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현직 로펌(법률) 전문 마케터 윤나라 님
1_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로펌(법률) 마케터로 재직 중인 윤나라입니다. 이혼, 상속 같은 가사팀과 부동산, 법인등기 관련 파트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어요.
2_본인이 기획한 프로젝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그 이유는?
현 회사에 입사하고 한 달 정도 후에 다른 마케터 파트장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었어요.(현 회사는 분야별 담당 마케터가 따로 있음) 회사 사정상 그분의 몫까지 맡게 되었죠.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해당분야에 대한 매출은 떨어지고 있었고, 팀원들에 대한 활용이 잘 안되고 있었고,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문제가 보였어요. (기존 파트원 포함) 대표님께서 혼자 일 처리하기 힘들 테니 뽑아주신 신입사원분(현 부사수)과 다른 팀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직원을 배정해 주셨죠. 제 역할을 다 하고 싶었어요. 제일 급한 팀의 안정화와 떨어진 매출을 올려야 했죠.
마케팅 타깃을 변경했어요. 팀원들과 콘텐츠를 실제 관련 사례의 검색량과 주요 검색, 성별, 연령대, 지역을 확인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했어요. 그러면서 확인하게 된 건 저의 팀의 팀원들에 대한 재발견이었어요. 실제로는 손도 빠르고, 일도 찾아서 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죠. 잘한 부분에 대해서 정당한 칭찬을 많이 했고 팀원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에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업무상 수치를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 사측에서도 놀랄 만큼의 성과가 나왔죠. 무너진 매출을 복구하는 데까지 한 달 반 만에 완전히 복구시켰어요. 회사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저 자신에겐 저를 믿고 따라와 준 팀원들을 회사에 어필할 수 있던 기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3_법률전공으로 공부하셨는데, 마케터로 이직하셨을 때의 이점이 있다면?
저희는 곤란에 처하신 의뢰인 분들께 저희 회사의 변호사님들을 매칭 될 수 있게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일반 제품의 경우 상품을 판매하려면 제품을 잘 알아야 하듯이 저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 변호사님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잘 파악해야 해요. 소송에 대한 실무적인 내용도 알아야 하고요. 그런 점에서 법의 구조나 소송의 절차를 알고 있는 전공자로서의 이점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콘텐츠의 내용은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해야겠죠. 그리고 해당 변호사님을 의뢰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야 하고, 무엇보다 내용 전반에 있어 틀린 내용이 있으면 안돼요. 특히나 법인등기 쪽(예를 들면 예비 창업자나 법인 회사를 운영할 계획이 있는 의뢰자)의 콘텐츠를 계획할 때는 그 내용이 '전문적'으로 어필할 수 있게 구성해야 하죠.
이런 전문적인 상업등기에 대한 콘텐츠를 다루려면 법률전공을 했거나 공인중개사 자격증, 혹은 법률에 관련된 기타 자격증이 있는 분들이 접근하기 유리해요. 제 부사수로 있는 친구도 법률을 전공한 친구는 아니지만 본인이 1년 정도 민법, 부동산법, 세법 등을 공부하고 진입하니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익히는데 수월했어요.
하지만 법률전문 회사에서 비 전공자의 유리함도 존재해요. 저 같은 경우는 '지식의 저주'라고 해야 하나... 전공자 입장에서 의뢰자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아서 완벽하게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 몰입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것 때문에 초기에 마음고생이 있었어요.(웃음)
마케팅을 하려면 '배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 빙의도 해보고, 의뢰인에게 어필하기 위한 변호사님께도 빙의를 해야 하는 거죠.
