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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Nov 19. 2020

알약 한알의 가치 3

인터뷰 / 현직 제약 연구원 곽민형 님


연구원이라는 직군과 일반 사무직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수직구조와 평등 구조가 제일 큰 거 같아요. 일반 회사원 분들은 아마 직급체계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수직구조로 이루어지는 걸로 많이 알고 있는데, 연구원 같은 경우에 평등한 구조가 많고요. 일단은 누가 입사를 먼저 했든 아니면 좀 나중에 입사를 했든 대우는 다르지만 같은 동급에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고, 보통 업무하는 게 제일 많고요. 조금 직급이 있다고 하면 팀장님, 그 위에 이사님들 이렇게 수직구조가 있지 보통 사원들은 대리, 과장 정도까지는 보통 다 평등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는 연구원이다 보니까 연구원, 주임, 전임, 선임, 책임 연구원 이렇게 단계별로 있지만 호칭은 선생님이랑 쌤 그렇게 간단하게 부르는 호칭이 많고요. 명함에 있는 그 이름 뒤의 직책은 서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긴 해요. 그래도 이 사람은 어느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하는 건 알려 줄 수 있게 명함에는 표시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화할 때는 달라요.

안 그래도 좀 나이 또래들이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친하게 지내고, 친구처럼 지내고, 형 동생처럼 지낼 때도 있고. 이런 식으로 좀 평등한 구조가 일반 회사원들과는 좀 많이 다른 편이긴 해요. 

항공사 조종수는 두명이 조종하며 고압적인 분위기가 없다고 한다. 위험 상황에서 '올바른' 대처를 하기 위함인데 제약 연구를 하는 연구원도 같다는 말을 들으니 위안이 된다. 


제약 연구원의 장단점을 알 수 있을까요?

가장 큰 장점은 프로젝트의 시간에 따라서 그 중간중간 요소마다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한편으로는 자신 있게 '이건 아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자유로움이 가장 큰 장점으로 볼 수 있고요. 수평구조다 보니까 업무 할 때 내가 원하는 의견을 좀 자유롭게 낼 수 있는 편이에요. 업무에 있어서는 그렇고 상대와 관계에 있어서도 아무래도 수직구조가 아니다 보니까 자유롭게 서로 얘기하고, 친목도 가질 수 있고, 자유로움이 가장 큰 장점이죠. 내가 생각했을 때 이게 조금 더 좋을 거 같다, 이렇게 실험을 하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 다른데 같은 경우에는 보고서를 써서 작성을 하고, 저희도 그런 건 분명 있지만 같은 팀원들끼리 내에서, 대리랑 사원이 아닌 같은 선생님이 때문에 만나서 "한 번만 하면 되겠냐" 부탁하고 "그래 한번 해보자" 계속 좀 자유롭게 의견 조율을 하고 할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제약회사는 탄력근무제가 좀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탄력 근로제가 좀 좋은 것 같고


저희가 아는 탄력근무제는 출근은 정시에 하고, 퇴근은 하염없이 뒤로 끌고의 무한반복이 걸리거든요. 말씀하시는 결이 다른 거 같은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탄력근무 제고, 전에 다녔던 회사도 탄력근무젠데 보통은 Nine to six라고 하죠. 아홉 시부터 여섯 시. 이걸 다들 지키고 있지만 어느 정도 지각을 해도 눈치가 안 보이고 일찍 와서 업무를 빨리 끝내고, 조금 일찍 퇴근해도 되는. 서로 눈치도 안 주고. 그런 게 (원래) 탄력근무제 장점이자 단점이 수 있는. 흔히 말하는 꼰대들은 시간을 체크하죠. 전에 다녔던 회사가 그런 걸로 기억해요. 단점으로는 조금 복불복이다 라고 하면은 이해가 편하실 거예요. 업무에 따라서, 그 업무에 스케줄에 따라 내 여가시간 시간이 없어질 수도 있고, 퇴근시간 없어질 수도 있고, 출근 시간이 없어질 수도 있는 퇴근을 못 하는 거죠. 프로젝트가 만약에 조금 조건이 많거나 손이 번거로운 실험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많이 쓰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문서작업도 같이 밀려있다면 퇴근을 잠시 미루고 문서와 같이 저녁을 먹게 되는 시간이 있을뿐더러 정말 바쁠 때는 그렇게 밖에 시간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집에도 가야 하고. 분야 특성상 주말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고요. 어떤 연구를 하냐에 따라서 매일 해야 되는 시간이 딱.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고 무조건 시간 별로 체크를 해야 된다, 그러면은 새벽 네시에 출근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죠.


다른 회사 (연구원)분들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으실 거예요. 문서적으로 쌓여서, 아니면 실험이 너무 많아서 각각에 따라 고충이 있어서 프로젝트마다의 일상생활이 조금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긴 해요. 


말씀하신 대로 그 프로젝트라는 건 한 번 주어지기 시작하면 길면 10년까지 가는 건데, 내가 정말 힘든게 걸렸다고 하면 10년 동안 그걸 견디는건가요?

