가 쉽게끔(혹은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개발요청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들의 언어”를 알고 이야기를 해야 소통이 편해진다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7_취미나 모임이 많은 것 같은데 소개 부탁합니다.     


취미가 많은 편이긴 해요. 최근에는 러닝 모임에 나가면서 운동으로써 러닝을 하기 시작했어요. 등산도 원래는 굉장히 싫어했는데 요즘에 트렌드라고 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러닝 모임 내에 소모임으로 등산도 두 번 정도 나가봤어요.

그림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었고, 피아노도 있고, 그로스 해킹 스터디도 나가고요. 사실은 뭐하나에 꽂히면 집중했다가 금방 싫증을 잘 느끼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거 같은데, 그래도 취미가 많은 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마케터로서 직무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8_이렇게 많은 활동 중에도 지치지 않게 하는 자신만의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가 있다면?     


이런 활동으로 인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유명해질 수 있으니까? 유명해지면 그게 돈으로 연결될 수 도 있으니까요. 물론 나의 만족도 포함이 되고요.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바쁘게 사니까 주변 친구들이 '그게 지금 돈이 돼?'라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저는 그러면 '어떤 형태로든 언젠간 돈이 될 수도 있다'라고 답해요. 그런 활동 자체가 자산이 되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나한테 양분이 돼서 언젠가는 꽃을 피운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엄청난 집순이예요. 부지런을 떨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는 거죠.

관통하는 올 해의 가장 큰 목표는 좋지 않은 습관 바꾸기예요. 가령 “뭔가를 하더라도 3개월 이상 꾸준히 하기”와 같은..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백발백중이라는 팟빵 콘텐츠 녹음이나 매주 글을 쓰는 등의 프로젝트들도 꾸준히 뭔가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의 틀을 깨기 위해 진행하고 있어요.               






9_마케터의 꿈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하고 싶은 말?     


이제 마케터라는 직군은 세부적인 종류도 더 많아졌고 경계도 모호해졌어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져야 할 소양이 있다면 저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자기 세계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자기 세계가 공고한 것도 좋긴 하지만 마케터는 내가 팔려고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내가 아닌 타인에게 권유해야 하는 직업이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직업인데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이해하지 못한다면 직무적으로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들의 상황을 온전히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고 다녀요.     


공감은 어렵더라고 이해하는 자세 / 이미지 = 프리픽




지방에 계신 분들의 경우 이런 모임(컨퍼런스, 세미나 등)이 적은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럴 땐 웨비나(웹으로 하는 세미나)를 이용하거나, 브런치, 퍼블리와 같은 무/유료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직무에 있는 선배들의 아티클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10_마케터로서 또는 본인의 미래의 목표점이 있는지?     


원래 대학생일 때까지만 해도 삶의 목표가 더 명확했어요.

인간으로 태어나서 우주적인 관점으로 우리를 보면 너무 먼지 같은 존재잖아요? 너무 잠깐 왔다가 스치듯이 사라지는 존재요. 그래서 내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요. 만화 원피스에서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면 그때 죽는 거다'라는 대사를 보고 뭔가 큰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죽어도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때까지 살아가는 거라니. 멋있다.”


전설의 레전드 장면 / 이미지 = 원피스


좀 더 원초적으로 따져보면 그래서 인간이 후손을 남기려 하고, 기록을 남기려고 하고, 후손의 후손이 나를 계속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내가 좀 더 후대까지 오래 기억에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막연하지만 나의 사후 이후에도 나를 기억해 줄 수 있는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게 현재까지의 목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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