4_법률회사의 마케터로서 따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아직까진 최초 사건의 인지부터 구매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단순한 편이에요. 그래서 일반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경우 쇼핑 검색, 광고 소재나 채널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죠. 하지만 법률전문 마케팅의 경우는 일반 마케팅과 차이점이 있어요. 가볍게는 결제방식이나, 심도 있게는 사건에 복잡성에 따라 이루어지는 전문적인 매칭 등이 있죠. 제작된 콘텐츠의 질이 낮으면 단순하고 모호한 문의가 많이 들어와요. 그래서 콘텐츠의 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은 채널에 대한 신경도 쓰는 편이에요. 구글의 경우 분석 툴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해요. 아직은 법률 쪽에서의 활용은 제한적이지만 GAIQ(Google Analytics Individual Qualification / 온라인 상에서 사용자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툴)을 취득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어느 하나의 매체에 매몰되는 게 싫기도 했고요.(웃음) 우리가 활용하기 어려운 다른 분야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활용하는 법을 익히면 어딘가엔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5_법률전공을 하시다가 다른 장르의 직업군 선택에 두려움은 없으셨는지?
노무사 준비를 하다가 접고 다른 일을 하다가 전향했어요. 그래서 마케터로서의 연차는 길지 않은 편이에요. 나쁘게 말하면 실패한 꿈을 살고 있는 거죠. 하지만 노력을 알아봐 준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나,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부추겨주는 팀원들, 최대한 저를 많이 활용하려고 하는 대표님을 보면서 "나를 응원해주고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어쩌면 나는 실패한 꿈을 살고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두려움도 있었지만 막연하게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일반 사무직에서 잠시 일했다가 저와는 맞지 않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다가 학원 마케팅을 시작했는데 '기존에 일했던 것보다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고 자리를 잡아가게 된 거죠. 생각해보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던 것 같지만 재미를 붙이고 일하다 보니 두려운 생각이 없어지게 됐어요.(웃음)
6_'위대한 중간관리의 역사가 시작된다'이 철학이나 뮤지컬 등을 비유해 작성하신 게 인상 깊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어느 정도 일하다 보면 어느 날 회사에서 중간관리자를 맡기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얼떨결에 험지로 던져진 중간관리자들이 많은데, 업계 사람들이 모임 커뮤니티라도 있으면 이런 고민을 물어볼 텐데 이런 고민을 공유하더라도 뾰족한 답은 없었어요. 그렇게 험지로 던져진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었어요.
법률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마케터로 들어갔지만 당시 마케터는 나 하나였고, 다른 법률팀과 디자인팀으로 꾸려진 회사였죠. 맨땅에 헤딩하면서 부서지고 깨지면서 알게 된 게 많았어요. 교통사고가 나서 쉬어야 하는 상황에 노트북을 들고 일을 봐줘야 했던 적도 있었죠.(웃음)
일반직원이 입장에서 역량이 우수한 직원이라고 칭찬받는 게 좋았고, '너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는 말이 최고의 찬사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중간관리자 입장이 되어보니 다른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중간 관리자로서의 역할은 일반적인 업무는 부하직원에게 맡기고 '회사의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하는 것에 방점을 두어야 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일반 사원, 대리급에서 일했던 시각과 중간 관리자로서의 시각을 다르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이런 상사는 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는 시간도 필요했죠. 신기했던 건 그 과정이 어떤 교육과정을 듣고 배워서 진행된 게 아니라 직급을 달아주니 그에 대한 고찰이 시작됐다는 거였어요. 그에 대한 과정과 느낀 점을 솔직하게 작성해 보고 싶었어요.
제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뮤지컬을 보다 보면 극적인 부분이 많잖아요? 회사일도 하다 보면 그런 극적인 순간들이 왕왕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글 구성에 어느 정도 녹여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웃음)
7_일반인들이 알면 도움이 되는 법률지식이 있을까요?
법률 분쟁이 생겼을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건 법률 지식보다는 법률구조공단(전화:132)에 전화를 하시고 대법원 홈페이지에 질문글을 올리시는 게 분쟁을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는 첫 번째 단추예요. 그리고 꼭 혼자 해결하기보다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모든 상황이 변호사님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니까 대법원 홈페이지, 법제처 홈페이지, 국민신문고, 법률구조공단 같이 국가에서 진행하는 법률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활용하시는 게 제일 좋아요. 통화료를 제외한 상담은 무료상담이고 생활이 곤란한 기초수급 대상의 경우 소송비를 지원해주기도 해요.