 보통은 이렇게 되면 이직을 많이 하시고요.(웃음) 더 편한 데 가겠다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프로젝트가 길지만 세부의 계획들이 다 있으니까 계획에 맞춰서 실험을 하고 종료가 되고, 실험을 하고 종료가 되고 하는 식이거든요. 그래서 10년 내내 그러진 않고, 세부 계획의 실험을 할 때는 바쁘고, 좀 괜찮고. 다른 때는 바쁘고 다음에 휴가를 좀 길게 가볼까? 하는 편이에요. 

업무강도도 계획과 실험에 따라서 많이 다른 편이고 정말 초기에 벤처를 시작하게 되면 일이 없어요.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한 계획만 세우게 돼요. 하염없이 플랜만 짜고 어떻게 계획을 할까 라는 이제 자료를 찾아보는 시간이 더 길고 실험은 많이 없지만 속도가 빠른 회사다 아니면 큰 기업에 입사를했다고 하면 업무를 배우는데 시간이 촉박한 것도 있고 업무를 배우고 익숙해지면 책임감 있게 실험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옮매이시는 분들은 업무강도가 점점 세지고, 느슨하신 분들은 길게 옮매이시긴 하겠죠.

일이 많을수록 회사가 잘된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분 나쁘게 하진 않고 조금 힘들다? 휴가 한번 다녀오면 되니까. 


휴가는 많이 주는 편인가요? 

법정휴가도 있지만 회사 내의 자체적인 휴가가 따로 있어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휴가가 많은 편이긴 해요.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복지가 좋은 회사예요. 기본적인 복지도 좋은데 지금 다니는 회사가 조금 더 좋은 것 같아요. 생각보다 환경이 좋아요. 아무래도 생물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까 공조라고 하죠. 환기가 잘 되고 항상 깨끗하고 멸균을 철저히 하고 균에 되게 민감하고 오염되면 안 되기 때문에 생각하시는 그런 골방은 학교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학교는 좀 골방이 많아요. 일반적인 회사는 정말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쾌적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을 할 때 그게 말씀하신 대로 잠깐씩 하게 아니라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동안 하는 건데 시간 자체로 좀 지치잖아요. 그런 분의 동기부여가 궁금합니다. 

업무에 대한 재미가 없으면 못할 거 같아요. 중간중간 큰 프로젝트 안에 세세한 계획에 한 분야가 실험인데, 이 실험을 하면 좀 더 나아지고, 이 실험을 하면 좀 더 나아지고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걸 보면 재미가 있거든요. 이런 재미들도 있기 때문에 계속 업무를 할 수 있는 거고, 주변이 같이 도와주니까


힘들어도 한번 해보자, 우린 잘했으니까
이런게 진짜 팀워크가 아닐까?

주변에 있는 연구원 분들이 으쌰 으쌰 해서 잘 끝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최종적으로는 같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 신약이 사람한테 주입이 되었을 때 치료가 된다. 그러면 더 큰 보람은 없을 건데 대신 뒤따라오는 다른 프로젝트들이 많죠(웃음)

저희도 자체적으로 평가를 받는데 회사를 다니다 보면 회사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회사가 평가를 받는데 좋은 평가를 받을수록 저희도 좋고, 나쁜 평가를 받으면 저희도 속상하죠. 


연구원이 되고 싶은 후배님들한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학부 친구들은 요새는 다들 잘하고, 다들 준비를 많이 하니까 따로 할 말이 없는데 대학원 다닐 후배들한테는 

딱 한 번만 더 해라, 한 번만 더 하면 될 거다

중간에 포기를 많이 해요. 같이 대학원 다녔을 때 후배도 포기를 했었고 잠깐 포기했다가 다시 돌아온 친구도 있었고, 석사 이후의 과정을 갔다가 포기하시는 분도 계신데 (이유는) 실험이나 연구가 힘들어서에요. 똑같이 안 나와서 힘들어서 그때 한 번만 더 하면 되거든요. 그거를 "한 번만 더 해 볼까? 한 번만 더 해보자" 이것만 생각하면 분명히 되긴 하거든요. 그게 뭐든.

그래서 진짜 딱 한 번만 더 해 본다는 생각으로 모든 걸 하면 좋겠어요. 저도 경험을 했었고, 그 생각으로 하니까 좀 시간은 많이 흘러도 결국은 되더라고요. 실험으로 좌절할 때가 엄청 많을 거예요. 돼도 안되는걸 왜 교수님이 시키는지. 같은 이유로 회사도 원망할 때가 있는데 한 번만 더 해보고, 뭐 하나만 더 추가해보고 이런 식으로 찾아가다 보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나 연구원으로나 가지고 계신 꿈이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단순하게 꿈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해서 치료제 하나를 만드는 거 그게 어떤 치료제든 하나 만드는 게 막연한 꿈이고 현실적으로는 다 잘 알고 있는 연구원이 되고 싶어요. 문제가 터지면 "이렇게 하면 돼"라고 조언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험이 많은 연구원이 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알약 한알에 들어가는 돈과, 시간과, 희생과, 꿈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곽민형 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꼭 민형님만의 치료제를 만들고 치료제를 만든 이야기를 듣고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30OTU6sghU



인터뷰 / 현직 제약 연구원 곽민형 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kmh199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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