그전에 반드시 필수로 알아야 하는 것은 일을 안 하고 살 사람은 없으니까 '근로기준법' 중에서도 근로 계약의 형태라던가, 급여를 계산하는 방식(퇴직금, 연차수당, 주유수당 등), 부당해고 등에 대한 내용은 꼭 의무 교육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하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면 되지만 계약직의 경우 계약기간이나 계약 형태에 따라서 예외규정이 적용되어 부당해고 규제를 못 받는 케이스도 있어요. 근로계약서 작성 시 동일한 서류를 회사와 본인 각 1부씩 나눠가져야 하는데 이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케이스도(불법이다) 많고요. 아직도 '회사 관행이다'라는 말로 기본적인 근로 기준법을 어기는 회사가 많아요.
근로계약의 형태가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국가기관에 민원신고를 올려서라도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8_업무 외에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고, 뮤지컬을 즐겨보고 있어요. 최근엔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고, 전통차에 대한 모임을 가지고 있어요. 차에 대해선 더 공부하고 싶어서 디지털대학에서 공부하고 있고, 공부를 하다 보니 중국 전통차에 대한 자격증(평 차원 : 중국 국가 자격증, 중국 정부에서 인증하는 차 감별사)도 취득하게 된 것 같아요. 학교까지 간 건 과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덕질하는 수단 중에 하나가 학교 강의를 듣는 것뿐이지 대학 공부를 한 번 더 하는 것에 대한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요.(웃음)
9_자신만의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가 있다면?
재미있으면 다 해보는 성격이에요. 마케팅 같은 경우 해보니까 내게 맞는 것도 있지만 열심히 하면 할수록 돈을 벌 수 있어요. 뮤지컬은 영화와는 달리 매번 다르게 공연하는 걸 보면서 배우의 감정에 이입되는 느낌이 좋아요. 새롭게 감정을 느끼는 법을 배우게 돼서 좋은 것 같아요. 글쓰기 모임의 경우 내가 가지는 생각을 글로 정리할 수 있어서 좋고, 차 마시는 건 평생 공부하고 즐겨할 대상이고...
종합해보면 제가 하고 있는 모든 활동이 저를 성장시키는 양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뭐하나 놓치고 가기 싫은 느낌이에요. 최대한 붙잡을 수 있을 만큼 들고 가고 싶어요.
10_마케터의 꿈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하고 싶은 말?
자신이 했던 모든 경험이 마케팅이나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해보고 싶은 건 어떤 형태로든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 취미를 포함한 저의 모든 활동을 하고 있는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해서 생각을 전개시켜 나가다 보면 결국엔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더라고요.
마케터가 된다는 게 선착순도 아니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 게 아니니까 배울 수 있는걸 최대한 배워보고, 하고 싶은걸 많이 겪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뭔가 새로운 걸 경험해 보고 싶을 때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보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접근하기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분석을 깊게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 얻어가는 인사이트가 있으니 그 경험을 활용해 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11_마케터로서 또는 본인의 미래의 목표점이 있는지?
최종 목표점은 돈 많은 백수지요.(웃음) 언제까지 마케팅을 할 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획력, 문제해결력, 그리고 리더십을 갈고닦아 나아가는 것. 세 가지예요. 이 세 가지는 한계점을 정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어느 순간 '경지에 올랐다'라는 생각이 들면 떠나버릴 것 같아서 순간순간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이번 달 매출 잘 나왔다.' 같은 순간순간에 만족하고 싶어요. 거창하게 어떤 목표보단 한 달, 일 년 같이 기간을 끊어서 목표를 잡고 있어요. 그렇게 한 달 두 달 버텨나가는 과정에서 차도 마시고, 보컬 트레이닝도 받고, 뮤지컬도 보러 다니는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현직 로펌(법률) 전문 마케터 윤나라 님의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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